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남성 타깃 메이크업 브랜드 출시, ‘젠더 프리’ 네일숍도 인기…업계 “K팝 보이그룹 영향도”
#참신한 발상에 착용감도 '굿'
일본 속옷회사 와코루에서 출시한 ‘남성용 레이스 복서’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레이스=여성용’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제품으로 발매 당시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21년 12월 첫선을 보였는데, 3개월 치 목표 판매량을 불과 10일 만에 넘어섰다. 지금도 입고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올해 9월에는 같은 레이스 소재를 사용한 ‘레이스 브리프’도 발매됐다. 화려한 레이스 디자인에 선명한 색상 전개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쪽도 판매 호조로 알려졌다.
와코루 측에 의하면 “남성용 레이스 복서는 2020년부터 개발에 착수했다”고 한다. 성별을 특정하지 않는 젠더리스 바람이 불면서 외모에 투자하는 남성이 늘어났지만, 속옷 시장이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출발점이 됐다. 외형적 아름다움이나 디자인성을 가미한 남성 속옷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개량을 거듭해 완성까지는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걸렸다. 레이스를 당겨도 찢어지지 않을 만큼 강도가 세야 하고, 허리와 허벅지를 조이지 않으며, 촉감이 거칠지 않아야 해서 원단을 새롭게 개발했다. 여성용 속옷에 활용되는 레이스보다 강도가 1.3배, 신축성은 2배 이상 높였다고 한다.
와코루의 남성 이너웨어 상품기획자(MD) 미쓰이 이쿠히로 씨는 “레이스 복서 팬츠를 주로 구매하는 층은 40대가 가장 많고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고 밝혔다. 자신의 속옷을 직접 구매하는 남성이 있는가 하면, 선물용으로 사는 여성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20~30대 신규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예상을 뛰어넘는 히트의 배경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시장에 없던 참신한 상품이라는 점이다. 미쓰이 MD는 “호기심에 한 번 샀다가 착용감이 좋아 재구매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평소 입던 속옷은 습기가 차 아쉬웠는데, 레이스 복서 팬츠는 통기성이 좋아 착용감이 쾌적하다”라는 후기도 많이 등장한다. 여기에 레이스 소재 특유의 고급감과 통기성, 기존에 느껴보지 못한 착용감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남의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개인의 만족감을 위해 구매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나 자신을 위한 소비다. 이와 관련, 다케우치 이치로 다카라즈카대학 교수는 “실제로 평소보다 좋은 속옷을 입으면 기분이 들뜨고 긍정적인 자세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톱에 색깔 입혀 개성 표현
손톱 모양을 깔끔하게 다듬는 네일숍도 일본인 남성들에게 인기다. 2022년 ‘핫페퍼 뷰티 아카데미’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네일숍을 이용하고 있다”라고 답한 일본인 남성은 5.7%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그 가운데 이용률이 높은 서비스는 ‘손 마사지를 포함한 손톱케어’로 응답자의 56.9%를 차지했다. ‘손발 매니큐어 관리’도 45.2%로 그 뒤를 이었다.
도쿄와 오사카에 지점을 두고 있는 남성 전용 네일숍 ‘오토코네일’은 매출이 꾸준한 성장세다. 주요 고객층은 직급이 높은 40대 이상의 남성들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20~30대 젊은 층도 크게 늘어났다.
오토코네일의 사카시타 다카코 대표는 “여성들은 자기만족감을 위해 네일아트를 하는 반면, 남성들은 남들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의식해 네일케어를 하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지적한다. 청결감 있는 몸가짐의 하나로 네일케어를 받는다는 것. 하지만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남성들은 또 다르다. 젊은 층은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손톱에 색을 입힌다.
네일아트의 남성 수요가 늘자 2021년 12월 도쿄 하라주쿠에도 관련 네일숍이 문을 열었다. 개점 초기에는 차별화를 위해 남성 전용을 강조했지만, 최근에는 성별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젠더 프리’ 방식으로 전환했다. 여성 고객이 주를 이루는 네일숍의 경우 밝은 컬러를 많이 취급한다. 그러나 이 가게는 남성 고객이 좋아할 만한 광택 없는 매트하고 어두운 컬러도 풍부하게 갖춘 것이 특징이다. 네일숍 관계자는 “컬러풀하고 반짝이는 네일보다 단색의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남성이 많다”고 귀띔했다.
일본 경제지 닛케이비즈니스는 네일아트를 하는 Z세대 남성이 증가하는 배경에 대해 “소셜미디어(SNS) 전성시대를 맞아 자기표현이 필수가 됐다. 본인의 개성을 독특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Z세대에게 네일아트는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요컨대 자기표현의 연장선으로 헤어스타일이나 복장 등에 네일이 더해졌다고 보면 쉽다.
#남성 미용 상품 매출 2배 ‘쑥’
남성용 화장품 시장도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아사히TV에 따르면 “스킨케어뿐만 아니라 메이크업을 하는 남성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조사 결과, 일본인 남성이 구입하는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22년 425억 엔(3719억 원)으로 5년 전에 비해 약 1.3배 확대됐다. 메이크업은 17억 엔으로 아직 규모가 작지만, 5년 사이 2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회사 측도 남성용 뷰티 시장을 의식한 상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카오는 2022년 12월 Z세대 남성을 타깃으로 하는 남성 메이크업 브랜드를 출시했고, 시세이도 역시 2022년 여름 아시아 Z세대 남성을 위한 새로운 스킨케어 브랜드를 선보였다. 고세는 미국 프로야구에서 맹활약 중인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와 피겨스케이팅 스타 하뉴 유즈루를 미용액 광고에 기용해 성별을 불문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홍보에 나섰다.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쇼핑몰 로프트에는 ‘멘즈뷰티’ 코너도 생겨났다. 시부야 로프트에서 취급하는 남성 미용 상품은 500종류 이상이다. 로프트 담당자는 “2022년 남성 미용 아이템 매출이 2019년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K팝 남성 아이돌의 인기와 SNS를 통해 미용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설명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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