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향감각 ‘제로’ 박근혜 후보가 9월 25일 6ㆍ25전사자 유해발굴이 이뤄지고 있는 강원도 양구군을 방문했다. 박근혜 캠프는 인재영입 등에 애를 먹으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방향키를 잡은 선장은 ‘과거사 사과 등이 실기했다’는 평가 속에 ‘현장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 같다’라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전세금 대책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급조된 정책이라는 평가가 많다. 박 후보가 위기관리 능력이 떨어지고 현안 대처 속도도 너무 느려 대선 패배의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아군들조차도 삼삼오오 모여 “이대로는 어렵다”는 말을 나누고 있다는데…. 박근혜 후보의 총체적 난맥현상을 진단해봤다.
일단 전략가가 없다. 실무진의 역량도 너무 떨어진다. 2주 전 “두 개의 판결이 나왔다”고 답하면서 인혁당 사건 논란에 휩싸인 박근혜 후보는 당시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으로부터 사전에 질문지를 받았다. 답변을 허술하게 준비했던 실무진 탓에 박 후보가 공식 사과 기자회견까지 자처한 꼴이 됐다. “최종판결을 존중한다”고만 했어도 그만인데 박 후보로서는 큰 상처를 입게 됐고 국민대통합위원회라는 숙제까지 떠안게 됐다. 답변 작성자는 호된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9월 24일 박 후보는 과거사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23일 늦은 밤 박 후보 스스로 결정하고 “기자들을 만나게 해 달라”고 최경환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자회견문을 꼼꼼히 읽어본 유족들은 더 성을 냈다. 기자회견문을 찬찬히 분석하면 ‘그런데’와 ‘하지만’이 4군데 나오는데 요약하면 ‘아버지(박정희)는 잘했는데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상처가 있었다’는 식이다. ‘그 상처가 아물지 않은 분들이 저와 동참해 주실 때 100% 대한민국이 가능하다’는 문장은 박 후보 자신이 사과하고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잃은 사람이 찾아와 ‘동참’하라는 뜻으로도 읽힌다는 것이다. 박 후보 본인은 어머니 아버지를 모두 총탄에 잃고 ‘절망의 바닥’을 헤맸고, 과거사로 고통받은 유족은 ‘아픔’ ‘고통’ ‘인권의 침해’ 등 가볍게 표현한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친박 내부에서조차 “이 회견문 누가 썼느냐”는 성난 목소리가 나온다. 누가 써주고 박 후보가 고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왔다. 말이 생명인 정치판에서 ‘박근혜 연설’은 늘 콘텐츠도 없고 설득력도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무진의 역량이 떨어져 박 후보가 연방 헛발질하는 것은 ‘동종교배’에 따른 예견된 결과다. 2007년 경선에서 박 후보를 도왔던 인물들이 다시 실무진으로 투입되고, 홍보, 조직, 메시지, 정책 등 각 분야의 팀장에 박 후보 보좌진들을 재배치하면서 ‘새로 나올 것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무진이 끌어오는 새로운 사람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 한다. 한 의원은 “박 후보 (핵심) 보좌진이 국회의원 머리 위에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2007년 경선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하고 누굴 만나고 어디를 가고 하는 것을 재탕, 삼탕 하면서 “파격적인 행보, 감동을 주는 발걸음이 상실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추석 밥상을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가 점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박 후보가 ‘조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카드를 내놓았지만 이를 두고도 벌써부터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인다. 이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은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묘하게 겹치지면서 지지율을 까먹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병호 공보단장을 이정현 최고위원으로 교체한 것을 두고서도 기자들 사이에서 말들이 많다. 일부 기자들은 ‘이 최고위원은 (상대를 차근차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 길어지면 흥분부터 하고 목소리만 높여 상대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특히 이 최고위원은 박 후보의 대변인격으로 활동하며 과거사를 사과하기 전까지 그의 모든 입장을 옹호한 사람인데 공보단의 수장으로 적합하느냐는 자격론이 불거져 나왔다. 그렇게 사람이 없느냐는 것이다.
9월 25일 박 후보는 빙모상을 치르고 있는 유승민 의원을 찾아가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했다. 유 의원은 즉답하지 않았다. 2002년 이회창, 2007년 박근혜의 대통령 만들기에 실패한 그로선 이번에 나서면 ‘세 번째 설계자’가 되는 셈인데 또 일을 그르치면 본인 스스로 잃을 것이 너무 많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실패한 저격수’라는 딱지는 그가 만약 더 큰 꿈을 가지고 있다면 치명타다. 박 후보를 도와야 하는데 새누리당 판이 심하게 망가져 있다고 조언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한편으론 유일하게 박 후보에게 쓴소리를 해온 유 의원을 기용하면서 자신을 향한 ‘불통’ 지적에서 해방되려는 꼼수라는 비판도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이 유승민, 남경필 의원의 선대위 부위원장 기용에 대해 “박근혜 데코레이션(장식용) 아니냐”고 비꼰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유 의원만 한 인물이 별로 없다는 것에도 박 후보 용인술의 한계다.
