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실-정윤회 부부가 소유한 서울 신사동의 200억대 건물. 최 씨 부부는 이 건물에서 (주)얀슨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지난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측은 박근혜 후보와 최태민 목사의 관계에 대해서 집중 추궁했다. 이 후보 측의 김해호 씨는 ‘최 목사가 육영재단의 돈을 횡령해 부동산에 투자해 부를 축적했다’고 주장했다가 박 후보 측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돼 실형을 살기도 했다. 의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과거 중앙정보부(중정)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최태민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각종 의혹에 불을 붙인 것이다.
중정이 작성한 최태민 보고서에 따르면 최 목사는 총 5명의 부인과 결혼, 슬하에 모두 3남 6녀를 둔 것으로 나와 있다.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 장남 A 씨(66)를, 두 번째 부인과 사이에는 B 씨(여·64)와 C 씨(63)를 두었고 세 번째 부인과 사이에는 D 씨(여·61)를 두었다. 또 네 번째 부인과 사이에 아들 E 씨(58)가 있고 마지막 다섯 번째 부인 임 아무개 씨와 사이에는 장녀 F 씨(여·65 )를 비롯해 네 딸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장녀 F 씨는 최 목사의 친딸이 아닌 양녀(임 씨 전 남편의 자식)다.
최 목사에 관한 자료는 10·26 이후 합수부가 만든 것으로 전해지는 수사자료에도 나와 있다. 여기서 최 목사는 1954년 김 아무개 씨와 결혼했다가, 그여자편력 문제로 김 씨로부터 피소된 뒤 부산 금화사로 도피했다고 나와 있다. 최 목사의 여성편력이 극단적으로 나타나 있는 자료는 바로 중정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는 1972년~78년까지 최 목사와 여성들 간의 관계가 기록돼 있다. 간호과장에서부터 병원 경리담당 등 다양한 여성들과의 관계가 기록돼 있다. 한편 박 후보 측에서는 이 자료에 대해 허위가능성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박한 바 있다.
최 목사의 자식들 중 가장 세간의 이목을 끈 인물은 바로 최 목사의 다섯 번째 딸인 최순실 씨(여·56)다. 최 씨는 박 후보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 던 정윤회 씨와 부부 사이로 알려져 있다. 또 최 씨 역시 최 목사가 박 후보와 인연을 맺고 있을 당시부터 비슷한 나이 또래로 박 후보와 종종 말동무로 지낼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정 씨가 박 후보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서 박 후보를 도우면서부터였다. 그 뒤 정 씨는 2002년 박 후보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을 때 비서실장으로서 박 후보 곁을 지켰다. 이후 정 씨는 2004년까지 박 후보를 ‘공개적으로’ 모셨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 씨가 최 목사의 역할을 대신해 박근혜 옆에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후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최 목사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자 정 씨의 행적은 공식석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물밑에서 박 후보를 돕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2007년 경선 때 박 후보가 비밀외곽조직 ‘강남팀’을 운영했는데 그 핵심이 정 씨라는 의혹이 계속 나왔다. 또한 정 씨의 이름은 이명박 후보 측이 ‘최 목사 일가의 재산’ 관련 의혹을 제기할 때도 오르내렸다.
당시 이명박 후보 측은 “정 씨의 부인이자 최 목사의 다섯 번째 딸인 최 씨가 서울 강남에 200억대의 빌딩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며 “최 목사가 이권개입으로 쌓은 돈으로 자식들에게 부동산을 물려줬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실제로 2007년 당시 최 씨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대지 200평과 110평 규모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었다. 조그만 도로를 앞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건물은 각각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와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돼 있다.
해당 부동산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보면 최 씨는 1985년 9월 한 명의 공유자와 함께 100평대 땅을 매입했다. 이때 최 씨는 불과 29세로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아파트에 살 당시였다. 이후 최 씨는 1986년 12월 이 땅에 4층 규모의 빌딩을 세웠다. 또 최 씨는 1987년 5월 공유자 임 아무개 씨로부터 나머지 지분 2분의 1마저 사들여 단독 소유자가 됐다.
