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병풍’ 거짓 판명 ‘김대업 사건’ 소환하며 맹공…검찰 ‘이재명 대통령 프로젝트’ 연관성 여부 규명 총력
그런데 최근 이를 둘러싼 메가톤급 반전이 정국을 강타했다. ‘윤석열 대장동 몸통설’의 주요 근거가 됐던 보도가 조작된 것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일각에선 ‘제2의 김대업 사건’이라는 말까지 거론된다. 정부여당은 이 과정에 이재명 캠프가 연관됐을 가능성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다.
대선이 끝난 뒤에도 대장동 수사는 정치권 최대 화두였다. 대선 때 가려지지 못했던 진실에 대한 키를 검찰이 쥐게 됐다. 그 판단은 법원 몫이 됐다. 그동안 대장동 의혹은 개발 시행사였던 화천대유자산관리를 둘러싼 수익 은닉 의혹 및 사업 주체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런데 최근 검찰 등을 통해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대장동 김만배 일당이 대선 전 윤석열 당시 후보를 ‘대장동 몸통’으로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국민의힘은 ‘제2의 김대업 사건’이라며 총공세를 펼쳤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장동 몸통 바꿔치기 정치공작을 위한 김만배 인터뷰 조작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면서 “이 사건은 대장동 몸통을 이재명에서 윤석열로 둔갑시키려 한 대선 역사에 남을 최대 공작사건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업 씨는 역대 가장 치열했던 대선으로 꼽히는 16대 대선 판도를 가짜뉴스로 뒤집어 놓은 인물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병풍’을 제기했다. 대선이 이 전 총재 패배로 끝난 뒤 김 씨가 제기한 의혹은 거짓으로 판명 난 바 있다.
20대 대선 최대 화두는 대장동이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두고 당시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팽팽히 맞섰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사업 진행 때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의 특혜 제공 및 배임 의혹 등을 거론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대장동 개발사업에 돈을 댄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 수사를 했던 윤 대통령과 박영수 전 특검 등을 몸통이라고 공세를 폈다.
당시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 조우형을 만나 커피를 타주며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무마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게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 본질이자 발단이라는 취지였다. 여기에 김만배 씨 누나가 윤 대통령 부친인 고 윤기중 전 연세대 명예교수 연희동 자택을 시세보다 싸게 매입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윤석열 대장동 몸통’에 살이 붙어 갔다.
2022년 2월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대선 2차 TV토론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대장동 몸통’을 주제로 정면충돌했다. 대장동 몸통이 누구인지를 주제로 한 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이 대장동 공격을 펼치자 이 대표는 “정말 윤 후보님 문제”라면서 “그들(대장동 일당)에게 도움을 준 것도 윤 후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부산)저축은행 비리 봐줬지 않느냐”면서 “그들한테 이익을 본 것도 윤 후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녹취록이 맞다면, (윤석열이) 죄를 많이 지어서 구속돼 바로 죽을 사람이라고 돼 있다”면서 “(대장동 의혹이) 이재명 게이트라는 말은 한참 전에 나온 이야기”라고 역공을 펼쳤다.
윤 대통령은 “제가 (대장동) 몸통이라고 하는데, 제가 성남시장을 했느냐, 경기지사를 했느냐”면서 “마치 이완용이 안중근에게 ‘나라 팔아먹은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응수했다. 윤 대통령은 “대구고검으로 좌천됐는데, 어떻게 몸통이 된다는 거냐”면서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말씀을 하시라”고 했다.
대선 레이스가 막바지로 치닫던 3월 6일 뉴스타파가 ‘김만배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음성파일을 제공한 이는 뉴스타파 전문위원으로 있던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었다. 신 전 위원장은 “김만배 씨와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라면서 “오랜만에 만났을 당시는 대장동 의혹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기 전이었다”고 했다. 신 전 위원장은 “대장동 의혹이 계속 확산되는 상황, 대장동 사건이 본격화하기 전 나에게 털어놓은 증언이 이 사건 실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이제라도 공개를 결심했다”고 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김만배 음성파일에 따르면 2011년 경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인 조우형 씨가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 의혹 사건 대출 브로커로 수사망에 올라 있었다. 조 씨는 김만배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김 씨는 “내가 박영수를 소개했다”고 했다. 김 씨는 “윤석열이가 ‘네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박OO 검사가 커피 주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물어보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라고 했다. 수사 무마의혹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셈이다.
