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씨, 공범 의혹 적극 부인 vs 전 씨 “남현희도 범행 인지”…분위기 냉랭, 전청조 독대 요구 남현희 단칼 거절
일반 대중에게 ‘전청조’라는 사람이 처음 알려진 여성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남현희 씨가 한 발언이다. 그리고 채 20일도 되지 않아 두 사람은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만났다. 그것도 대질 조사를 위한 만남이었다. 이 자리에서 남현희 씨의 일성은 “뭘 봐”였다.
11월 8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42)와 전청조 씨(27)를 함께 불러 경찰 대질 조사를 6시간 진행했다. 남현희 씨는 이날 오전 9시 50분 무렵 서울 송파경찰서에 도착해 오전에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현재 전청조 씨는 고소·고발 11건, 진정 1건 등 모두 12건의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기 범행 피해자 수는 모두 20명으로 피해 규모는 26억여 원이다. 남현희 씨는 이 가운데 한 사건에서 사기 혐의 공범으로 피소돼 피의자 신분이다.
남현희 씨를 전청조 씨와 함께 고소한 전문직 부부는 남현희 펜싱아카데미 수강생의 학부모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 가운데 의사인 남편이 전청조 씨의 투자 설명회에 참석했는데 이후 부부가 앱(애플리케이션) 개발 명목으로 전 씨에게 돈을 건넸다. 이들 부부는 경찰 피해자 조사에서 전 씨가 투자금을 요구하는 자리에 남 씨가 함께 있었으며 자신들이 건넨 투자금을 남 씨가 직접 세어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남현희 씨는 경찰 측에 거짓말탐지기와 대질 조사 등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경찰 역시 이들의 대질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 11월 8일 대질 조사가 성사됐다.
8일 오전 남 씨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한 서울 송파경찰서는 오후 2시부터 남 씨와 전 씨의 대질 조사를 시작했다. 대질 조사에는 남 씨와 전 씨가 참석했으며 남 씨 측 법률대리인 2명과 전 씨 측 법률대리인 2명도 동석했다. 그리고 두 사람을 고소한 펜싱 아카데미 학부모 1명도 참석했다.
그렇게 시작된 대질 조사는 상당히 냉랭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대질 조사를 통해 다시 만난 남현희 씨가 전청조 씨를 보자마자 짜증스럽게 “뭘 봐”라고 발언했을 정도다. 경찰은 원만한 대질 조사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판단해 발언 순서를 정해 각각의 진술을 청취했으며 남 씨와 전 씨가 직접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하도록 했다.
조사 과정에서 전청조 씨가 경찰 수사관에게 “남현희와 단둘이서 5분만 이야기하고 싶다”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런 요구를 남현희 씨가 바로 거절하면서 독대는 이뤄지지 못했다. 대질 조사 내내 남 씨는 전 씨와 말을 섞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하는데 이와 달리 전 씨는 뭔가 대화를 시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질 조사의 핵심은 우선 남현희 씨가 전청조 씨의 사기 범행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물론 남 씨와 전 씨가 범행을 공모했는지가 주요 쟁점이지만 남 씨가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터라 범행 인지 여부부터 따져봐야 했기 때문이다.
남현희 씨가 모든 조사를 마치고 송파경찰서를 빠져 나온 것은 밤 11시 30분 무렵이다. 남 씨가 경찰서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9시 50분 무렵이었음을 감안하면 14시간 40여 분가량이나 경찰서에 머물렀다. 모두 조사 시간은 아니었다. 전 씨와의 대질 조사가 끝난 시간은 저녁 8시인데 남 씨는 3시간 30분가량 조서를 검토한 뒤에야 경찰서에서 나온 것.
남현희 씨는 피의자 신문과 대질 조사에서 적극적으로 공범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씨는 경찰 조사 직전인 8일 새벽 SNS(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이미 강하게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여기서 남 씨는 “이름 빼고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전청조에게 속았다. 전청조가 나를 공범이라 몰기 위해 자신의 짐을 우리 집으로 보낸 것”이라며 “26년 동안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위선양을 위해 인생을 다 바쳐 살았다. 앞으로 얼마나 제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말 제가 죽어야 이 사건이 끝나는 겁니까”라고 호소했다.
반면 전 씨는 남 씨가 사기 범행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경찰 조사가 모두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전 씨 측 법률대리인단은 “전청조 씨는 이미 올해 3월부터 남현희 씨에게 범행에 관해 이야기했다는 입장”이라며 “남 씨가 전 씨의 범행을 알고 있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피해자 측도 같은 의견”이라고 밝혔다.
대질 조사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전 씨 측 법률대리인단은 “오늘 조사가 길게 이뤄질 예정이었는데 남현희 씨가 돌연 몸이 매우 아프다고 해서 저녁식사 이후 조사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남현희 씨 측 법률대리인은 다음 날 “어제 저녁 건강 상태 급격히 악화했다. 이 사건 터진 후 2주 동안 잠도 거의 못 자고 먹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위험한 고비도 있었다”며 “어제 늦은 밤까지 조사 예정되었으나, 쓰러질 것 같아 저녁까지만 했다. 전청조 씨가 구치소로 가면 남현희 씨와 경찰이 함께 구치소로 찾아가는 형태로 대질 조사가 이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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