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음란물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차 성징 이전의 아동을 상대로 성적 욕구를 느끼는 ‘페도필리아(소아성애증)’ 성향을 지닌 이들은 주로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자신들의 추악한 욕망을 발산해왔다. 최근 국민들을 공분케 한 여러 사건들에서도 알 수 있듯 페도필리아는 실제 아동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다분함에도 롤리타콤플렉스와 섞여 소아에 대한 단순 성적 취향 혹은 판타지쯤으로 치부돼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상당수 아동성범죄자들이 아동음란물 마니아였다는 사실이 훨씬 심각한 일이다. 페도필리아 성향의 사람들이 활동하는 카페는 관리자의 눈을 피해 수시로 생겨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으며 검색어도 훨씬 교묘해졌다. 이들 카페는 아동음란물을 교환할 수 있는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동의 성행위 장면이 담긴 게시물 교환 및 공유는 개인 이메일을 통해 극비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좀 더 자극적인 자료를 제약없이 볼 수 있는 등급이 되기 위해 운영자에게 희귀동영상을 ‘상납’하는 일도 흔하다.
주목할 점은 아동음란물에 심취한 이들이 실제 아동을 상대로 한 위험한 욕망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동구권 로리가 최고” “10살 넘으면 흥분 안 된다” “역시 서양 로린이(로리타+어린이)는 다르군” “저런 로리 어디서 구하나?” “귀염둥이랑 한번만 해봤으면” 등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이번 나주 사건의 피의자에 대해 “나주 로린이 보쌈사건 고종석 진심 부럽다” “당신이 진정한 용자(용기있는 자)” “당신이 갑! 위너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댓글도 있었다.
이상한 점은 유명 외국 포르노 사이트에서 ‘loli’ 혹은 ‘kid’ 라고 쳐봐도 파일이 검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검색된다 해도 교복을 입은 미소녀들의 나체 사진 정도로 13세 미만 아동과의 직접적인 성행위 장면은 찾아보기 어렵다. 온갖 종류의 음란물을 허용하는 외국에서조차 아동 음란물에 대해서만큼은 엄격히 규제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음란물을 접해본 이들이 상당수라는 것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성범죄 피의자들로부터 아동음란물을 압수한 경찰조차도 “대체 어디서 이런 해괴망측한 영상들을 구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할 정도다.
도대체 아동음란물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어떤 루트를 통해 유포되는 것일까. 취재 결과 여전히 인터넷에서는 좀 더 자극적인 아동음란물을 공유하기 위한 이들의 은밀한 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었으며 해외 사이트의 한국인 카테고리 상당량이 아동음란물로 채워져 있음이 드러났다.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일반 검색엔진으로 검색되지 않는 딥웹(Deep web)이 아동음란물 습득의 주요 통로로 이용되고 있으며 접속방법까지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들은 얘기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직장인 A 씨(33)는 “딥웹에서 가장 많은 커뮤니티가 아동포르노물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적인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카페 등을 통해 돌려보던 아동음란물은 음란물 축에도 끼지 못한다. 신생아를 상대로 한 영상부터 온갖 상황별로 없는 게 없다”라고 전했다.
경험자들에 따르면 이들 사이트는 단순 성행위를 넘어 온갖 엽기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7살 남짓한 소녀가 여러 건장한 남성들에게 능욕당하는 장면, 5살 여아를 상대로 한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성교 장면, 유아를 상대로 한 항문성교, 2살짜리에게 삽입을 시도하는 장면, 유치원생을 강간하거나 오럴섹스를 시키는 장면, 심지어 신생아를 상대로 성적 행위를 하는 장면, 강간과 살인이 동시에 이뤄지는 장면 등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영상들이 수두룩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아동음란물을 접하는 이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딥웹에서 아동음란물 경험담을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내용의 엽기성 때문일까.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많은 경험자들이 극도로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몇 달 전 호기심에 소아성애 사이트에 접속했다는 한 대학생은 “거의 넋을 잃었다. 인간이라면 절대로 봐서는 안 될 장면이다”라고 손사래쳤다. 또 다른 남성은 “고어물에 심취한 나머지 딥웹을 찾게 됐는데 아동포르노물은 잔혹한 고어물보다 더 끔찍하고 무서웠다. 구역질을 참을 수 없었고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한 직장인은 “인간의 악마성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다. 실제 상황이라는 게 너무 소름끼쳤다. 이런 사이트에는 아예 들어갈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아동성범죄자 김수철이 초등학생을 납치해 끌고가는 모습이 촬영된 CCTV 화면.김수철도 평소 아동음란물을 즐겨봤다. 연합뉴스 |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이젠 일반 야동엔 아무 느낌도 없어”
“역겨워서 바로 꺼버렸다.” 아동음란물을 접한 일반 사람들의 반응이다. 아동음란물을 접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불쾌감을 느껴 다시 찾지 않는다. 하지만 아동음란물에 중독된 사람들은 어린 아이의 알몸을 보고 성적 쾌감을 느끼며 더욱 자극적인 영상을 찾아 헤맨다.
