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캠핑 명소인 장산전망대 인근…외지인 토지 소유주 “구두로만 가계약한 상태”
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전방 고지 대부분 군 주둔지이고 군부대를 벗어나면 지뢰가 매설된 곳이 수두룩하다. 유족이 장지를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전해진다. 이에 2021년 11월 23일 사망한 전 씨 유해는 유골함에 담겨 2년째 서울 연희동 자택에 안치돼 있다.
지난 11월 16일, 전 씨 유해가 경기도 파주시 장산리 한 사유지에 안장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민간통제선, 임진강과 인접하고 있는 조용한 시골 마을은 그 소식에 술렁였다. 11월 21일 일요신문 취재진을 만난 주민들은 마을에 국민을 죽인 대통령이 오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는 분위기였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도 “국가에 진 빚부터 갚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 아닌가”라며 안장에 반발하고 있다.
#박정 의원 “무슨 자격으로 파주에 오냐”
전 씨의 장지로 알려진 예정지는 약 100m 고지에 위치해 있다. 전 씨 유족과 토지 소유주 간 가계약 상태라 장지 매입 절차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 장지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인 11월 17일, 박정 국회의원(경기 파주시 을·더불어민주당)은 페이스북 등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한민국 광주를 피로 물들인 사람,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7년 후퇴시킨 사람, 그러면서 죽을 때까지 역사 앞에 광주 앞에 사과 한마디 없었던 사람”이라며 “무슨 자격으로 파주에 오냐”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어 박 의원은 “이번 묏자리가 무려 1700평(약 5600㎡)에 땅값만 5억 1000만 원이라고 한다. 국가에 진 빚부터 갚는 것이 최소한 예의 아닌가”라며 “파주는 절대 전두환을 받아들일 수 없다. 파주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막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결사반대' 펼침막 눈길
일요신문은 마을 주민들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11월 21일 장산리 마을을 방문했다. 기자가 “전두환 씨 유해가 이 마을에 안장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왔다”고 말하자, 마을 주민들은 강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마을 주민 A 씨는 “전두환 씨는 5·18 민주화운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며 “그런 대통령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B 씨 역시 “전두환 씨는 재산을 약탈한 것과 더불어 국민을 죽인 대통령”이라며 “나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반길 사람은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을엔 ‘전두환 유해안장 결사반대’ 문구의 펼침막이 내걸려 눈길을 끌었다. 이 펼침막은 마을 측이 내건 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마을 이장은 “누군가 모르게 현수막(펼침막)을 설치했다”며 “주민 대다수는 이번 사안에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민감한 일이기에 선뜻 표현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전 씨 유해 안장 소식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게 됐으며, 그전엔 어떠한 소문도 없었다”고 마을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마을 주민 B 씨는 “주민 누구도 땅을 팔았다는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며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소식을 접했다”고 밝혔다. 마을 이장은 “약 100m 고지라는 장지 예정지는 장산전망대 인근으로 추정된다”며 “해당 토지 소유자는 주민이 아닌 외지인”이라고 말했다.
#토지주 “가계약 기한은 11월 말까지”
장산전망대는 원래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파주시 요청으로 현재는 출입이 가능하다. 경관이 좋고 밤엔 별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어 데이트·캠핑 명소로 꼽힌다. 장산전망대에 도착한 기자가 경치를 확인해 보니 바로 앞엔 임진강과 초평도가 있고 그 너머엔 민간인통제구역이 보였다. 왼편 멀리엔 북한 개성시 송악산 능선이 보이기도 했다. “북녘땅이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통일의 날을 맞고 싶다”는 전두환 씨 유언에 부합하는 곳이긴 하다.
장산전망대 근처 토지 가운데 한 필지인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 산 XX-X’는 일가족 4명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 취재진은 해당 토지 소유자 가운데 한 명을 22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전 씨 유족 측과 가계약한 사실을 인정했다.
토지 공동 소유자인 신 아무개 씨는 “전 씨 유족 측이 아닌 다른 사람과 가계약했다”며 “가계약 당시 토지를 어떤 용도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전 씨 유해가 안장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전 없이 구두로만 가계약을 했으며, 기한은 11월 말까지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지자체에 전 씨 유해 안장 관련 문의와 신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파주시 장묘문화팀 관계자는 11월 23일 통화에서 “전 씨 유족 측으로부터 어떠한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며 “신고가 접수되면 ‘장사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을 검토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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