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양 회장 취임 후 계열사가 무려 2배 가까이 늘었다. 일요신문 DB |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포스코의 계열사는 (주)포스코를 제외하고 70개. 지난해 61개에서 9개 늘어났다. 2010년엔 48개, 2009년엔 36개였다. 특히 정준양 회장이 취임한 2009년 2월 이후 지금까지 무려 2배 가까이 계열사 수가 증가했다.
공정위 자료상 계열편입일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09년 2월 정 회장 취임 후 포스코 계열사로 편입된 회사는 무려 40개. 또 새로 설립된 회사도 29개나 된다.
금융업에도 신경 써 지난해 포스메이트 자회사, 즉 손자회사인 포스메이트인슈어보험중개도 금융·보험회사 계열사로 편입돼 있다. 성진지오텍 인수로 자동 편입돼 손자회사가 된 성진이앤티, 안정지구사업단도 계열사에 추가됐으며 대우엔지니어링(현 포스코엔지니어링) 인수로 편입된 다코스도 손자회사로서 계열사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다.
이밖에 포스코P&S 자회사인 뉴알텍, 포스코엠텍 자회사인 나인디지트와 리코금속, 포스코컴텍 자회사인 포스그린, 포스칼슘 등 소재사업을 위해 진출한 회사도 손자회사로서 계열사에 추가됐다.
포스코E&E·신안에너지·피에스씨에너지글로벌(포스코에너지 자회사), 포스코LED·포뉴텍(포스코ICT 자회사), 마포하이브로드파킹·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송도국제스포츠클럽·푸른김포(포스코건설 자회사) 등도 손자회사로서 계열사에 새로이 포함됐다. 또 포스코건설에서 분리된 플랜트EST도 계열사에 이름을 올렸다.
포스코의 계열사 증가는 곳곳에서 비판받아 왔다. 증가 속도로만 따지면 공정위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중 1위이며 본업인 철강사업과 관련 없는 업종에도 진출해 재벌들의 ‘문어발 확장’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소재사업과 관련 없는 계열사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코스는 교통 신호장치 제조업을, (주)송도SE는 건축물 일반 청소업을 하고 있으며 부동산업을 하는 계열사도 볼 수 있다.
포스코의 계열사 증가는 자산과 매출액 증가로 나타났다. 2009년 4조 9062억 원이던 포스코의 자산은 2010년엔 5조 2877억 원, 2011년엔 6조 9845억 원, 2012년엔 8조 618억 원으로 늘어났다. 매출액도 꾸준히 늘어 지난 4월 집계한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79조 6610억 원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포스코는 2009년 이후 계열사 수와 매출, 자산은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줄어들었다. 또 부채와 차입금이 늘어났다. 정 회장 취임 전인 2008년 7조 1790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에는 5조 413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올해에는 4조 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0%대였던 부채비율은 92%까지 치솟았고 2009년 12조 원대인 차입금은 지난해 무려 26조 8100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비록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매출은 늘었으나 수익성은 나빠졌다는 의미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계열사도 2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쓰는 방편 중 하나가 계열사 간 합병”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점으로 미뤄볼 때 미리 재무건전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계열사를 위기에서 벗어나게끔 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포스코 측은 “SK텔레콤 지분 등을 매각한 후 재무건전성에는 전혀 문제없다”며 “계열사 구조개편은 재무건전성과 관련없다”고 반박했다. 포스코는 지난 4월 SK텔레콤·KB금융·하나금융 지분 등을 매각해 5800억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한 바 있다.
2010년 8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때까지만 해도 포스코는 국내 M&A 시장에서 단골 후보로 손꼽혔다. 특히 정준양 회장은 2009년 2월 취임 후 “종합소재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에너지·자원개발·신소재 사업 등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취임 초부터 M&A에 관심을 표명한 정 회장은 2010년 시무식에서 “M&A 기회를 적극 활용하겠다”며 “올해 투자비를 지난해보다 2배가량 많은 9조 3000억 원으로 잡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취임 첫해인 2009년 세계 철강시황 침체로 경영 실적이 반토막이 난 상황에서도 M&A에 대한 의욕이 대단했던 것이다. 실제로 포스코는 유동성이 가장 풍부하다고 알려진 기업 중 하나였다. 이런 의욕은 계열사 수 증가에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너무 의욕만 앞세운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계열사 합병·매각 등을 일부에서는 지배구조 강화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합병과 매각 등으로 몸집을 줄이는 것만 놓고 지배구조 강화로 해석하기는 무리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M&A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간 합병이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은 있지만 지분이 늘어나는 것이 아닌 이상 지배구조 강화로 해석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동안 숫자만 늘려놓은 것을 정리하는 차원도 있다”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