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과의 미국 내 특허전쟁에서 완패한 뒤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애플 소송에서 9명의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의도적으로 애플의 특허 6건을 침해했다며 10억 5000만 달러(약 1조 2000억 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삼성이 주장한 애플의 통신특허 침해는 단 한 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국내 산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 배심원단의 ‘애국주의적 평결’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그런데 일각에서 이러한 사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삼성 측은 그에 대비해 재판을 진행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과거 미국에서 활동했고 현재 국내 대형 로펌 소속인 한 기업 전문 변호사는 “애플은 미국인에게 미국 산업의 상징과 자존심”이라며 “일반인들이 재판에 참여하는 미국의 배심원제를 염두에 뒀다면 배심원 평결까지 가지 말고 애플 측과 합의해 피해를 줄였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 대형 사건의 경우 실제 배심원단과 성향이 같은 사람들을 배심원을 설정해 ‘목 트라이얼(Mock Trial·모의 배심원 재판)’을 하는데, 이번 사건에도 목 트라이얼을 통해 삼성 측은 이러한 결과를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합의하지 않고 강행한 것은 삼성 내부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거나 그룹 수뇌부의 강행 결정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4월 15일 애플이 특허 침해로 삼성을 제소한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최지성 삼성 부회장이 나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와 여러 차례 공식·비공식 협상을 벌였으나 지난 8월 18일 최종 결렬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결과론적 분석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런 평결이 나오리라고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만큼 말도 안 되는 평결임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평결 전 합의했다고 해도 평결에서 나온 손해배상액보다 특허료가 절대 적지 않았다. 그렇게 굴욕적인 조건에 합의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평결 이후 일부에서는 ‘완패 책임론’도 제기하는 상황이다. 앞서의 변호사는 “이제부터라도 로펌과 삼성 실무 팀을 바꿔야 한다”며 “그대로 가져간다면 기존의 논리를 반복, 강화할 수밖에 없어 삼성은 더 불리해지지만 로펌으로서는 수임료를 더 챙길 뿐 잃을 게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도 “특허소송은 현재 9개국 30건이 진행 중이다. 이 중 하나가 끝나가는 상황이므로 팀 교체는 시기상조”라며 “교체론은 ‘월드컵 지역예선 첫 경기에 졌다고 감독을 바꾸자’는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삼성이 과연 불리한 상황에서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
로펌 교체설에 삼성 “무슨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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