중독에 빠지게 된 계기도 다양하다. 10살 터울의 여동생이 태어난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는 김 아무개 씨(21). 더 이상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그는 여동생을 적으로 느끼기 시작했고 이상증세가 나타났다. 상상 속에서 여동생에게 못하는 짓이 없었다. 급기야 성폭행을 하는 장면을 떠올리기도 했다. 여동생을 증오하던 김 씨는 급기야 여동생처럼 어린 아이가 등장하는 음란물만 찾아다녔다. 성인이 돼서야 여동생에게 죄책감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는 김 씨는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성인남녀가 등장하는 일반적인 음란물을 봐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대신 여자아이가 우는 영상을 보면 극도로 흥분됐다. 일상생활에서도 우는 여자아이만 보면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고 그 자리에서 한동안 지켜보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야동을 보다 우연히 아동음란물을 접하게 된 이들도 있다. 다음 달 전역을 앞두고 있는 이 아무개 씨(23)는 지옥과 같은 군대생활을 보냈다. 훈련이 힘들어서가 아니다. 그는 평소 아동음란물을 즐겨봤는데 통제된 생활 속에서 중독 증세가 더욱 심해졌다.
이 씨는 “해외 성인사이트를 접속하면 아동음란물 카테고리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호기심에 끌려 한 번 봤는데 무척 신선했고 그 느낌을 잊지 못해 아동음란물만 찾아보게 됐다. 입대 전에는 원하는 때 맘껏 볼 수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통제된 생활을 하다 보니 성욕을 주체할 수 없어 폭력적인 성향까지 나와 상담을 받기도 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갈수록 중독 증세가 심해졌던 이 씨는 휴가만 나오면 밤새 아동음란물을 탐닉하기도 했다. 이 씨는 “딥웹을 통해 실제 여자어린이가 등장하는 영상을 찾아다녔다. 딥웹을 이용하면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운데 1년에 컴퓨터를 3번이나 바꾼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성인 인터넷카페 채팅에서 만난 한 30대 남성도 아동음란물 중독이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 아동음란물을 접한 사람들은 교복만 봐도 흥분한다고 하는데 차츰 더 자극적이고 새로운 것을 찾게 된다. 해외 음란물에서는 생후 수개월의 아기도 등장하고 ‘베이비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또 그런 것만 본다. 이러다보면 어지간한 일반 야동에는 아무런 느낌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아동음란물 천국’ 부끄러운 자화상세계 6위 생산국 ‘불명예’
실제 주요 P2P사이트에서 아동음란물과 관계된 단어를 검색하자 단숨에 수개의 영상을 찾을 수 있었다. 해당 영상에는 자극적인 설명과 함께 캡처 사진도 첨부돼 있었다. 교복을 입고 있는 사진 속 인물은 한눈에 봐도 어린 티가 나 아동음란물임을 알 수 있었는데 불과 5분 만에 10여 명의 회원이 다운로드를 받아갔다. 또한 해외 음란물사이트는 성인인증절차조차 없어 미성년자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문제는 이처럼 아동음란물이 범람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통신심의에서 ‘아동포르노’로 시정 요구 결정을 내린 것은 31건에 불과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모니터링 인원이 부족할뿐더러 아동음란물은 워낙 게릴라 형태로 게재돼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다른 음란물과는 달리 심야시간 짧은 순간에 기습적으로 업로드되고 바로 삭제돼 시정요구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박민정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