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과정 이해 바탕으로 ‘동반적인 치료’ 추구
[일요신문] “밥맛이 너무 없고, 몸무게도 자꾸 줄어드는 것 같아 큰 병 아닌지 걱정됩니다.” “여기저기 아프다보니 매 끼니마다 먹는 약이 밥보다 더 양이 많아요. 약만 먹어도 배부르다니까요.” “요새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은데, 혹시 치매일까 싶어 자식들에게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어요.”
인구의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노인 의료와 돌봄 서비스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처럼 막연한 노년 증상들을 호소하는 이들을 효율적으로 진료하는 노년내과클리닉이 개설돼 관심을 끌고 있다.
부산 온종합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장)은 부산지역 종합병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소화기내시경센터 은명 과장을 소장으로 하는 ‘노년내과클리닉’을 개설했다고 4일 밝혔다.
온종합병원 ‘노년내과클리닉’은 앞으로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고혈압·당뇨·심장질환 등 만성진환 관리 △거동, 일생생활 등 신체 기능 유지관리 △치매, 노인우울증 등 인지능력과 정신건강 관리 △다양하고 다량의 약물 복용에 따른 부작용 관리 △각종 예방접종 및 건강검진 등을 맡게 된다.
노년내과클리닉 은명 소장은 “노년내과(Geriatric Medicine)는 노인 인구가 갖는 독특하고 복잡한 의료 요구에 전문적으로 대응하는 진료 분야”라며 “앞으로 노년내과클리닉에서는 65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복합적인 신체 상태와 질환의 진단, 예방, 치료는 물론 노인들의 다양한 병리적 상황까지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1909년 오스트리아 태생의 의사 이그나츠 레오 나셔(Ignatz Leo Nascher) 박사가 처음으로 ‘노인의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당시는 제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 특화 의료 서비스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노인’을 ‘일반 성인’과 구분해 치료해야 한다는 나셔 박사의 주장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급격한 노령 인구 증가와 더불어 늘어난 돌봄 부담이 점점 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60대 인구가 80대 이상 인구보다 월등히 많은 것을 고려하면, 향후 노인 의료는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지만, 노인의학과 노년내과는 여전히 생소한 진료 분야로 알려져 있다.
온종합병원 노년내과클리닉은 복잡한 인체상황들을 갖고 있는 고령 환자의 내시경 검사나 수술 등에 대비해 다른 진료과목 전문의들과 협력하는 다학제 진료시스템을 통해 도움을 주고, 건강한 여명을 누릴 수 있게 예방조치와 조기 진단에 진료의 중점을 두게 된다. 특히 노인들은 신체 노화로 인해 다양한 약물들을 복용하는 데 따른 여러 약물 간 상호 작용에 따른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노년내과클리닉은 노인환자들의 각종 약물 조절관리에도 중점을 두기로 했다.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수도권 대형 의료기관들을 중심으로 노년내과를 잇따라 개설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각각 5명의 의료진이 노년내과 진료를 하고 있고, 전남대병원·강원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도 1명씩 의료진을 노년내과에 배치했다.
온종합병원 노년내과클리닉 은명 소장은 “노년내과는 단순히 노인을 대상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지는 복합적인 질병과 증상을 포괄적으로 관리하고,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 게 목적”이라며 “노년내과 의사는 자연스런 노화 과정을 잘 이해시키고, 그에 따라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제공하는 동반적인 치료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헌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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