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후보의 핵심 측근 ‘5인방’ 가운데 강인철 변호사를 제외한 4명은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 박원순 캠프를 도왔다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지금까지 공개된 안철수의 사람들 면면을 보면 대부분 품성면에서 호의적 평가를 받고 있다. ‘사람 좋다’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그동안 정치에 발을 담그지 않고 나름대로 괜찮은 이미지를 유지해오던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안철수의 이름으로’ 그동안 자신들이 간직했던 순백색의 옷을 벗어던져야 한다. 과연 그들이 그럴 용기와 진정성이 있을까. 안철수 후보가 대권으로 가는 데 가장 앞장서서 싸워줄 사람들을 심층 취재했다.안철수 사람들의 측근참모그룹 가운데 핵심은 5인방이다. 안철수 캠프를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는 5인방으로는 선거 총괄본부장을 맡은 박선숙 전 민주통합당 의원을 비롯해 강인철 변호사(법률지원단장), 금태섭 변호사(상황실장) 조광희 변호사(비서실장)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대변인)을 꼽을 수 있다. 박선숙 전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4월 총선 때 민주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지역구 전략 공천 제안을 고사하고 다른 예비후보에게 양보하면서 화제를 일으켰다. ‘여의도 정치’와는 색다른 행보를 보여주겠다는 안철수 후보와 결이 비슷한 인물로 분류된다.
강인철 변호사는 안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제기됐을 때 초기 언론 대응을 담당하며 최측근으로 알려졌고 이후 ‘안철수재단’ 설립을 지휘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조광희 변호사는 지난 8월 안 후보와 함께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을 관람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영화사 ‘봄’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한 그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함께 법무법인 원에 소속돼 있기도 하다(박스기사 참조). 캠프 상황실장을 맡은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9월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의 ‘안철수 불출마 종용’에 관한 협박 전화를 폭로해 선거 정국을 뒤흔든 인물이다.
앞서 언급한 ‘캠프 5인방’ 가운데 강 변호사를 제외한 4명은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 박원순 캠프를 도왔다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다. 이들 외에도 박원순 캠프에서 선거 전략을 담당했던 김윤재 변호사는 안 캠프의 전략커뮤니케이션팀, 하승창 전 경실련 사무처장은 대외협력팀으로 합류했다. 또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했던 한형민 전 행정관은 기획팀장, 국민의 정부 시절 춘추관장을 지냈던 방인복 씨는 민원실장,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작가였던 이혜진 씨는 메시지팀장, 김연아 전 미래에셋 브랜드무브 대표는 홍보팀장, 이원재 전 한겨레경제연구소장은 정책기획팀장을 각각 맡게 됐다.
▲ 지난해 박원순 캠프를 방문해 지지의사를 표명한 안 후보. 유장훈 기자 |
이날 회의에서 안 후보는 “성장과 복지라는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가는 혁신경제”를 강조하며 참석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하지만 포럼을 지켜보던 한 방송 기자는 “포럼 참석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회의 내용은 광범위한 주제를 놓고 브레인스토밍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포럼이 안정화되고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고 보기도 했다.
대선출마 이후에도 여러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안철수 후보를 향한 학계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 캠프 측은 지난 25일 ‘소통과 참여를 위한 정치혁신 포럼’도 문을 열었다. ‘안철수 멘토’로 거론되던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대표를 맡았고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간사를 맡았다. 그 외에도 의회 분야 김민전 경희대 교수, 정부 분야 김선혁 고려대 교수, 거버넌스 분야 윤상철 한신대 교수, 시민정치 분야 임운택 계명대 교수, 세대정치 분야 서강대 전상진 교수, 사이버정치 정연정 배재대 교수, 정당 분야 조정관 전남대 교수, 정치제도 분야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문화정치에 홍성민 동아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한 관계자는 “출마를 선언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캠프 규모가 엄청 화려하다. 안철수 후보가 쉽사리 단일화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명단”이라며 “다만 이쪽저쪽에서 다 받다보면 분명 갈등이 생길 텐데 정치 초보인 안 후보가 이를 잘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영화계 사람들에 무료 법률 자문 “정치 입문 의외”
안철수 대선후보는 출마선언을 한 뒤 그의 곁을 지켜줄 사람들을 하나 둘 꺼내놓기 시작했다. 대선 도전 전만 해도 안철수 사람들의 핵심 가운데 핵심은 강인철 변호사로 통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정치권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안 후보의 대권도전 가능성을 직접 타진하고 다녔다. 새누리당 인사들까지 두루 접촉하며 안 후보의 대권도전 불 지피기를 물밑에서 비밀리에 수행했었다.
