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무역·브랜드 사업과 합금철·건설 시너지 의문…DB그룹 “서로 보완하며 성장 기대”
#합병 시너지 낼 수 있을까
DB아이엔씨는 지난 8월 16일 비상장법인 DB메탈을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피합병법인인 DB메탈은 DB아이엔씨의 손자회사로 합금철 및 건설 사업을 하고 있다. DB아이엔씨는 현재 IT, 무역, 브랜드 사업을 영위 중이다. DB아이엔씨는 이번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신성장동력 창출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합병이 성사되면 김남호 DB그룹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DB아이엔씨 지분율은 43.82%에서 52.47%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DB하이텍 2대주주인 KCGI는 이번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DB하이텍은 DB메탈의 모회사이자 DB아이엔씨의 자회사다. KCGI는 과거에도 DB하이텍의 물적분할에 반대하며 DB그룹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KCGI는 DB아이엔씨가 DB메탈을 흡수합병하면 동반부실을 초래해 DB하이텍에 대한 지원 여력이 저하되는 등 DB그룹 전체의 재무적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DB아이엔씨는 올해 2분기 65억 7400만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반면 DB메탈은 27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DB메탈의 적자는 합병 법인에 대한 부실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DB하이텍은 반기보고서에서 DB메탈 지분에 대한 손상검사 수행 결과 226억 3200만 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손상차손이란 회수가능액이 장부상 금액보다 적을 때 그 차액을 회계장부에 손실로 반영하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DB메탈의 실적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DB메탈은 지난해 매출 6709억 원, 영업이익 1409억 원을 기록하며 DB하이텍의 ‘알짜 자회사’로 분류됐다. 즉, DB메탈이 산업 특성상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뿐, 부실기업이라는 평가는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다만 DB메탈이 비상장법인인 까닭에 합병을 진행하면 우회상장 이슈에 직면하게 된다. 비상장법인이 상장법인과의 합병이나 자산 양수도 등을 통해 정상적인 신규 상장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상장하는 것을 우회상장이라고 한다. 우회상장을 진행하면 상장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부적격 기업이 상장될 수 있고, 이는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의 합병은 한국거래소의 정당성 여부를 심사받아야 한다. 심사가 승인되지 않으면 합병 절차는 중단된다.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부호가 남아 있다. IT·무역·브랜드 사업과 합금철·건설 사업의 접점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DB그룹 관계자는 “DB아이엔씨는 매출 구조와 수익성이 안정적이지만 성장동력이 필요하고 DB메탈은 업황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까닭에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성장성이 대단히 큰 회사다”라며 “양사가 자산 규모가 비슷한 까닭에 두 회사가 서로 보완하면서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으리라는 전략적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DB하이텍에 미치는 영향은?
합병 소식이 알려지면서 DB하이텍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당분간 DB그룹 지배구조 이슈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별도 기준 자산총액이 5000억 원 이상이면서 자회사 지분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 50%를 넘는 기업은 지주사로 자동 전환된다. 또 지주사는 전환 2년 안에 자회사 지분 3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해 5월 DB아이엔씨가 관련 기준을 충족해 지주사로 전환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문제는 DB아이엔씨가 보유하고 있는 DB하이텍 지분이 12.42%밖에 없다는 것이다. DB아이엔씨로서는 수천억 원의 자금을 들여 약 18%의 DB하이텍 지분을 매입하거나 DB하이텍을 매각해야 한다. 이후 DB하이텍 주가가 하락하면서 DB아이엔씨의 자산총액에도 변화가 발생했고, DB그룹도 지주사 요건에서 벗어났다. DB그룹으로서는 한시름 덜었지만 비슷한 문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DB아이엔씨의 덩치는 키우고, DB하이텍의 가치는 떨어뜨려야 한다. DB메탈 인수는 DB아이엔씨의 덩치를 키우는 방향인 셈이다.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정상적인 지주사 형태를 갖추고 영업을 하라는 국내법을 회피하려고 일부러 생뚱맞은 회사를 모회사 산하에 편입해 자산가치를 키웠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DB아이엔씨에서 DB하이텍을 계속 보유할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꼼수를 통한 회피가 반복되고 있어 DB하이텍의 경영권이 불안한 상태로 유지되고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증대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DB하이텍이 올해 5월 팹리스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것도 DB하이텍의 기업가치 하락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산 바 있다. 다만 DB그룹의 ‘꼼수’로 치부하기에는 각 사업의 원만한 성장을 위해 분리가 옳은 선택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왜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 방식을 택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는 하지만 사실 팹리스 부문의 사업 비중이 아직 크지 않아서 실제로 기존 주주가 들고 있는 주식 가치가 크게 희석될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DB하이텍의 2분기 실적 악화가 이어지며 주가도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DB하이텍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0%와 58% 하락한 3088억 원과 899억 원이었다. 하반기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앞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특히 올해 2분기에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을 선주문하며 실적을 방어했지만 하반기에 그만큼이 빠질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체적인 공장 가동률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텐데 2021~2022년에 투자한 설비의 감가상각비를 감안하면 비용은 늘어나기 때문에 하반기 영업이익은 상반기의 절반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DB하이텍 관계자는 “글로벌 전방산업 수요 부진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부진했던 측면이 있다”며 “향후 자동차·산업 분야 고부가 제품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제고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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