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구급차 개발 이력, 김한길과 친분 눈길…의료 민영화 등 거침없는 과거 발언 우려도
#4대가 한국에 헌신
인 위원장은 한국에서 의료봉사와 선교활동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1895년 전라남도에서 선교 활동을 한 미국인 선교사 유진 벨이 그의 외증조부다. 유진 벨의 딸 샬롯 벨은 인 위원장 할아버지인 윌리엄 린튼과 결혼했다. 린튼은 전주와 군산 등에서 선교와 의료 봉사를 하는 선교사였다. 그는 한국 독립운동에도 관여했다. 백범 김구의 주치의 역할을 했고, 3·1 운동 때는 기미독립선언서 작성에 참여했다. 독립선언서 내용을 해외에 홍보하는 역할도 맡았다. 1940년 일본제국은 신사참배를 거부한 그를 강제 추방했다. 린튼은 3·1 운동 91주년인 2010년 3월 1일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인 위원장의 아버지 휴 린튼은 전라북도 군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한국전쟁 때 미군 소속으로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했다. 이후 한국에 남아 전라남도 순천 일대에서 순천 기독치료소를 설립하는 등 결핵 퇴치에 헌신했다.
전주에서 태어난 인 위원장은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순천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해 서울로 왔다. 1980년 휴교령으로 순천에 내려와 있던 인 위원장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맞닥뜨린다. 당시 인 위원장인 외신과 시민군의 영어 통역을 도왔다. 2019년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한 인 위원장은 “(5·18 당시) 외신들이 보니 젊은 애가 영어뿐만 아니라 한국말도 하는 거다. 그래서 (외신의 요청으로) 급히 기자회견 통역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때부터 인 위원장은 5·18의 ‘푸른 눈의 목격자’로 불리게 된다.
인 위원장은 1987년 의사가 됐고, 1991년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으로 임명됐다. 1995년에는 증조부 유진 벨의 한국선교 100주년을 기념해 미국에 유진 벨 재단을 설립했다. 인 위원장은 재단을 통해 북한에 식량, 앰뷸런스, 결핵약 등을 지원했고 북한에 200여 개의 결핵 진료소를 설립했다.
1984년 순천에서 인 위원장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 택시 뒷자리에 실려서 병원으로 가던 중 사망했다. 인 위원장은 이 사건을 계기로 구급차 개발에 뛰어들었고, 1993년 한국형 구급차를 개발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2012년에는 특별귀화 1호로 한국 국적을 받았다. 인 위원장은 ‘린튼’의 린을 두음법칙에 따라 ‘인’으로 정했다. 본관은 ‘순천 인씨’다.
인 위원장은 2012년 정치권과 연을 맺었다.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았다. 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2015년 한국보건재단 4대 총재를 지냈고,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보수 계열 정당에 입당한 적은 없다.
#인요한의 거침없는 입
인 위원장 인선을 두고 정가에선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을 주목한다. 두 사람이 방송에 출연해서 친밀한 모습을 보이는 등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10월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요한 씨뿐 아니라 당의 어떤 자리에 대해서도 인사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인 위원장은 2019년 김한길 최명길 부부의 여행기를 다뤘던 채널A ‘길길이 산다’에 출연한 바 있다. 이때 김 위원장이 “인 박사라고 불러야 하나요”라고 묻자 인 위원장이 “불편해요. 그냥 동생이라고 하세요”라고 답했다.
인 위원장은 2022년 12월 국민통합위원회의 유튜브 채널 ‘통합으로 가는 길’ 방송에도 출연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인 위원장의) 삶 자체가 현대사이기도 하고 국민통합을 위해서 10여 년 전부터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인요한 교수”라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 말처럼 인 위원장의 이름은 현대사 곳곳에서 등장한다. 인 위원장은 2015년 3월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 대사가 피습당했을 때 리퍼트 대사를 치료한 의사 중 한 명이었다. 당시 인 교수는 YTN 인터뷰에서 “(범인인 김기종을 지지하는 반미 성향 단체들이) 한국 민주화를 위해서 유신에 반대한 사람, 전두환 독재에 반대한 사람, 그런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선을 확실하게 그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2011년 1월 ‘아덴만여명’ 작전에서는 중태에 빠진 석해균 선장의 한국 이송을 도왔다. 담당 의사였던 이국종 교수가 에어 앰뷸런스(의료 전용 항공기)를 섭외할 수 있도록 조력했다. 인 위원장은 에어 앰뷸런스를 운영하는 스위스 기업에 이 교수 신원을 보증해 줬다.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 사이다. 이 교수는 스승인 인 위원장을 “한국형 앰뷸런스를 최초로 개발하고 한국 의료계의 전반적인 수준을 업그레이드 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인 위원장은 거침없는 입담으로 유명하다. 그는 여러 공식적인 자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백선엽 장군을 존경한다며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8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에서 “저는 좌익진보라는 사람들이 아직 철이 안 든 로맨티시스트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지나고 보니 박정희는 위대한 지도자였고, (대한민국은) 박 대통령을 만난 게 행운이었다”고 했다.