이 밖에도 김 씨는 성남시로부터 특혜가 아닌 불이익을 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 수사 무마가 대장동 게이트로까지 번졌다는 민주당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었다. 뉴스타파는 이 내용을 대선 사흘 전에 보도했다. 김만배 음성파일 공개 3일 뒤 치러진 대선은 역대급 접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대장동 몸통이 누구인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채 치러진 선거에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보다 24만여 표를 더 많이 얻어 당선됐다.
대선 이후 시간은 흘렀다. 대장동 수사는 장기전이 됐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에 따르면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 무마의혹 중심에 선 조우형 씨는 2015년 2월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설립된 뒤 대장동 프로젝트에 본격 발을 담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 씨가 실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천화동인 6호 명목 배당금은 282억 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부산저축은행이 대장동 PF자금을 부실대출해준 것과 관련해 수사대상에 오른 조 씨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았던 김만배 씨는 화천대유자산관리를 창업해 대장동 사업 키맨이 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2023년 6월 김만배 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신 전 위원장과의 인터뷰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씨는 “윤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신 전 위원장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은 조미료를 많이 친 것”이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쟁점도 고개를 들었다. 김 씨는 2021년 9월 15일 인터뷰 이후인 9월 20일 신 전 위원장에게 책 3권 값으로 1억 65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대장동 관계자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김 씨가 100억 원 정도 금액을 출연해 신 전 위원장을 이사장으로 앉힌 언론재단을 만들어 언론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언론재단과 관련한 부분은 실행에 옮기지 않은 계획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신 전 위원장이 김 씨로부터 책값 1억 6500만 원을 수수한 것을 허위 인터뷰 대가로 의심한다. 검찰은 신 전 위원장을 9월 1일 소환조사했다. 9월 6일엔 구속기한 만료를 앞둔 김만배 씨에 대해 허위 인터뷰 관련 혐의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하지만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는 기각됐다.
김 씨는 구속기한 만료로 9월 7일 자정 석방됐다. 김 씨는 출소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통해 신 전 위원장에게 1억 6500만 원을 준 사실을 인정했다. 김 씨는 “오래된 지인이자 언론인으로서 굉장히 뛰어난 분으로 평생 업적이자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그 책을 샀다”고 했다. 김 씨는 뉴스타파 인터뷰 보도와 관련해 “사적인 대화가 녹음되는지 몰랐다”면서 “신학림 선배가 내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 수사 무마의혹 질문에 그는 “(당시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과장으로서 그런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했다. 김 씨는 자신을 “대선 국면까지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서 ‘기획 인터뷰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으로 규정하고, 검사 10여 명을 투입해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복수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은 김만배-신학림-조우형 삼각 커넥션이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를 위해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만들었는지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2021년 대장동 의혹이 막 불거지던 시점 김 씨가 조우형 씨에게 허위 인터뷰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 씨는 2021년 JTBC 인터뷰에서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그분은 유동규”라는 취지 발언을 했다. 검찰은 이런 인터뷰 내용을 김 씨가 대장동 의혹을 ‘유동규 뇌물사건’으로 정리하려던 시도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는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가 허위 인터뷰 기사 작성 및 보도 이후 여론 조성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가 김만배 음성파일을 보도했을 당시 네이버뉴스 추천 및 일부 커뮤니티 추천 수가 인위적으로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한 이재명 캠프 산하 조직 텔레그램 방에 ‘김만배 녹취록’ 여론 유도 지령이 내려왔다는 폭로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재되기도 했다. ‘김만배 음성파일’이 공개된 다음날인 2022년 3월 7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캠프를 둘러싼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해 “제2의 드루킹”이라면서 “민주당이 연루된 것이 확인되면 문을 닫아야 한다”고 비판했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장동 사건은 단군 이래 최대 토착비리로 불리고 있는 사건”이라면서 “사건 자체가 워낙 복잡해 국민이 바라봤을 때 이 사건 본질이 무엇인지 알려면 몇 주 동안 스터디를 해야 할 정도로 어렵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사안의 복잡성을 이용해 ‘대장동 몸통이 누구냐’라는 프레임을 기반으로 ‘윤석열 아니면 이재명이 범인’이라는 단순한 OX 퀴즈를 국민에게 제시한 것”이라면서 “교묘하게 ‘윤석열이 범인이래’라는 뉘앙스를 흘리며 대선 결과를 조작하려 했던 역대급 사기극 진실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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