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력 강화 위해선 부친 정몽준 이사장 지분 승계 필요성…“6000억 넘은 세금 마련할 창구 없어” 지적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정기선 부회장의 지분은 5.26%다. HD현대의 최대주주는 정기선 부회장의 부친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으로 지분 26.6%를 보유하고 있다. 정기선 부회장의 경영 보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지분 승계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평가가 많다.
정기선 부회장이 경영권을 쥐기 위해선 지배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정몽준 이사장의 지분 승계다. 정 이사장이 보유한 주식의 시장가치는 지난 14일 종가 기준 1조 23000억 원 수준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30억 원을 초과하는 대주주의 경영권 주식에 대해선 50%를 과세해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정기선 부회장은 6135억 원 정도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정기선 부회장이 6000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마련할 창구가 없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계열사 지분을 자금줄로 활용할 수도 없다. 정기선 부회장의 HD현대 지분을 제외하면 HD한국조선해양 주식 544주, HD현대일렉트릭 주식 156주, HD현대건설기계 주식 152주뿐이다. 보수만으로도 세금을 감당하기 어렵다. HD현대와 HD한국조선해양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기선 부회장은 지난해 HD현대에서 5억 8900만 원, HD한국조선해양에서 5억 2500만 원으로 약 11억 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정기선 부회장이 HD현대의 고배당을 통해 경영권 지분 승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HD현대는 2018년 출범한 이후 고배당 기조를 유지 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D현대는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37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중간배당 900원을 포함하면 연간 주당 배당금은 총 4600원, 배당총액은 3200억 원 정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업황이 좋지 않았던 2020년 당기순이익이 864억 원으로 전년(5909억 원) 대비 85.3%% 감소했음에도 배당금은 2600억 원 정도였다.
다만 배당금으로 정기선 부회장이 자금 실탄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기선 부회장의 지난해 배당금 규모는 약 191억 원이다. 6000억 원 이상의 자금 마련을 하려면 갈 길이 멀다.
이런 상황에서 HD현대는 배당금 외에 상표권 사용료와 임대료 등 수입원을 확대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해 CI(기업 이미지 통합 작업)를 교체했다. 이에 HD현대는 현대오일뱅크, 현대일렉트릭, 현대제뉴인, 현대로보티스 등의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다. 이뿐 아니다. HD현대는 계열사별 인력 5000여 명을 지난해 완공한 분당 신사옥(GRC)으로 입주시켰다. 신사옥은 HD현대 소유로 지주사에서 계열사들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구조가 된 것이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연간 320억 원 정도의 상표권 사용료와 400억 원의 임대수익이 추가 발생할 전망”이라며 “상표권 사용료와 임대수익의 절반 정도를 순이익으로 간주했을 때 주당 500원의 배당금 상승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정기선 부회장이 핵심 계열사의 IPO를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건의 경우(정기선 부회장 재원 마련) 현대오일뱅크 IPO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당기순손실이 발생할 때도 HD현대에 수백억 원 이상의 배당금을 지급해왔다. 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에 △2018년 2451억 원 △2019년 2034억 원 △2020년 951억 원 △2021년 2961억 원을 배당했다. 이중 2020년에는 4575억 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백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에 정기선 부회장은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시 자금을 확보하고 배당금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의견이다.
우호세력의 지분 매입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HD현대의 우호세력인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아산나눔재단의 지분을 매입해 정기선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보탬이 될 수 있게 활용한다는 것이다. HD현대 3대 주주인 아산사회복지재단과 4대 주주인 아산나눔재단은 지분을 각각 3.90%, 0.49% 보유하고 있다. 특히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지난해 한국조선해양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HD현대 주식을 사들였다. 이에 2021년 12월 말 기준 HD현대 지분이 1.92%였던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지분은 3.90%로 확대했다.
하지만 일부는 경영권을 무조건 정기선 부회장이 쥐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상장기업의 경우 기업은 주주 소유라는 것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들이 경영을 잘하면 물려줄 순 있겠지만 상장사는 주주가 많지 않나. 주주를 고려해야 한다”라며 “미국처럼 ‘아들이여서 경영권을 승계한다’라는 개념보다는 기업 핵심 사업 분야에서 얼마나 오랜 기간 트레이닝(기업 운영 훈련)을 받았는지를 보고 그런 사람에게 경영권을 준다”고 설명했다.
HD현대 측은 경영승계 문제는 당장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정기선 부회장 승진은) 책임이 더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며 “경영승계 문제까지는 현재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
특혜 채용 있었나? 김용현 전 장관 이수페타시스 근무 이력 주목
온라인 기사 ( 2024.12.11 14:12 )
-
매각대금으로 활로 찾을까…금호건설의 아시아나항공 처분 시점 주목 까닭
온라인 기사 ( 2024.12.10 16:18 )
-
비상계엄 불똥, 부동산에도 옮겨붙나…장기 침체 전망에 무게 실리는 까닭
온라인 기사 ( 2024.12.06 16: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