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턱이 높네… 안철수 원장이 단일화 협상을 앞두고 지지율 조정기에 들어간 반면에 문재인 후보는 경선 효과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여기에다 남북문제 등 정책검증이 시작되면 ‘대통령 후보’ 안철수의 내공과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더구나 여론조사 모바일투표 등의 단일화 전투에 대한 본지의 시뮬레이션에서 안 원장이 전패할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부정적 요인 때문에 단일화 협상을 앞두고 ‘안 원장이 위험하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하고 불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안철수 위기론을 심층 진단해봤다.
2012 대통령 선거 대진표가 거의 확정됐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맞설 야권의 후보는 문재인-안철수로 좁혀졌다. 양측은 이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벌여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단일후보가 대선에 나서야 한다는 야권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두 주자 가운데 한 명이 박근혜 후보와 맞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 문재인 후보와 싸이의 말춤 합성. |
안철수 원장도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때처럼 ‘아름다운 양보’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의 지지자들조차 ‘지금에 와서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안 원장은 이민을 가야 할 것’이라며 압박하고 있다. 그로서도 물러설 곳이 없다. 더구나 경선이 아닌 대타협을 통해 단일화를 하려고 했다면 진작 불출마를 선언하고 민주당 후보를 돕지, 지금까지 검증 등의 어려운 관문을 거치며 대선행보를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계완 MBN정치아카데미 대표는 이에 대해 “안철수 원장에 우호적인 조국 교수 등이 아름다운 담판 운운하는데 분명히 비판여론이 나올 것이다. 이것은 서울시장과 같은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국가를 통치할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생략한 채 당사자 간 합의 방식으로 후보를 단일화하는 것 자체가 오만한 발상이고 구태정치의 표본이다. 대통령 직선제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당연히 그 후보를 뽑는 단일화 과정도 그에 준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더구나 단일화는 흥행과 감동을 주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 후보가 밀실에서 대타협을 통해 단일화를 한다면 그것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담판이 여의치 않다면 양자 대결을 벌여야 한다. 현재 양측 캠프에서는 다양한 단일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정리하면 크게 여론조사 모바일투표 현장투표 등의 세 가지다. 본지 시뮬레이션 결과 이 세 가지 방식 가운데 그 어떤 안도 안철수 원장에게 유리하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대선출마 선언을 앞두고 ‘안철수 원장이 위험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먼저 여론조사 방식을 보자.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 대선주자로 확정되면서 그의 지지율도 상승하고 있다. 그를 민주당의 대권주자로 인정하는 쪽으로 민심이 정리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최근 리얼미터 등의 여론조사를 보면(4면 기사 참조)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 구도에서 문 후보가 많게는 10%포인트까지 앞서고 있다. 현재의 추세만 놓고 보면 단일화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할 경우 안 원장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몇 주 동안의 지지율 추이가 중요하겠지만 단기간에 안 원장이 문 후보를 압도할 만한 지지율 우세 변수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안 원장이 불리한 상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다자구도에서 안 원장이 문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오는 부분인데, 야권의 단일화 후보를 뽑는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까지 넣어서 조사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순수하게 양자대결 여론조사로 해야 논란이 없다는 얘기다.
두 번째, 모바일 투표를 가정해보자.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90만 명이 모바일투표에 참여했다. 이들은 대부분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세력이다. 모바일투표에 적극 참여한 충성도 높은 지지층이라는 얘기다. 만약 문재인-안철수 간 후보단일화 방식을 모바일투표로 할 경우 이들 90여만 명이 다시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에 대해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200만 명 정도가 모바일투표에 참여했다면 지지층도 다양하게 분포될 가능성이 있고 단일화 과정에서 안 원장에게 투표할 세력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참여한 90만 명이라는 숫자는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의 최대 결집 표라고 본다. 이들은 대부분 문재인 후보 지지 세력으로 봐야 한다. 그 사람들이 기존 지지후보를 뒤집고 안 원장에게로 옮겨갈 가능성은 낮다. 모바일투표가 채택된다면 안 원장이 잘 훈련된 지지층 100만 명 이상을 모을 방법이 있겠느냐. 모바일투표를 하면 안 원장이 백전백패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물론 민주당 입장에서 본 시각이지만 수십년 동안 당원 모으기의 달인이 된 그들이 볼 때 안 원장이 불과 몇 주 사이에 100만명 이상의 모바일 표심을 모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장투표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도 모바일투표와 마찬가지로 안 원장이 조직동원 역량에서 문 후보에게 게임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요신문>이 여론조사 모바일투표 등 예상 가능한 모든 단일화 방식을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안철수 원장은 전패하는 것으로 나온다. 앞으로 이에 대한 정치권의 본격적인 논의가 있겠지만 안 원장 측도 이런 단일화 방식에 대한 부정적 요소 때문에 출마시기 발표를 미리 ‘발표’하는 등 조급한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안철수 원장은 조직대결에서도 문 후보에게 밀린다. 이는 안 원장이 기반한 정치적 세력의 실체를 말하는 것이다. 과연 그를 대통령으로까지 밀어 올릴 정치적 실체 또는 세력은 있는 것일까. 일단 안 원장은 기성정치권에서 조직 동원 능력이 거의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민주당에서 50~60명의 중립파 현역 의원들이 잠재적인 안 원장 지지세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안 원장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이에 대해 “안 원장 측으로서는 민주당의 중립파 지지 의원들에게 기대를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그들은 안철수를 막연히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문재인과 안철수의 지지율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아주 현실적으로 움직일 부동층이라고 봐야 한다. 이들은 박근혜 후보에게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지 그냥 안 원장을 지지한다고 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중립파의 박영선 의원이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안 원장이 과연 무슨 조직력으로 민주당의 중립파 의원들을 일사불란하게 엮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박 의원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일찌감치 문 후보에게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이런 현실 정치권의 세력화 어려움 때문에 안 원장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시민사회 세력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안 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만남을 공개하며 단일화 1주년 기념임을 내세웠다. 이는 향후 그의 주요 지지세력이 시민사회가 될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라서 이채롭다.
