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곡관리법·간호법·노란봉투법·방송3법 등을 거부권 발동했을 때와 달리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섰다. 이 실장은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발동 이유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특검(김건희 특검)은 12년 전 결혼도 하기 전인 일로,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한 사건이다. 이를 이중으로 수사함으로써 재판 받는 관련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정치편향적인 특검 임명, 허위 브리핑을 통한 여론조작 등 50억 클럽 특검법안과 마찬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1월 9일 의원총회 이후 “대상이 김건희 여사라서가 아니라 법안 자체가 위헌 요소가 있다”며 “전직 대통령 부인 누구라도 법안 내용에 동의할 수 없고, 대통령 입장에서는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초선의 김웅 의원도 공개적으로 우려의 뜻을 표했다. 김웅 의원은 1월 8일 국회에서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 이후 한동훈 비대위를 향해 “(김건희) 특검법 문제에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운명이 걸려있다”며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게 여지를 줘야 하고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대통령을 밟고 나갈 수 있을 정도의 권한과 힘을 부여해주는 게 맞다”고 충고했다.
한동훈 위원장이 비대위에 합류시킨 김경율 비대위원도 공식석상에서 '김건희 리스크'를 언급했다. 김경율 위원은 8일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이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풀어줄 수 있는 방안을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 만들어야 되지 않겠나”라며 “그래야 국민의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더 밝혀질 것도 논란의 소지가 될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1월 9일 윤 원내대표 주재 하에 비공개로 열린 중진 연석회의에서도 김 여사의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에서는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께 특검법 거부 등과 관련해 직접 설명하고 유감을 표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여권에선 한동훈 위원장 리더십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위원장이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여전히 용산 대통령실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여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법 국회 상정 전부터 ‘거부권 행사하면 안 된다’는 여론이 60~70%에 달했다. 이를 한 위원장이 모를 리가 없다”며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살려면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리스크를 해결하라고 맞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 황태자’ 아니냐. 그러니 ‘총선용 악법’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관련 발언을 안 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위원장은 2024년 들어 대전·대구·광주 등을 돌며 전국을 순회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최근에는 정해진 발언 외 기자들과의 문답은 피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에 한 위원장이 김건희 특검법 등 껄끄러운 문제에 입장을 밝히기 싫어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김건희 특검법’ 후속 조치에 대한 설명 요구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당 차원에서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대해 나도 여러 번 충분히 입장을 밝혔다”고 즉답을 피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법 이슈가 서둘러 마무리되기를 원하는 모습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국회로 다시 넘어온 쌍특검법을 지난 1월 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해충돌 소지가 있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본회의 법안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결국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쌍특검법은 9일 본회의에서 재표결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태원 특별법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실은 관련해 “여야 합의 없이 또다시 일방적으로 강행처리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당과 관련 부처의 의견을 종합하여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 역시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 행사 건의 여부’에 “원내에서 여러 가지로 신중하게 논의할 것으로 안다”고 책임을 피해갔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 관계자들을 사석에서 만나면 ‘이렇게 가는 게 맞느냐’는 걱정들을 하고 있다. 대통령 가족에 대한 문제는 더 엄격하게 다뤄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만약 이태원 특별법까지 거부권을 행사하면 총선은 사실상 끝난다고 봐야 한다”며 “당 지도부라도 대통령실에 국정 방향을 조언해야 하는데 모두 따라만 가고 있다. 결국 총선 공천이 걸렸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푸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