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산 대표 최대주주 자리 잃고 김선영 대표 소송 직면…뚜렷하지 않은 수익구조·실적 부담 등 원인 지목
#최대주주 지위 잃고 증자는 불발되고
파멥신은 2008년 설립된 1세대 바이오벤처다. 유진산 대표가 LG생명과학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에서 20년 이상 항암 항체신약을 연구한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했다. 파멥신은 2008년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파멥신은 항체신약 후보물질 올린베시맙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파멥신은 2018년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기업으로 상장했다.
최근 파멥신은 새로운 최대주주를 맞이하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 12월 1일 파멥신은 6월 결의한 30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철회했다고 공시했다. 배정대상자였던 최승환 한창 전 대표와 에이치피바이오가 유증 대금을 납입하지 못해서다. 11월 30일 최 전 대표는 파멥신 경영지배인에서도 해임됐다. 10월 30일 파멥신은 최승환 전 대표를 신규 사업 추진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회사 대내외 경영 업무 전반을 수행하는 경영지배인으로 선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최승환 전 대표와 에이치피바이오는 이번 유상증자 외에 오는 12월 26일 5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할 계획이었다. 이 모든 유증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면 최 전 대표는 파멥신 지분을 19.15%를 확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3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철회되면서 50억 원 규모 유상증자 납입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파멥신의 올해 3분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1억 원에 불과하다. 파멥신 입장에선 골치가 아파진 셈이다.
파멥신은 앞서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다. 지난 6월 파멥신은 파멥신다이아몬드 클럽동반성장에쿼티제1호(파멥신다이아에쿼티)를 대상으로 30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7월에는 유콘파트너스가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유콘파트너스가 유진산 대표 지분과 이원석 연구소장 지분 전량인 6.2%를 인수하는 동시에 파멥신다이아에쿼티가 지불해야 할 잔금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유진산 대표는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줌과 동시에 대표직에서도 물러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9월 최대주주 변경은 없던 일이 됐다. 파멥신다이아에쿼티, 유 대표, 파멥신 간 체결된 투자계약서에 따른 증자 대금이 입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유진산 대표는 최대주주 자리를 잃었다. 이미 유콘파트너스가 유 대표로부터 넘겨받은 지분은 반대매매로 장내매도됐다. 유 대표가 지분 반환을 위해 유콘파트너스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지 등은 알 수 없는 상태다. 뚜렷한 최대주주가 없는 상황이라 이와 관련된 잡음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파멥신은 신약후보물질 임상으로 들어갈 돈은 많은데 제대로 된 수익 구조는 갖추지 못하고 있다. 증자를 통해 운영자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파멥신 관계자는 “경영권 매각 등의 부분은 대표와 최대주주 사이의 관계이지 법인에서 진행하는 사안이 아니라 답변을 드리기가 어렵다. (유 대표 지분 반환 소송 등은) 대표님 개인의 일이라 회사는 잘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진산 대표는 “여러 소송을 하고 있고 회사 현안이 예민해서 당분간 언론 인터뷰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소송 직면에 바뀐 새 주인은 유증대금 지급 미뤄
또 다른 1세대 바이오벤처인 헬릭스미스도 안팎으로 시끄럽다. 헬릭스미스는 1996년 서울대 교수였던 김선영 전 대표가 서울대학교 학내 벤처 바이로메디카퍼시픽을 창업하며 시작한 기업이다. 1999년 바이로메드로 사명을 변경했고 2005년 코스닥 시장에 국내 최초로 기술특례로 상장했다. 2019년 헬릭스미스로 사명이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헬릭스미스 최대주주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따라 창업주인 김선영 대표에서 카나리아바이오엠으로 변경됐다. 당시 헬릭스미스는 약 350억 원 규모 신주를 발행했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인수금액 중 300억 원은 연결기업인 세종메디칼의 전환사채(CB)로 헬릭스미스에 납입했다. 창업주 김선영 전 대표는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사내이사직만 유지 중이다.
헬릭스미스 역시 경영권 매각 이후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헬릭스미스 소액주주연합은 ‘헐값 매각’이라며 단체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헬릭스미스 소액주주연합은 헬릭스미스 최대주주인 카나리아바이오엠을 대상으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항고심에서 승소했다. 본안 소송인 신주발행무효 소송 판결에서 헬릭스미스 소액주주연합이 승소하면 헬릭스미스가 카나리아바이오엠을 대상으로 발행한 신주가 무효 처리된다. 10월에는 헬릭스미스 소액주주가 김선영 전 대표 등 헬릭스미스의 전·현직 경영진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운영자금 투입을 목적으로 헬릭스미스에 납입하기로 한 1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대금도 5회나 연기한 상태다. 헬릭스미스 소액주주연합은 이를 두고 “사법리스크가 있는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유증 미참여는 예상된 바다. 회사가 정상화로 가는 상황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자금 납입 사정에 의해 내년 4월로 납입이 연기됐다”며 “진행 중인 복수의 소송 건 대응은 법무법인과 다각도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은 시기에 창업주가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성과들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아나가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예전과 달리 바이오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매출과 실적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결국 창업주들이 경영권 매각에 나선 이유”라고 말했다.
바이오업계 다른 관계자는 “파이프라인이 기대감을 받으면서 창업주 본인 스스로도 기대감이 커졌을 것이다. 하지만 수익구조가 뚜렷하지 않고 주가도 하락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연구원 출신의 창업주들은 더욱 상실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경영권 매각 추진에 잡음이 이는 것은) 창업주들이 경영 능력에 있어서 미흡했던 게 주요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 바이오 업체 대표는 “경영진들의 미숙함과 더불어 우리나라 M&A(인수합병) 관행과 시장이 아직은 미성숙해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1세대 바이오벤처 중에서 자리를 잡고 잘 커가는 회사들과 그렇지 못한 회사들이 자연스럽게 나뉘는 것 같다. 다만 미국의 선두급 회사들에게도 이런 일들은 종종 일어난다.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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