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주사 맞을래요?”
최근 ‘우유주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우유주사’는 수면마취제의 일종인 ‘프로포폴’(포폴)을 지칭하는 은어다. 흰색 액체인 포폴이 언뜻 보면 우유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포폴이 화제가 된 건 최근 ‘산부인과 의사 시신유기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다. 30대 미모의 텐프로 여성 이 아무개 씨가 강남 유명 산부인과에서 병원 원장에게 대가성 성관계를 제공하고 포폴주사를 맞다가 사망한 이 사건을 두고 포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이 씨의 죽음으로 인해 일명 ‘포폴 중독자’들의 심각한 실태도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일례로 지난 6월 29일 한 유흥업소 여성이 강남 소재 성형외과에서 포폴을 훔쳐 달아난 사건이 있었다. 최근 들어 이런 사건들이 줄줄이 발생했던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포폴 중독자’들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범죄까지 저지르며 포폴을 얻으려는 사람들. 이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포폴에 중독됐을까. 포폴의 주 중독층과 포폴 암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시장의 실체를 추적해봤다.
소위 1등급 ‘텐프로’ 업계(?)에서 잘나갔다던 이 씨를 죽음으로 내몬 건 가해자 산부인과 원장 김 씨의 포폴 투여가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애초 포폴에 중독된 본인의 상태가 ‘한몫’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씨가 포폴주사를 맞기 위해 산부인과 원장인 김 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적극적으로 유지했다는 게 현재 텐프로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출난 미모를 앞세워 부자 스폰서들을 주름잡았다던 이 씨가 포폴에 중독된 이유는 무엇일까.
권장덕 성형외과 전문의는 “포폴은 투여하자마자 마약과 같은 환각효과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중독되기 쉽다. 그러나 호흡곤란 등의 부작용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지난해부터 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해 무분별한 남용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포폴 관련 방침을 내놓았지만 포폴에 중독된 이들을 쉽게 억제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흥업소 일대를 중심으로 포폴 암거래 시장이 대규모로 형성됐기 때문이다.
“포폴이요? 주로 아가씨(술집여성)들이 많이 하죠. 밤에 일하니까 낮엔 피곤하고… 포폴 한 방이면 푹 잘 수 있으니까 거기에 빠지는 거죠.”
14일 강남 모처에서 만난 텐프로 업소 관계자 신 아무개 씨는 “강남 일대 업소여성 10명 중 6명은 포폴에 빠져 있다”는 충격적인 실태를 털어놨다. 신 씨는 “그것(포폴주사)만 몰래 놔주는, 아가씨들을 위한 속칭 ‘지정병원’이 따로 있다. 어딘지 밝힐 순 없지만 강남 일대 산부인과, 피부과 등 10여 군데서 ‘포폴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소여성들 사이에서 ‘지정병원’으로 불리고 있는 이들 병원은 업소여성 리스트를 따로 정해놓고 비밀리에 포폴을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신 씨는 “일반인과 업소여성을 구분하기 위해 병원마다 나름의 ‘차트’도 만들어 놓았다. 포폴주사 한 대당 약 20만~30만 원인데 카드사용은 안 되고 현금으로만 받는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내역을 만들지 않아야 혹시 모를 불미스러운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골 손님한테는 커피쿠폰처럼 10회당 1회는 무료로 포폴을 놓아주기도 한단다.
텐프로 업계 마당발로 유명한 속칭 ‘대마담’ 박 아무개 씨(여·39)에 따르면 강남 일대 텐프로 업소여성은 300여 명, 이들 중 70%를 차지하는 210여 명의 텐프로 여성들이 일주일에 2~3회 횟수로 ‘지정병원’에 주기적으로 방문한다고 한다. 이들 210여 명이 포폴주사를 맞기 위해 방문할 때마다 20만~30만 원 상당을 현금으로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텐프로를 제외한 기타 유흥업소 여성들의 숫자를 생각하면 포폴을 찾는 업소여성의 전체 수는 추정이 불가할 정도다.
수면내시경 진단 등 정당한 사유 없이 포폴주사를 투여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지만 병원 측과 업소여성 간의 철저한 보안관계를 전제로 ‘은밀한’ 거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한다. 더군다나 출산 감소 등으로 재정 사정이 어려워진 일부 산부인과 병원 측 입장에선 모두 현금으로 거래되는 ‘포폴시장’은 거절하기 힘든 유혹으로 자리 잡게 됐다는 게 박 씨의 전언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지정병원들은 간호조무사들의 입단속 교육을 특별히 시켜가며 업소여성들을 VIP 손님으로 끌어들이려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지정병원’은 어떻게 생기게 됐을까. 박 씨는 “처음엔 다 스폰서로 시작된다. 몇몇 의사들이 룸살롱을 찾았다가 마음에 드는 아가씨들에게 포폴주사를 놔주고 환심을 산다. 이 횟수가 늘어나면서 점차 포폴에 중독되는 아가씨들이 늘게 됐다. 결국엔 중독증상을 참지 못한 아가씨들이 자신에게 주사를 놓아준 의사에게 ‘세컨드’가 되어주는 대신 주기적으로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을 찾아가 포폴을 맞으면서 일종의 거래가 형성된 것”이라는 충격적인 얘기를 꺼냈다.