앞서의 민주당 의원은 “안 원장이 박원순 시장을 만난 것은 결국 시민사회 이외에는 기성 정치권에서 확보할 수 있는 세력 자체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다. 그가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에 따라 단일화 정국의 흐름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 세력이 정치권 물갈이를 위해 얼마나 단결하느냐에 따라 안 원장에게는 큰 발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추동해낼 만한 전략적 컨트롤 타워가 존재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안 원장이 본격적인 대선 무대에 오르면 검증의 칼날 역시 피할 수 없다. 이마저도 문 후보보다 그는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앞서의 전계완 대표는 이에 대해 “앞으로 민주당이나 새누리당 모두 지금까지의 신상털기 식 검증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국정운영 능력, 정치 정당개혁, 그리고 남북문제 같은 정책검증이 주를 이룰 것이다. 안 원장이 지난해부터 각계 전문가들을 두루 접촉하며 대권공부를 한 것 같은데 고속과외로 과연 얼마나 효과를 낼지 의문이다. 박근혜 후보도 10여 년 이상 대권공부를 해오고 있음에도 여전히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는 판이다. 문재인 후보도 국정운영의 핵심에서 5년 동안 있었다. 안 원장이 그들과 정책공방을 벌인다면 과연 얼마나 내공을 발휘할지 의문스럽다. 안철수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안철수 원장은 대선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다. CEO 출신답게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그가 믿는 힘은 ‘안풍’이다. 바람이다. 하지만 그 바람 밑에 숨은 정치적 실체의 힘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치에서 일시적 바람은 통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엮어내는 것은 뜬구름이 아니라 오랜 기간 정치판에서 단련된 현장의 리더십이라는 걸 역대 반짝 후보들이 말해주고 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1년 과외로 준비됐을까
“2011년 북한 미사일 문제가 발생했다. 2~3일 지난 후 여론조사를 하면 박근혜의 지지율은 오르고, 안철수는 내려갔다. 안철수는 안보문제에 가장 취약하다. 사람들은 안철수에게서 안보문제에 관한 의견을 듣겠다는 기대를 안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안철수가 공식적인 대선 출마선언을 한다면 안보에 관한 질문도 분명 나올 것이다. 안철수 입장에선 답을 내놓지 않고 빠져나가기가 어렵다.”
“안 원장은 TV토론도 약하다. 안 원장에게 정책토론 하나하나가 폭탄일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으로 훈련되지 않았다. 주위의 도움을 받아 단시간 공부하는 걸로는 공방하는 정책토론의 단계까지 가기 힘들다. 하나만 제대로 답변을 못해도 그런 이미지가 깨진다. 한번 무너지면 확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은 무너져도 버티는 힘이 있다. 5년간 국정 경험이 크다. 나름의 경험이 있으니 견뎌낼 것이다. 안철수는 예민해서 상처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은 좀 무뎌야 한다. 담이 커야 한다. 내가 볼 때 안철수는 성격적으로 그런 사람이 못 된다.”
“정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공적인 권력의지’는 어느 순간 갑작스레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오랜 자기 절제와 담금질과 훈련을 통해 생긴다. 1년 만에 제대로 된 권력의지로 단련되기는 힘들다.”
“안철수 원장에게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지금의 검증은 아무 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되려면 지금까지 겪은 검증의 고통보다 10배 이상이 될 것이다. 이걸 버텨내는 건 오기가 아니라 강력한 권력의지다. 그것만이 수난을 이겨낼 정치인의 힘이다. 안 원장에겐 권력의지의 내면화가 보이지 않는다.”
고 박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원장의 대선출마 선언이 실기한 느낌이 있다. 정치라는 게 ‘세’가 핵심인데 세력이라는 의미에서도 중요하지만 기세라는 의미에서도 중요하다. 안 원장은 정치적 세력은 없기 때문에 기세로 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문재인 후보에게 한번 역전도 당하고 해서 이런 상태로는 기세로도 용감하고 씩씩하게 나가기 어렵다. 좀 늦어버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