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단식 길어질수록 민주당 똘똘 뭉쳐…이 후보자 청문회 ‘이재명 영장 공방’으로 난관 예상
이재명 대표의 단식이 2주 차를 넘어가며 민주당 계파 갈등이 수면 아래로 잦아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민주당 내에서는 윤석열 정부를 ‘검찰 공화국’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연스레 판사들은 9월 18일과 19일 열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청문회 통과 여부’를 놓고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민주당과의 협치를 고려하지 않는 만큼, 이균용 후보자의 청문회가 험난해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 눈앞
수원지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 9월 12일 검찰 6번째 출석 소환조사를 끝내자마자 언론에 입장을 밝혔다. 출석 전, 조사 도중에도 지속적으로 이재명 대표의 수사 대응을 언론에 설명했던 검찰은 이 대표가 청사를 떠나자 곧바로 “이재명 대표가 2차 조서 서명 날인 후 1차 조서를 열람하던 중 갑자기 1차 조서는 열람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일방적으로 퇴실했다”며 “소환조사를 오늘자(12일)로 마무리하고 증거와 법리에 따라 향후 형사사법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본회의 일정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9월 21일과 25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 일정을 고려, 21일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을 보고하고 25일 표결하는 안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월 16일까지 국외 출장을 떠났기 때문에, 그 전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국회 체포동의안 보고자의 입장을 고려할 때 ‘좋은 그림’이 아니라는 설명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원지검이 수사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서울중앙지검이 가져와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수사를 병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이 대표를 8월 17일 불러 조사한 뒤 보강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 수원지검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과 병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으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킨 것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진술을 번복하는 내용의 입장을 법원에서 밝혔지만,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결재한 문건, 또 대신 돈을 건넨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나 이를 보고한 관련자 진술 등 인적·물적 증거가 탄탄하다는 입장이다.
#여야 정쟁 예의주시하는 법원
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법원이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에서 이뤄지는 여야 간 정쟁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단식은 또 다른 변수다. 8월 31일 시작돼 2주 차를 넘어가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단식은 민주당을 ‘원팀’으로 만드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9월 12일 이재명 대표의 단식 농성장을 찾아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움을 토로했고, 다음날인 13일에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단식을 2주 넘게 진행 중인 대표를 향해 불체포특권을 운운하는 것은 너무 비정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해철, 설훈 등 비명계 좌장격인 의원들이 이 대표를 찾아간 것도 비슷한 흐름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이 민주당 내 친명과 비명 간 계파 갈등을 잠재우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에서는 검찰의 수사를 ‘정치 탄압’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 대표를 향한 구속영장 청구 시점으로 18~19일이 거론되는데, 18~19일에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청문회장은 곧바로 여야 간 ‘검찰 수사 적절성 여부’를 놓고 공방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시절부터 인연이 있고 판사와 검사가 된 뒤에도 술자리를 함께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친분’이 언론에 여러 차례 거론됐기 때문에 민주당의 공세는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9월 13일 열린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김상환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대법원장 부재가 전원합의체 운영에 끼칠 피해’를 묻자 김상환 차장은 “전원합의체 판단에서 대법원장의 부재는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전 의원의 이 같은 질문은 이균용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법원장의 공백으로 인해 전합 사건 판결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가족 해외송금 자료 거부한 이 후보자
윤석열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제외하면 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두 가지다. 과도한 재산, 성범죄자에 대한 감형 논란이다.
이 후보자의 경우 본인과 가족 재산으로 총 72억 3000여만 원을 신고했다. 대법원장 후보자로는 역대 최고 금액이다. 이 가운데 상당 금액이 부유한 처가로부터 물려받았다는 게 법원 내 설명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균용 후보자와 처가 식구들이 30여 년간 공동으로 보유했던 부산 토지의 지목을 무시하고, 가족 사업부지 등으로 전용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또, 자녀들이 어린 시절부터 유학 생활을 한 과정과 이들의 재산 형성 과정도 설명이 필요하다. 이 후보자는 그간 미국에 거주 중인 아들과 딸의 현지 계좌 등 재산 내역을 전혀 신고하지 않다가, 이번에 제출된 인사청문 자료에 처음으로 딸의 해외 계좌 잔고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아들 역시 3년여 간 금융업계에 종사하면서 수억 원대 소득을 올렸다.
청문회를 앞두고 민주당에서 배우자·직계존비속 등 가족의 해외송금내역 자료제출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 측은 “자녀가 모두 독립생계를 영위하고 있어 재산 파악에 제한이 있다”고 답하고 있지만, 워낙 고액의 재산인 탓에 비판이 적지 않다.
성범죄자들에 대한 감형도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일보 분석에 따르면 이균용 후보자는 서울고법 형사8부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중 10건 중 4건 비율로 성범죄자 가해자(피고)에게 감형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사건도 9건가량 있었는데,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회는 이 후보자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조계 안에서 이 후보자의 재산이 ‘처가 덕’이라고 말하면 넘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일반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이 후보자의 재산이나 자녀들이 받은 교육의 기회는 0.1%의 엘리트로 비칠 것”이라며 “그런 논란들이 여야 정쟁 흐름이 극한으로 치닫는 지금,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낮추는 부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재명 대표의 단식이 3주 차에 가까워진다면 민주당은 더 뭉칠 것이고 자연스레 청문회에서 이균용 후보자를 더 깐깐하게 보지 않겠냐”며 “국민의힘이 대화를 제시하면서 상호 정치의 옵션으로 이균용 후보자 동의안을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쉽지 않은 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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