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맨 컬리, 영업손실 줄었지만 매출도 감소…컬리 “하반기 대목에 매출 늘릴 수 있을 것”
#‘두 마리 토끼 잡기 어렵네…’
컬리는 올해 상반기 판매관리비(판관비)를 지난해보다 251억 원가량 줄여 비용을 절감했다. 지난해 11월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를 뷰티컬리 모델로 발탁하면서 광고집행비만 최소 50억 원을 소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로는 눈에 띄는 마케팅비 집행은 없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컬리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대신 최근 오프라인 진출도 늘리고 멤버십이나 페이 서비스, 컬리팜 도입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모습은 눈에 띈다”고 말했다.
컬리의 전략은 수치상 효과를 보고 있다. 컬리의 2분기 영업손실은 472억 원으로 691억 원에 달하던 전년 동기 대비 31.6%가량 줄었다. 매출은 5079억 원으로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가량 소폭 감소했다. 문제는 비용 감축을 통한 수익성에 방점이 찍히면서 컬리의 외형 성장세가 주춤하다는 점이다. 컬리는 2022년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2조 원에 달하는 매출을 달성했다. 매출 증가세는 컬리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이 매출이 꺾인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와 관련,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겸임교수는 “쿠팡의 사례와 비교하면 매출이 줄어든 거는 심각한 징조다. 여전히 수백억씩 적자 내고 있는데 매출까지 감소하면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며 “과실을 딸 시점이 아닌데 성장을 중단했다. 설령 적자가 줄었다 하더라도 투자를 안했기 때문에 내년에 더 문제가 될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컬리는 쿠팡의 발자취를 충실히 따랐다. 쿠팡 역시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면서 물류센터 투자를 지속했다. 이를 바탕으로 매출이 크게 늘었고 지난해 분기 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1년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해 운영 자금 조달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던 점도 한몫했다. 컬리 역시 지난해부터 상장을 준비했지만 투자 시장이 위축되며 계획을 일단 접었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상장을 준비하면서 매출 사이즈를 크게 키워놓으려다 보니까 무리해서 신선식품 외 다른 상품군까지 도전하며 적자 폭을 키워놓은 측면이 있다”며 “판을 키워놓은 상황에서 상장이 잘됐으면 다행인데 그러지 못했고 계속 키우려면 추가 투자가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라 막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컬리는 올해 2분기 기존 투자자들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에게서 1200억 원가량의 재투자를 받으며 급한 불을 끈 것으로 알려졌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이번 투자를 유치하면서 올해 말까지 연결 재무제표상 흑자를 내지 못한다면 전환주식의 전환비율을 기존 1 대 1에서 1.85 대 1로 상향하겠다는 데 합의했다. 흑자전환을 하지 못하면 기업가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는 셈이다.
현재 컬리가 수익화 전략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컬리는 상반기에 이미 800억 원가량의 적자를 낸 상황이다. 분기 흑자 달성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연내 흑자전환이 가능하겠냐는 의구심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매각 가능성은 없나
IPO가 연기되면서 매각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신선식품 쪽으로 특화되어 있고 신선식품을 전국구로 보급할 수 있을 정도로 물류망을 깔아놓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컬리는 현재 경기 김포, 경남 창원, 경기 평택에 물류센터를 갖춰놓은 상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류센터가 유형자산이고 3040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불황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웬만한 곳이 아니고서는 엄두를 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사모펀드나 롯데, 신세계 등 전통적인 유통강자들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신세계와 롯데는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게다가 최근 책정된 컬리의 기업가치는 8000억 원 정도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이미 1조 원 이상을 투입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엑시트 방식이고 인수하려는 쪽 입장에서는 너무 비싼 가격이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팔거나 상장하기 쉽지 않으니 현재 기준으로는 계속 수익화 쪽으로 잡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추가 투자를 받기도 어렵고 앞으로 자체적인 수익으로 운용을 해야 하는데 그 비용을 감당하려면 결국에는 볼륨 경쟁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인 비전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컬리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된다. 프리미엄 신선식품 외에 특화된 제품군이 없던 컬리는 지난해 뷰티컬리를 론칭하며 객단가가 높고 유통기한이 긴 화장품을 판매해 수익성 강화를 꾀했다. 그러나 쿠팡이 올해 7월 고급 뷰티 브랜드 전용관 ‘로켓럭셔리’를 출시한 데 이어 8월 배달의민족도 20~30분 내 화장품을 배달해주는 ‘뷰티케어 셀렉트샵’을 도입하며 경쟁이 심화됐다. 구교훈 교수는 “이리저리 제품군만 늘릴 게 아니라 명확한 비전을 보여주고 이를 성장동력 삼아 밀어붙여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약하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컬리 관계자는 “올해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급한 상황은 아니다. 실적은 상반기 내내 개선해나가고 있는 중이고 올해는 수익성 강화에 좀 더 집중할 방침”이라며 “하반기에는 추석부터 크리스마스, 연말 연시 등 대목이 많아 통상적으로 실적이 훨씬 잘 나오기 때문에 매출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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