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뼈 깎기” 이복현 원장 태영 자구안 비판…‘검사 윤석열’이 수사한 LIG건설 사례 재조명
이복현 원장은 최근 태영건설이 내놓은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자구계획에 대해 “남의 뼈를 깎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태영건설이 시공·시행을 한꺼번에 맡아서 1조 원 넘는 이익을 얻었고 이 중 상당 부분이 총수 일가 재산 증식에 기여했다”고 꼬집었다. 이 원장의 이 같은 지적은 태영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총수 일가가 가장 큰 이익을 가져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태영건설은 2017~2019년간 연 평균 매출액 3조 6800억 원의 영업이익 3880억 원을 기록했다. 이어 2020년 지주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인적분할을 하는데, 사업회사인 태영건설은 자본(5431억 원)의 3배 넘는 부채(1조 7356억 원)을 떠안은 반면 총수 일가가 직접 지배할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는 자본은 5081억 원이나 챙기면서 부채는 114억 원만 짊어졌다. 에코씨티, 태광인더스트리, 블루원 등 태영건설이 번 돈으로 일군 알짜 기업들도 티와이홀딩스 산하로 재편된다. 모두 태영건설이 자구안에 포함시킨 기업들이다.
태영건설이 이들을 직접 지배했다면 자산 매각 대금을 즉각 수혈할 수 있지만 현재의 지배구조에서는 티와이홀딩스를 거쳐야 한다. 티와이홀딩스 입장에서는 태영건설을 살리는 것보다는 그룹의 핵심인 방송사 SBS 경영권이 달린 지주사의 경영을 튼튼히 하는 게 더 우선일 수 있다. 지주사의 자산 매각 대금이 제대로 태영건설에 투입되지 않는다는 채권단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복현 원장과 채권단이 태영그룹의 ‘부도덕’을 지적하고 나섰지만 티와이홀딩스와 총수 일가가 태영건설 회생을 위해 무한한 책임을 져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티와이홀딩스 입장에서는 워크아웃이 실패하면 법정관리로 가 ‘꼬리 자르기’가 가능하다. 이 경우 오히려 채권단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확산되면 총선을 앞둔 정부의 부담이 커진다.
관전 포인트는 정부가 압력의 수위를 얼마나 높일지다. 2011년에도 부동산 PF 부실 등으로 대기업 계열 중견 건설사들이 대거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돈을 빌릴 때는 대기업 간판을 앞세우고 막상 어려워지면 모기업은 모른 체한다는 지적이다. 그중 한 곳이 LIG건설이다. 그런데 LIG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1년여 만에 LIG그룹 총수 일가는 사재를 내놓는다. 심지어 그룹 주력인 LIG손해보험까지 매각한다.
LIG건설이 법정관리 들어가기 10일 전까지 이 사실을 숨긴 채 기업어음(CP)을 발행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금감원의 고발로 LIG그룹을 수사했던 곳이 윤석열 부장검사가 이끌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였다. 구자원 당시 LIG그룹 회장은 재판에서 실형을 받아 법정 구속까지 된다. 2012년에도 이미 윤석열 대통령과 친했던 이복현 원장이 이 같은 전례를 모를 리 없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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