▲ 치킨업계가 월드컵 특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사진 위부터 BBQ의 프라이드치킨, 교촌의 호두 프라이드치킨, 페리카나의 매운맛 페리윙. | ||
이후 경기가 새벽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첫 경기만큼 팔리지는 않았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관람에 빠뜨릴 수 없는 것이 통닭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는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월드컵 특수로 치킨 판매량이 평소의 10∼20% 가량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삼복 특수가 일년에 두 번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한국치킨외식산업협회는 “흔히 닭고기를 3저1고 식품이라고 한다. 저지방, 저칼로리, 저콜레스테롤, 고단백질을 뜻한다. 쇠고기, 돼지고기 수요가 닭고기로 이동하면서 닭고기 소비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치킨 체인 업계는 웰빙 추세에 발맞춰 메뉴를 다양화하고 튀김 기름을 고급화하는 등 변화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튀김닭이라는 큰 범주에서 제품의 차별화를 크게 줄 수 없다 보니 튀김 기름의 고급화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현재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는 BBQ의 제너시스, 교촌F&B, 페리카나 치킨이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멕시카나, 둘둘치킨이 따르고 있다. 그러나 업체마다 내놓는 매출 규모가 서로 다르다 보니 정확한 비교가 쉽지는 않다.
1995년 BBQ 1호점을 낸 제너시스는 10년 만에 국내 최대 치킨 체인 업체로 성장했다. BBQ뿐 아니라 ‘닭익는 마을’, ‘BHC’ 등 닭요리 브랜드 7개를 보유하고 있어 이들 가맹점을 모두 합하면 2800개, 지난해 54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BBQ 단일 브랜드만으로도 가맹점 1800개로 치킨업계 최대 규모다.
국내 2위 업체인 교촌치킨은 2002년 스타마케팅을 통해 단숨에 인지도를 높이며 BBQ를 추격하고 있다. 1058개 가맹점을 가진 교촌치킨은 매출규모를 밝히지는 않고 있다. 제너시스가 BBQ 등 7개 닭요리 브랜드를 모두 합한 매출 규모를 내세우고 있다 보니 교촌치킨 단일 매출로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전자공시의 사업보고서 상에 나와 있는 2005년 매출액은 제너시스 1323억 원, 교촌F&B가 886억 원으로 제너시스가 교촌F&B보다 1.5배 많다. 교촌치킨 측은 “업체들이 밝히는 매출 규모는 가맹점에서 소비자에게 팔린 매출액(가맹점 매출)이고, 회계상의 매출 규모는 본사에서 가맹점으로 나간 물량의 매출액(본사 매출)이라 차이가 난다. 단일 브랜드로는 교촌치킨과 BBQ의 차이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BBQ는 단명하던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관행을 바꿨다는 점에서, 교촌은 지방에서 시작해 단기간에 전국으로 뻗어나갔다는 점에서 평가받고 있다.
이런 대형 프랜차이즈의 등장으로 영세하던 국내 토종 프랜차이즈업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간 음식점 프랜차이즈는 재벌 계열이 아니면 제대로 된 광고나 마케팅 한번 해보지 못했지만 BBQ나 교촌은 이런 관행을 깨고 외국계 프랜차이즈보다 더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개그맨들 독무대였던 광고모델도 지난 2001년 BBQ가 가수 핑클을 광고모델로 기용한데 이어 교촌치킨이 2002년 가수 비를 기용하는 등 인기절정인 스타를 기용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몸값도 비싸게 지불했다. 이후 BBQ는 차태현 김선아를 모델로 기용했다. 올해 초 BBQ가 가수 동방신기를 모델로 내세우자 드디어 교촌치킨도 가수 신화로 대응했다. 신화는 교촌치킨 강남점을 직접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스타마케팅 덕분에 오래된 메뉴인 튀김닭 매출이 계속 늘어나는 면도 있지만 어린 학생들이 스타의 팬미팅에 참석키 위한 마일리지를 얻기 위해 특정 메뉴를 반복해서 주문하는 바람에 닭값만 수십만원이 들었다는 민원이 쏟아지는 등 부작용도 일었다.
치킨업계 3위인 페리카나는 21년을 이어오는 가장 오래된 브랜드다. 전국 가맹점이 1800개가 넘지만 가맹점 개점시 노하우를 전수해 준 이후에는 단순히 브랜드만 공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본사 매출은 타 업체에 비해 작다.
페리카나 측은 “브랜드가 오래 되다 보니 가맹점마다 독특한 노하우가 생겨 본사에서 조절하기가 힘든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이런 노하우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변화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다”라고 전하고 있다. 페리카나는 가맹점 매출을 2700억 원으로 밝히고 있다.
한편 최근 치킨업계는 튀김 기름으로 차별화 경쟁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BBQ는 튀김 기름을 가장 비싼 100% 올리브유로 바꿨다. 대두유에 비해 5∼6배 비싸 제품 가격을 1만1000원에서 1만 3000원으로 올리는 승부수를 띄웠다. 처음에는 가격 저항이 있었지만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오히려 이전보다 10%가량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교촌치킨은 유채꽃을 원료로 한 채종유를 튀김 기름으로 쓰고 있다. BBQ가 올리브유로 홍보효과를 누리는 것에 대해서는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우리는 창업 이래 계속 채종유를 써왔다. 국내 모 식용유 업체 연구 결과에서는 올리브유와 채종유의 품질 차이는 별로 없다고 보고 있다. 올리브유 사용을 전 가맹점이 다 지키고 있는지도 의문이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BBQ는 “가맹점 수퍼바이징 시스템을 통해 이를 어기는 것이 적발될 경우에는 계약을 해지할 정도로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페리카나 치킨도 기존 대두유보다 조금 비싼 팜올레인유(팜유)로 교체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모든 가맹점에 정착되지는 않은 단계다. “현재 진행 과정이라 조금씩 정착될 것”이라고 한다.
멕시카나 치킨도 카놀라유로 튀김 기름을 바꿨다. “카놀라유는 불포화지방산이 7% 이하로 올리브유보다 낮은 대신 올리브유에 많은 올레산을 동등한 수준으로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 멕시카나의 설명이다.
현재 페리카나는 탤런트 최수종, 멕시카나는 영화배우 최민식, 둘둘치킨은 영화배우 차승원을 내세워 TV광고를 하는 등 스타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동네 통닭집’ 이미지가 강했던 치킨 업계도 점차 대자본의 영역에 흡수되어 가고 있는 셈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