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국 밀수 총책과 네트워크 형성해 한국 노려…30만 명 투약 가능한 필로폰 9kg 경찰 압수
2022년 12월 경찰은 재중동포(조선족)로 구성된 판매책들이 수도권 일대에 대량의 필로폰을 유통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첩보를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위장거래를 통해 조선족 마약 유통 조직에 접근했다. 그렇게 관련 첩보가 사실임을 확인한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드롭퍼(Dropper)라 불리는 말단 마약 운반책을 검거한 뒤 마약 유통책을 거쳐 매수 및 투약자까지 수사를 순차적으로 확대했다.
결국 경찰은 ‘조선족 마약 유통 조직’의 국내 조직원 대다수와 투약자 등을 검거하는 성과를 올렸다. 10월 22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를 국내에 밀수·유통한 혐의로 피의자 37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37명의 피의자 가운데 1명은 밀수책이며 8명은 유통책이다. 이외에 28명은 매수 및 투약자다. 또한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시가 300억 원 상당의 필로폰 9kg을 압수했다. 만약 경찰 수사가 조금만 느렸다면 필로폰 9kg이 국내에서 유통될 뻔했는데 경찰이 이를 사전에 차단했다. 필로폰 9kg은 3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또한 경찰은 이들 조직의 불법 수익금과 그 가운데 2억 2500만 원으로 구매한 아파트에 대해 이미 8월 29일 법원에서 기소 전 전액 몰수 보전 인용 결정을 받았다.
그렇지만 엄밀히 말하면 본격적인 수사는 이제부터다. 국내 수사는 어느 정도 정리됐지만 이제부터 해외 공조 수사가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들 조선족 마약 유통 조직의 총책 A 씨(42) 등 2명은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이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해 놓았다.
경찰에 검거된 국내 유통책들은 중국에 거주하는 총책 A 씨의 지시에 의해 마약 유통 등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총책 A 씨는 중국 국적의 남성으로 2019년 4월 필로폰 수수 등의 혐의로 국내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중국으로 강제 추방된 인물이다.
강제 추방된 뒤 A 씨는 한국 체류 당시 파악한 국내 마약유통 시장 관련 정보를 활용해 한국에서 직접 마약을 유통하기 위해 범죄조직을 만들었다. 자신의 아내 B 씨(49)와 처조카 C 씨(35), 고향 친구 등을 중심으로 점조직 형태의 범죄조직을 만들었는데 특이한 점은 조선족으로만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까닭에 ‘조선족 마약 유통 조직’이라 불린다. 이에 경찰은 A 씨가 마약류 범죄를 목적으로 조직을 결성했다고 판단해 형법상 범죄집단 구성 및 가입·활동죄도 적용했다.
이후 A 씨는 캄보디아·나이지리아·태국·미국·중국·필리핀 등 6개국 밀수 총책과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안정적으로 마약을 공급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이들과 마약 구매 대금을 주고받을 땐 중국의 간편결제서비스인 위챗페이 등을 활용해 수사기관의 자금 추적을 차단했다.
조선족 마약 유통 조직은 총책 A 씨의 지시에 따라 과일 통조림 캔, 자전거 안장, 야구배트, 속옷 등에 숨겨 국내로 마약을 들여왔다. 이들이 국내에 불법 유통한 마약류는 필로폰, 케타민, 엑스터시 등이다.
이번에 검거된 유통책 5명은 2022년 12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주거지 냉장고 등에 필로폰 7.8kg을 보관하며 661g을 차례대로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2022년 6월부터 2023년 2월 사이 조직 내 운반책(드롭퍼)을 통해 수도권 일대에서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약 5.5kg을 판매한 유통책도 검거됐다. 검거된 밀수책은 2023년 1월 25일부터 9월 14일 사이 3회에 걸쳐 필리핀 세부에서 귀국하며 가방과 속옷 등에 필로폰 490g을 숨겨 입국한 혐의를 받고 있다.
총책 A 씨는 해외에 체류 중이지만 아내 B 씨는 현재 구속돼 있는 상태다. B 씨가 구속된 것은 이번 사건 때문이 아니다.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총책 이 아무개 씨의 지시를 받고 마약 1kg가량을 판매한 혐의로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 현재 경찰은 ‘조선족 마약 유통 조직’ 총책 A 씨가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총책 이 씨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이미 5월에 한국 경찰과 중국 공안의 해외공조 수사를 통해 중국 현지에서 검거됐다. 다만 중국 공안이 이 씨의 중국 현지 추가 범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신병 인도에 소극적인 상황이라 아직 국내 송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남성신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1계장은 “총책을 특정해 적색수배까지 했고 국내에 활동했던 조직원들은 저희들이 모두 검거했다”면서 “총책이 살아 있는 한 (조직이) 재건될 수 있겠지만, 그 아래 손발이 잘렸기 때문에 다시 재건되는 데 상당한 시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최근 검거된 태국 파타야 갱단 두목 살인사건 공범, 멕시코 카르텔 등과도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9월 12일 필로폰 등 마약류 유통 일당 8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하고 이 가운데 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마약을 밀수해 국내 유통책에게 전달한 밀수책 미국인 D 씨(29)도 당시 검거됐는데 그가 2015년 11월 태국 파타야 갱단 두목 살인사건의 공범으로 확인됐다. 태국 사법당국이 D 씨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를 하지 않은 터라 관광객으로 위장해 한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
A 씨가 D 씨는 물론이고 멕시코 카르텔과도 연관돼 있다는 의미는 A 씨가 6개국 마약 밀수 총책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거듭 확장하려 해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결국 해외공조 수사를 통한 총책 A 씨 등에 대한 빠른 검거가 절실하다. 또한 검거가 이뤄지면 빠른 국내 송환이 이어질 수 있는 외교적 노력도 필요한 상황이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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