한마디로 ‘지정병원’은 의사를 스폰서로 둔 업소여성들이 동료들에게 입소문을 내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를테면 “언니, 내가 스폰으로 잡은 의사가 하는 병원에서 내 이름만 대면 포폴 맞을 수 있어”라고 한마디를 던지면 나머지 업소 여성들이 대거 해당 병원을 찾는 식이다.
강남에 내로라하는 유명 피부과나 산부인과 원장들 중 일부가 내연녀를 이용해 업소여성들을 포폴장사에 끌어들이고 있다는 박 씨의 주장이 과연 사실일까.
청담에 위치한 ㅊ 텐프로 업소 종사자 김 아무개 씨(여·24)는 15일 통화에서 “같이 일하는 친구가 모 피부과 원장의 세컨드가 되고나서부터 그 피부과가 이 일대 새로운 ‘지정병원’이 됐다. 지난해부터 정부 방침이 생겨 포폴주사 맞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렇게 한 친구가 의사 한 명한테 몸 로비해서 라인을 뚫어주면 (포폴주사를) 맞기가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텐프로 업소관계자 신 아무개 씨는 “술집 아가씨들이 유행에 민감해서 한 명이 ‘좋다’고 하면 우르르 달려가 같이 하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이 바닥을 두고 물건 팔아먹기 좋은 곳이라고 하는 거다. 포폴주사도 마찬가지다. 3년 전부터 ‘맞으면 개운하다’란 소문이 돌면서 이미 대다수 업소여성들이 한 번쯤 (포폴을)은 맞아 봤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신 씨는 “3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포폴을 맞아온 포폴중독 여성들이 이미 상당수이기 때문에 몇몇 병원과 업소여성 간의 끈끈한 공생관계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포폴이 대체 어느 정도의 중독성을 가졌기에 콧대 높기로 유명한 텐프로 여성들이 내연녀를 자처하며 주사를 맞으려 하는 걸까.
“포폴 맞고 자궁경부 흔들면 뿅가요.”
한때 포폴주사를 맞기 위해 수면내시경 검사를 일부러 수차례 받았다던 텐프로 종사자 김 씨는 포폴주사가 최음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 중독된다고 했다. 김 씨는 “포폴을 맞는 순간 약 3~4초간 마치 청룡열차를 타는 것 같은 환상적인 기분이 든다. 뭐라 형언하기 어렵지만 그때 그 기분이 자꾸 생각나 빠지게 된다. 최근에 죽은 그 여자도 포폴을 맞고 의사와 성관계를 했다던데 솔직히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이처럼 포폴을 찾는 업소여성이 많아지다 보니 포폴이 공급되는 루트도 다양해졌다. ‘지정병원’ 이외에도 ‘주사아줌마’가 이 일대 ‘큰손’으로 군림하고 있다고 한다.
‘주사 아줌마’는 대부분 전직 간호조무사 출신으로 업소여성들의 ‘콜’을 받으면 그 여성이 기거하는 집으로 직접 찾아가 포폴주사를 놔준다고 한다. ‘찾아가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보안상 안전하고 편하게 주사를 맞을 수 있어 올 초부터 업소여성들 사이에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다만 가격대가 50만~ 60만 원으로 ‘지정병원’에 비해 2~3배 정도 높다.
현재 업소여성을 상대로 포폴장사 중인 ‘주사아줌마’의 정확한 수는 밝혀진 바가 없다. 왜냐하면 주사아줌마들은 단골손님의 추천이 아니고서는 쉽게 새 손님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실체를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간 큰’ 병원이 아니라면 쉽게 공급하기 어렵다는 포폴, ‘주사아줌마’들에게 제공되는 포폴의 출처는 어디일까.
텐프로 종사자 김 씨는 “아줌마에게 물어봤더니 제약업체에서 병원으로 판매되는 유통과정에서 포폴의 일부를 몰래 빼오는 브로커들이 있다고 했다. 자꾸 더 캐물어 보면 날 의심해 주사를 놔주지 않을 것 같아 더 이상 물어보진 못했다”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세상에 만병통치약이 어딨니
▲ 북한 금당주사. |
북한의 한 제약회사가 개발한 이 금당주사는 간염, 말기암 등 불치병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당주사를 판매 중인 북한의 B 제약회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금당주사는 독일, 쿠바에 특허 등록을 출원했으며 말기암 환자를 완치시킬 수 있는 신비의 명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금당주사가 갖가지 위병에 찌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선 이른바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지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
미디어 홍보가 부족했음에도 금당주사를 찾는 북한주민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수요가 급증한 만큼 가짜 금당주사도 판을 치면서 그에 대한 부작용도 상당하다. 일례로 인터넷매체 뉴타임즈에 따르면 8월 2일 북한 함흥시에 거주하는 고 아무개 씨 가족 4명이 가짜 금당주사를 맞고선 전원 사망하는 일이 생겨났을 정도다.
금당주사는 정말 신비의 명약일까. 금당주사를 개발한 B 제약회사 측은 이 주사가 개성고려인삼에서 추출한 당체, 금, 백금 등으로 이뤄졌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 장동민 이사는 “금당주사의 특정 성분과 복용할 사람의 체질과 병증이 적합한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 또한 인삼과 백금과 금 등만으로는 치료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다”고 혹평했다. 장 이사는 “그 어떤 성분이 들어갔어도 북한 B 업체가 주장하는 성능을 만들어낼 수 없다. 무분별하게 금당주사를 신체에 투여할 경우 위험천만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