돌려막기식 용인술의 임계치를 벗어나기 위해 외부수혈에도 주력하고 있지만 분위기가 심상찮다. 쓸 만한 사람은 있지만 감동을 줄 인물은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도 일제히 네트워크 확장에 나선 탓에 김대중, 노무현 시절의 일꾼들이 ‘씨가 말랐다’는 말도 나왔다. “사람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한 일상이 되고 있다”고 밝힌 박 후보가 그간 ‘성과 있는 인물’ 찾기에 실패한 모습을 보인다면 실망감이 더 커질 것이란 말이 나온다.
그렇다고 박 후보로서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시절 사람을 앉힐 수는 없어 답답해 한다는 전언이다.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 영입 이후 이렇다 할 인물이 기용되지 못하고 있는 점, 중앙선대위 발족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는 점도 모두 사람 찾기에 실패하고 있어서란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한 선거기획단 핵심 관계자는 “솔직히 사람이 없다. 의원들이 인재영입에 모두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잘못 천거할 경우 뒷감당을 해야 하고 박 후보에게 찍히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와중에 새누리당 출신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적군’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에 합류한 것은 박 후보에게 상당히 아픈 대목이다. 박 후보 진영의 전략과 전술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핵심 관계자가 최대 라이벌 문재인 후보쪽으로 갔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전력누수인 동시에 살얼음판 대선 승부의 최대 악재다.
▲ 박근혜 후보가 9월 24일 인혁당 피해자 유족들에게 공식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특히 이 의원과 안경률 전 의원 등 친이계 전현직 의원들이 이달 초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분권형 개헌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캠프 안팎에서는 “서둘러 비박 진영을 안아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박근혜 본인이다. 믿는 사람을 오래 쓰는 스타일이다 보니 ‘개혁의 구세주’라는 참신성이 떨어진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이 ‘변화’라면 박 후보의 이미지와 겹쳐지지 않아 지지세가 꺾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1998년 정치권에 입문한 뒤 ‘대통령감’으로 덩치를 키운 그로서는 적어도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로워야 함에도 문-안 후보가 진용을 짜느라 바쁜 이때 어떤 속도도 못 내고 있다. 참신한 정책도, 솔깃한 공약도 없다. 자기수행과 자기연마가 부족했다는 말도 나온다. 박 후보는 대선 출정식 때 주머니에서 A4용지를 꺼내 읽었다. 외우지 못해 연방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했다. 과거사 사과 때는 방송국에서 쓰는 프롬프터를 보면서 감동 없는 연설을 했다. 박 후보의 실무캠프에는 기자실 따로 사무실 따로 돼 있다. 사무실은 출입을 막는 시건장치가 돼 있다. 안 후보는 종로에 선거캠프를 차리는데 개방형 카페식이다. 박 후보 마크맨 사이에서는 “캠프에 가도 (보도할) 상품이 없다”고 투덜댄다. 박-문-안 3자간 TV토론이 시작되면 누구에게 유리할 것인지에 대해 새누리당이 벌써부터 겁먹고 있다는 말도 있다.
선우완 언론인
“병X 새X들아, 사적 얘기 보고 하나”
뒤 이어 오후 7시 20분쯤에는 ‘민주당은 너무 걱정말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 위원장으로 인해 경제민주화의 화두를 빼앗겼다고 너무 슬퍼하지도 말라”며 기세를 올렸다. 사단은 그 뒤에 났다. 이날 김 의원은 당사에 출입한 각 언론사 막내 기자들에게 ‘번개’를 제안했다. 그간 음지에서 고생한 것이 생각났는지 소폭(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이 돌았고, 좋았던 기분만큼이나 술자리 분위기도 흥겨웠다고 한다.
그러다 김 의원은 “박 후보가 정치를 하는 건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막내 기자들은 이를 휴대전화로 선배들에게 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의원의 발언이 인터넷 상에서 기사화됐다. 김 의원은 그때까지도 몰랐다는 후문이다. 그러다 최경환 비서실장으로부터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책성 전화를 받았다. 얼마 뒤에는 박 후보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박 후보는 “그런 말씀은 하시면 안 되는 것 아니에요?”라는 경고성 발언을 했고 김 의원은 그때 꼭지가 돌았다는 전언이다.
마주앉은 기자들에게 “(식사 도중에 그냥 한 이야기를) 정보보고 하느냐? 이 병× 새×들아, 너희가 기자가 맞냐. 대학 나온 새×들 맞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한 명 한 명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니가 정보보고를 했느냐? 병×들아 이렇게 정보보고 한다고 특종할 줄 아냐. 너희가 특종한 적이 있느냐? 너희가 보고하는 것은 우리에게 다 들어온다”는 말까지 했다고 자리를 함께한 기자들이 전했다.
대변인에 내정됐을 뿐이지 공식 발표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의원은 다음날인 24일 대변인직을 자진사퇴했다. 갖은 고생을 한 김 의원으로선 들어오는 복을 제 발로 걷어찬 셈이다.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