최 씨는 1988년 7월 맞은편의 대지 200평대 땅도 사들였다. 해당 토지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최 씨는 이 빌딩을 공유자 2명과 함께 각각 3분의 1씩 지분을 나눠 매입한 것으로 나와 있다. 공유자 중 한 사람인 이 아무개 씨는 최 목사의 첫째 딸 F 씨(최 목사의 양녀)의 남편이었다. 이후 최 씨는 그해 말 공유자 임 아무개 씨로부터 지분 3분의 1을 사들였고, 1996년 7월에 이 씨로부터 나머지 3분의 1 지분마저 넘겨받아 단독소유자가 됐다. 이후 최 씨는 2003년 8월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의 빌딩을 건립해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등기부등본 확인결과 최 씨는 지난 2008년 1월 100평대 건물을 동부저축은행에 85억 원에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 최 씨가 소유한 건물은 200평대 건물 하나뿐이다. 2012년 현재 이 토지와 건물은 여전히 최 씨의 소유로 돼 있다. 신사동 일대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 씨의 부동산은 3.3㎡(평)당 1억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액이 200억 원에 이른다. 5년 전 150억 원대로 추정됐던 건물이 200억 원대로 껑충 뛴 것이다.
문제는 이 200평대 땅을 매입한 1988년에 1956년생인 최 씨의 나이가 32세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 측은 최 씨가 땅을 매입한 과정에서 최 목사의 재산이 유입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최 씨는 “아버지(최 목사)가 육영재단에 개입해 횡령한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해 수백억대 재산을 축적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최 씨와 최 목사의 첫째사위가 함께 토지를 구입했다는 점과 젊은 나이의 최 씨에게 그만한 돈이 있었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07년 대선 당시에도 최 씨 부부의 수백억 부동산 소유 사실이 밝혀진 뒤 정치권에서는 최 씨 부부의 해외이주설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최 씨 부부는 여전히 신사동 건물 5층 사무실에 (주)얀슨이라는 회사를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건물을 직접 찾아가 본 결과 1층에는 식당과 2층에는 모델 사무실, 3층과 4층에는 각각 마사지 숍과 음악학원이 있었다. 2007년 당시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리고 5~7층에는 (주)얀슨이 입주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94년 커피수입 및 판매업을 시작으로 출발한 얀슨은 최 씨의 남편 정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다. 법인 등기부상 얀슨은 최 씨와 정 씨가 번갈아 이사와 대표이사를 맡아 운영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최 씨 부부는 나란히 사내이사에 선임된 이후 현재까지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고, 대표이사직은 2005년 6월 최 씨가 사임한 뒤 정 씨가 맡고 있다.
지난 18년 동안 얀슨의 업종을 살펴보면 체육용품 수입판매업을 하다가 휴게실업을 하기도 하는 등 총 11번 업종을 변경했고, 여기에 교육프로그램 제작에서부터 가구·의류 수입판매업까지 14가지의 업종을 추가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실제로 얀슨이 실행하고 있는 사업의 실체는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다.
기자는 얀슨 측에 ‘주 사업이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한 관계자는 “(정) 대표님한테 물어보라”며 즉답을 피했다. 또 직접 정 씨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얀슨 관계자는 “대표님은 사무실에 안 나온다. (언제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이 밖에도 최 씨 부부는 최 목사가 사망한 1년 뒤 1995년 5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100평 규모의 대지를 매입해 원룸(19세대)을 신축하기도 했다. 2002년 1월 최 씨 부부는 이 건물을 30억 원에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 부부만이 아니라 최 목사의 자녀들 대부분이 서울 강남 등지에 아파트, 빌라 등을 소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
올림픽 유치 투기논란 일던 곳
정치권으로부터 고 최태민 목사 일가의 재산 증식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순실 씨는 1985년 서울 신사동 100평대 토지를 매입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꾸준히 부동산에 투자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최 씨 부부는 강원도 평창군 용편면 도사리 일대에 임야 11만㎡(3만 3700평)과 대지 235㎡(71평) 그리고 목장대지 11만 8500㎡(3만 5800평)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4년 7월부터 최 씨가 매입한 이 땅들은 강원도 용편면 도사리 일대 총 11개 지역의 임야와 목장용지 등을 총 합한 규모다. 구입 당시 최 씨 부부 공동 명의로 샀던 토지는 현재 최 씨와 최 씨의 딸이 각각 2분의 1씩 나눠 소유하고 있다. 평창휴게소와 근접해 있는 평창군 도사리 일대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로 투기 논란이 일었던 지역 중의 한 곳이다. 이 지역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도사리 일대 임야의 경우 3.3㎡당 1만~2만 원선에 거래되고, 산이 완만한 경우 20만 원까지 호가가 올라간다”고 전했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