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손실 4조 원 전망, 금감원 조사 2~3월 중 결론…불완전판매 책임 인정시 관련 CEO 연임 발목
H지수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 50개 종목을 추려 산출한 것이다. H지수는 2021년 2월 1만 2229포인트에서 지난 10일 5421포인트까지 급락했다. 원금 손실 기준인 70% 선을 밑도는 수준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H지수 연계 ELS 전체 판매액은 19조 3000억 원이다. 이 중 79.6%인 15조 4000억 원의 만기가 올해 안에 도래한다. 올해 1분기에 3조 9000억 원, 2분기에 6조 3000억 원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중 약 40%가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반기 손실 예상 규모만 4조 원이다. 올해 중국 경제는 5% 성장도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의 부양책은 시장 기대를 밑돌고 있다. 상반기 중 H지수가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국내에서 H지수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은행이다. 국내 은행에서 판매된 H지수 ELS는 15조 9000억 원에 달한다. KB국민은행이 8조 원으로 가장 많은 물량을 팔았고, 이어 신한은행(2조 4000억 원), NH농협은행(2조 2000억 원), 하나은행(2조 원) 등의 순이다. 상반기 만기 물량만 9조 원에 달한다.
ELS는 기초자산인 증시는 물론이고, 채권과 옵션 등 파생시장에 대한 지식까지 필요한 금융상품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일반 개인투자자용으로는 거의 취급되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이 가능하다는 점이 부각돼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은행에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손실이 나지 않으면 괜찮지만 손실이 난다면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부각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최근 KB국민은행 등 판매사 12곳을 점검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불완전판매 여부를 2~3월 중 결론 내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원장은 “(점검 결과) 일부 판매사에서 한도 관련 실태, 판매를 위한 핵심성과지표(KPI) 조정, 계약서 미보관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면피성, 형식적인 절차만을 준수하고 적합성 원칙을 실질적으로 준수하지 않았다면 책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권을 가지고 있다. 중징계를 받으면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된다. 현직 임직원의 경우에는 연임이 제한될 수 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과거 파생결합증권(DLF) 불완전판매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손 전 회장은 행정소송에서 승소해 연임에 성공했지만 아직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중징계를 피한다고 해도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이 인정되면 연임이 어려울 수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CEO 선임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가장 많은 판매가 이뤄진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CEO가 연임 제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어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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