2017년 7월 4일 기독일보 보도에 따르면 인 위원장은 한 강연에서 “링컨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보다 백배는 더 독재 했다”며 “미국 사람들은 사람의 업적을 평가할 때 ‘시대성’을 감안한 평가를 하는데, 대한민국은 당시의 ‘시대성’은 배제하고서 오늘의 잣대로 옛날을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2022년 10월 고 박 전 대통령 서거 43주기에서 추도사를 읽었다.
앞서의 강연에서 인 위원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만났던 일화도 소개했다. 노 전 대통령이 대북 정책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인 위원장은 “이북의 상황은 집안에 정신박약아를 키우는 것과 같다. 상황이 골치 아프다. 10년, 20년 갈 수 있는 아주 단단한 정책을 펴야 한다. 가슴이 뜨거운 정책을 펴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고 회상했다.
2022년 8월에는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나와 “백선엽 장군이 일본에서 훈련받았다고 하면 조지 워싱턴도 나쁜 사람”이라며 “그런 식으로 따지면 미국도 잘못된 나라다. 워싱턴이 영국 사람이니까”라고 했다. 당시 인 위원장은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 정책자문위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이어 인 위원장은 “조심스럽지만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에 대해서 (의문이) 많다. 저도 5·18에서 통역을 한 사람이지만, (가짜 유공자에 대한) 의문이 많으니까”라며 “정말로 (5·18에) 기여한 사람은 예우 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명단에서 제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이라고 밝혔다. 10월 23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한번은 김대중 대통령과 독대했는데 제가 ‘전두환 모가지 확 잡아야죠’ 그랬다”며 “대통령께서 ‘인 원장, 보복이란 게 몹쓸 것이야’ 이랬다. 김 대통령이 취임식 때 전두환, 노태우를 앉혀 놓은 것 보고 한 번 더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인터뷰나 강연 때마다 이 일화를 소개하는 인 위원장은 이러한 김 전 대통령의 관용과 용서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 위원장은 종교적으로도 보수적인 성향으로 평가 받는다. 2018년 3월 22일 ‘CBS 초대석’에서는 “자유주의 신학은 교계의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이라고 했다. 자유주의 신학은 성경의 권위와 신의 초자연적인 역사를 부인하고 인간의 이성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신학 사상을 말한다.
유튜브 채널 ‘C채널방송 : TV’를 보면 인 위원장은 7월 전국 장로수련회예장통합 강연에서 “여러분 66권의 성경 말씀을 지켜야 한다. 거기서 이탈하면 후천성면역결핍증에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인 위원장은 “유교를 봤더니, 중국 영화 보면 소림사 가서 뭐를 배워서 부모 원수진 놈 눈 하나 파야 해. (유교는) 보복의 종교다. 상당히 무섭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의료 민영화 주장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인 위원장은 2009년 국회에서 열린 의료선진화 정책토론회에서 “한국의 건강보험은 사회주의적 경향이 강하다”며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의사들은 불필요한 진료로 예산을 낭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2009년 매일경제 기고문에서는 “민간의료보험 도입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소외계층을 위한 안전망으로 국민건강보험을 유지함과 동시에 부유층이 이용할 수 있는 사보험을 만들어 국민건강보험과 사보험이 상호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인 위원장은 의료 민영화에 반대하는 보건의료노조와 갈등을 빚어왔다. 인 위원장이 선임된 직후인 10월 23일 보건의료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국민건강보험을 사회주의적이라고 비판하고 부자를 위한 의료서비스 강화를 주장하는 인사가 여당 혁신위원장이라는 사실이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장이 된 다음에도 거침없는 입담을 보였다. 10월 23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어록을 인용하며 “와이프하고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의 거침없는 과거 발언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10월 23일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인요한 위원장의 부적절한 말실수 이런 것들이 (언론에) 나올 것 같다”며 “(발언과 관련된) 비판이 나올 것 같은데 그런 우려와 비판도 인 위원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서 제대로 된 혁신안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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