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격 DB 지분 변동에 계열사 설립·합병 진행 여파 눈길…DB그룹 “외부 시각은 추측일 뿐 사실과 달라”
DB그룹이 지난 9월 1일 광고대행사 DB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해 그룹 내 광고를 맡길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DB Inc(이하 DB)와 DB글로벌칩, 김준기 창업회장의 장녀 김주원 부회장이 총 5억 원 규모로 출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DB는 절반 가까운 지분을, DB글로벌칩이 30%대의 지분을, 김주원 부회장이 10%대 지분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DB커뮤니케이션즈 설립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김주원 부회장의 참여 때문이다. 향후 DB커뮤니케이션의 가치가 오르면 지난해 승진한 김주원 부회장의 존재감이 더 높아질 뿐 아니라 이를 재원으로 활용해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할 수도 있다.
지주사격 DB의 지분율 변화도 DB그룹 오너 일가 간 묘한 분위기에 궁금증을 더한다. 2021년 김준기 창업회장의 부인인 김정희 여사가 별세하면서 김 여사가 가지고 있던 DB 지분 1.1%는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주원 부회장에게 상속됐다. 그 결과 그해 말 기준 김준기 창업회장의 DB 지분율은 기존 11.2%에서 11.6%로 증가했고, 김주원 부회장 지분은 9.19%에서 9.87%로 늘었다. 반면 어머니에게 DB 지분을 상속받지 못한 김남호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16.83%를 유지했다.
김남호 회장의 DB 지분이 과반이거나 압도적이라면 모를까, 아버지인 김준기 회장과 보유 지분이 비슷한 상황에서 김남호 회장이 DB 지분 상속에서 제외됐다는 점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특히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주원 부회장의 DB 지분 합이 김남호 회장의 지분을 훌쩍 넘어선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이들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올지 궁금해진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김준기 창업회장이 김준기문화재단이 가지고 있던 DB 지분 4.30%를 매입하기도 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김준기문화재단이 가지고 있는 DB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김준기 회장의 DB 지분율이 15.91%까지 치솟아 김남호 회장과 지분 격차가 1%포인트 미만으로 좁혀졌다.
김남호 회장은 대신 김정희 여사가 가지고 있던 DB저축은행 주식 0.34% 지분을 김주원 부회장과 절반씩 물려받았다. 또 김남호 회장은 김정희 여사 가지고 있던 DB투자증권 35만 9378주 가운데 19만 3104주를 상속받았다. 김남호 회장의 DB투자증권 지분율은 기존 0.49%에서 0.94%로 높아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아버지인 김준기 창업회장의 지분율에는 한참 못 미친다. 김정희 여사의 나머지 DB투자증권 지분 16만 6274주를 받은 김준기 창업회장의 DB투자증권 지분율은 5%에서 5.39%로 높아졌다.
어머니에게 DB 지분을 받지 못한 김남호 회장은 다른 방식으로 DB 지분을 높이려 하고 있다. DB그룹이 추진하는 DB와 DB메탈의 합병을 통해서다. 2024년 2월 1일로 예정돼 있는 두 회사의 합병은 DB가 DB메탈을 흡수합병하고 DB는 DB메탈 주주에게 DB 신주를 발행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DB메탈 지분이 있는 김남호 회장(24.34%)은 합병을 통해 DB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주원 부회장이 아무런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DB메탈 지분을 각각 26.12%, 7.16%를 가지고 있는 DB인베스트와 DB스탁인베스트를 통해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주원 부회장도 DB 지분을 간접적으로 높일 수 있다. 김준기 창업회장은 DB인베스트와 DB스탁인베스트의 지분을 각각 73.5%, 34.1%를 보유하고 있으며 김주원 부회장은 DB스탁인베스트의 최대주주(36.8%)다. 합병을 통해 이들 회사가 받을 DB 지분 총합이 김남호 회장이 새로 확보할 수 있는 DB 지분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 합병에서 또 관심거리는 DB메탈의 최대주주 DB하이텍(26.9%)이 합병 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DB 신주를 6개월 내 처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DB의 자회사인 DB하이텍이 DB 신주를 확보하면 상호출자관계가 형성되기에 이를 해소해야 한다. DB하이텍이 처분할 DB 신주를 누가 가져가느냐가 향후 주목할 만한 점이다.
DB그룹 관계자는 “DB그룹 오너 일가는 김준기 창업회장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오너일가 간 경영권을 두고 분쟁이 발생할 여지는 없다”고 일축한 후 “DB커뮤니케이션즈 신설 및 DB와 DB메탈 간 합병을 둘러싼 외부의 시각은 추측일 뿐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DB커뮤니케이션즈에 김주원 부회장이 출자한 것에 대해서는 “한 계열사가 50% 이상 지분을 소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김주원 부회장이 자금을 투입한 것”이라며 “DB커뮤니케이션즈의 자본금 규모를 생각해보면 김주원 부회장에게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DB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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