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송유진 기자 eujin0117@ilyo.co.kr |
가장 대표적인 ‘한탕’ 시장은 중소형주와 코스닥이다. 지난 8월 중형주는 5.92%, 소형주는 5.53%, 코스닥은 무려 8.71% 올랐다. 대형주가 0.43%, 코스피가 1.23% 오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상승률이다. 시장으로 봐서 이 정도지, 개별 종목으로 보면 상승폭은 더 가파르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종목 가운데 8월 한 달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인 것은 CJ오쇼핑(20.42%), 파라다이스(24.71%), 에스엠(17%), CJE&M(23.44%), 젬백스(22.01%), 인터블렉스(31.28%), 6종목이나 된다.
최근 들어서는 파생을 활용한 상품들도 각광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신주인수권부사채(BW)다. 서울 강남 등 거액자산가들 사이에서 최근 ‘잭팟’이 터지며 입소문이 났다. 8월 공모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선 상장사는 신화인터넷, STX, 티이씨앤코 3곳이었다. 운영자금을 확보할 목적으로 진행된 STX의 1000억 원 BW 공모에는 4조 7311억 원이나 몰려 경쟁률이 47.3 대 1에 달했다. 신화인터텍과 티이씨앤코도 각각 29.8 대 1과 32.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BW는 기본적으로 주식을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즉 옵션에 투자하는 것이다. 주가 변동폭만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까닭에 현물 주식보다 투자원금은 적게 들이면서, 투자수익률은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주가가 1000원인 주식을 9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옵션)가 100원이라고 치자. 주가가 1200원으로 200원 오를 경우 현물주식 투자자는 20%의 수익이 나지만, 옵션투자자는 100원을 들여 200원의 차익을 거뒀으므로 200%의 수익을 낸 셈이다. 이미 기아차나 아시아나항공 등의 BW가 ‘대박’을 낸 적이 있어 투자자들의 학습효과도 충분하다.
지난해 초단타매매자(스캘퍼, Scalper)에 대한 증권사들의 특혜 논란으로 고사 직전까지 몰렸던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도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거래소의 규제책 시행으로 4~6월까지 2분기 동안에는 한 달 거래대금이 1조 5000억 원 안팎에 그쳤다. 하지만 7월 들어 2조 3000억 원으로 거래가 늘었고, 8월에는 2조 5000억 원을 넘어서며 5개월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ELW 역시 특정 종목이나 지수를 미래의 시점에 지정된 가격으로 팔거나 살 수 있는 권리, 옵션이다. 다만 ELW 시장에서는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를 바탕으로 한 상품이 많다. 기초자산인 현물 주식의 거래가 충분해야 ELW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ELW 거래가 늘어난 것도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가 애플과의 소송전으로 크게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8월 한 달 22거래일 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2% 이상 움직인 날은 무려 6일이나 된다. 200조 원의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하루에 4조~5조 원의 가치가 변동한 셈이다. 8월 27일에는 무려 7.5%나 주가가 폭락했는데, 이날 ‘신영2187삼성전자풋ELW’는 지난 24일보다 무려 750% 오른 85원에 거래를 마쳤다. ‘동부2335풋ELW’도 300% 올랐고 ‘한국2558풋ELW’(300%) ‘대우2354풋ELW’(300%) 등도 크게 올랐다. ELW는 주식처럼 거래되고 가격제한폭이 없기 때문에 지난 24일 종가에 사서 이날 종가에 팔았다면 상승률만큼 수익을 얻게 된다.
한탕 투자 바람이 거세지면서 주식뿐 아니라 채권시장에서도 관련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9월 중 ‘국고채 장기(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를 허용할 계획이다. 국채 선물 등을 활용해 기초자산인 국채의 실질 만기를 2배로 늘린 효과를 보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BW에 투자할 때도 전문가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BW는 일반 회사채로 자금조달이 되지 않는 기업들이 발행한다는 점에서 최소한 BBB- 신용등급을 가진 발행사 것을 선택해야 한다. 회사의 재무상황이나 업황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면서 “일부에서는 증권사 및 기관투자자와 짜고 BW 관련 작전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ELW의 경우에도 위험회피 목적이라면 괜찮지만, 투기적으로 접근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조언이 많다. 한 증권사 트레이딩룸 관계자는 “ELW 시장은 기본적으로 LP(유동성공급자)와 스캘퍼 등 전문 투자자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또 여전히 LP들의 호가 범위가 제한돼 거래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충분한 만기와 거래규모 등을 갖춘 종목을 중심으로 현물 주식의 변동성 위험을 회피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국고채 레버리지 ETF도 주의가 필요하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담당 책임자는 “채권시장의 변동폭은 주식시장보다 낮아 레버리지 상품을 잘못 건드렸다가 손해를 볼 경우 회복하기는 더 어렵다”며 “투기적 접근은 올바르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