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일 가까워 지면 주가 하락, 승자 관련주도 상당수 내리막길…“투자자 보호할 만한 제도 마땅찮아”
지난달 26일 야당 유력 정치인이자 각종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그동안 이재명 대표의 구속 여부를 두고 국민들의 관심이 높았던 터였다. 지난해 치러진 20대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뛰었던 이재명 대표는 제1야당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다.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이 결정되자 이른바 이재명 테마주로 불리는 종목인 에이텍과 오리엔트정공은 이튿날 27일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에이텍은 최대주주인 신승영 씨가 이재명 대표가 과거 성남시장 시절 민관협력공동체 성남창조경영 최고경영자(CEO)포럼의 운영위원장이었다는 점에서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동신건설은 이재명 대표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 본사가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테마주로 분류됐다.
이 두 회사는 전형적인 정치 테마주로 분류할 수 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치 테마주에 대해 “기업의 경영진 또는 지배주주가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유력 대통령 후보와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면서 가격이 급등락을 보이는 주식 종목”이라고 정의했다.
다만 그 관계는 막연한 경우가 많았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대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여론조사 지지율이 가장 높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정치 테마주로 언급되는 83개 종목 가운데 44%는 대선 후보와 기업 경영진 사이에 공통 지인이이 있는 회사였다. 이어 대선 후보와 경영진과의 사적인연(18%), 학연(16%) 등 해당 기업의 사업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막연한 관계가 대다수였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정치 테마주로 엮인 종목들은 신뢰하기 어렵다. 정치 테마주 당사자인 정치인이 기업과의 관계를 부정하는 경우에도 주가가 오를 만큼 정치 테마주의 주가는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 기간 마땅한 근거 없이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른 정치 테마주는 대선 이후 대체적으로 하향세를 나타냈다. 대선 승자 관련 테마주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대선을 승리한 윤석열 대통령 관련 테마주 상당수는 대선(지난해 3월 9일)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사외이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 출신 이력이 같아 테마주로 분류된 서연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경선 후보 선출 당시인 2021년 11월 5일 1만 7000원 대까지 올랐지만 현재 7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NE능률 최대주주가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파평 윤씨 종친회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 테마주로 묶이기 전 3000원을 밑돌던 NE능률은 대선 기간 1만 9550원(2021년 11월 1일 종가)까지 상승했다가 현재 4000원 대까지 내려왔다.
남길남 선임연구위원은 “기업가치와 본질적으로 관련이 없는 정치 테마주 현상은 과거 대통령 선거 사례를 보면 결국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공통적으로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증시의 구조적인 원인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 회장은 “한국증시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이 70% 정도로 미국(30%)에 견줘 높은 편”이라면서 “상대적으로 정보력에서 밀리는 개미 투자자들이 시세를 조종하는 테마주 세력들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치 테마주 투자에 주의가 당부되고 있지만 감독당국 차원에서 대비할 마땅한 근거가 없다. 투자자 스스로 막연한 기대감에 정치 테마주에 투자를 결정한 경우가 많아서다. 조연행 회장은 “정치 테마주의 근거가 되는 정보에 대해 투자자 스스로 기업의 가치와 무관하다는 것을 알고 투자하는 것이라 감독 당국이 투자자를 보호할 만한 제도가 마땅치 않다”면서 “투자자 스스로가 정치 테마주에 투자할 때 더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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