안 후보가 대권 도전을 선언하기 전 그는 안철수의 비밀 스케줄을 거의 유일하게 알고 있던 최측근이었다. 사실상 안 후보의 비서실장 역할을 해온 셈이다. 하지만 안 후보가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그의 역할은 법률지원단장으로 정리됐다. 그리고 그 자리는 조광희 변호사가 차지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안철수의 남자’를 두고 두 사람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안 후보가 조 변호사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그 뒤 정치권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친구 문재인이 있었다면 안철수 후보에게는 절친 조광희가 있다’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조광희 변호사는 정치판에도 오래전부터 얼굴이 알려진 인물이다. 변호사임에도 영화제작사 대표를 할 만큼 문화적인 소양이 남달랐고, 정치적 감각 또한 뛰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4·11 총선 때 민주통합당에서 문화계 추천 몫으로 그에게 비례대표 자리를 제안했는데 ‘그런 당에 들어가야 되겠나. 당이 개판인데’ 하면서 단칼에 거절했다고 한다. 그가 왜 이번에 안철수 캠프에 전격 합류하게 되었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친노계 인사들과도 폭넓은 교류를 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사람 좋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매사에 침착하고 합리적인 성품이라 안 후보도 굉장히 신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영화계에서는 “정치입문은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대기업의 한 영화사업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영화사 봄에서 대표를 했는데 오너는 따로 있고 일종의 얼굴 역할을 했다. 영화계 사람들이 대부분 가난한데 그들을 위해 무료 법률자문을 해주는 등 오랫동안 영화판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다. 조용한 성품으로 적도 만들지 않는 타입이라 영화계와도 잘 어울렸는데 정치 쪽으로 간다니 의외”라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의 최측근 핵심그룹의 성향이 대부분 조 변호사처럼 조용하고 합리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연 안철수 후보는 ‘얌전한 참모’들을 앞세워 단일화 협상과 최악의 경우 3자구도 전쟁에서까지 승전보를 올릴 수 있을까. [성]
철새 교수들 안 캠프 똑똑안철수 후보는 자신의 정책을 뒷받침해줄 자문교수그룹도 속속 등장시키고 있다. 이 중 몇몇은 과거 정권에서 수차례 줄타기를 하며 변신을 해온 인물들이란 얘기도 나온다.
대표적 경우가 지방대의 A 교수다. 그의 안철수 캠프 참여를 두고 한 정치권 인사는 “학문적으로 상당히 권위가 있고 존경받는 학자이지만 이번에 안 후보 캠프 소식을 듣고 ‘저 양반이 이번에는 또 저기에 있네’라는 생각이 들더라. 과거 정권에서 계속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자리를 차지하려 했던 ‘전력’이 떠올라 묘한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A 교수 외에도 안철수 캠프 정책 브레인 중에는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때 비문(비문재인) 진영에 섰던 인사들도 있다. 안 후보를 측면 지원하고 있는 김수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선주자 정세균 의원의 싱크탱크 ‘국민시대’의 공동대표다. 안 후보에게 정책 조언을 해 온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당 경선 때 손학규 상임고문의 자문교수이기도 했다. [성][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