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상하게 해” 배 의원 비서에 전한 범행동기 주목…“여야 다 욕해” “학교서도 이상행동” 증언 속속
#유아인, 경복궁 낙서범, 이재명까지
1월 28일 경찰은 배현진 의원을 돌로 습격한 중학생 피의자 A 군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월 29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피의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확보해 포렌식 후 분석 중”이라면서 “범행 당일뿐 아니라 과거 행적을 확인하기 위해 통화 내역과 CC(폐쇄회로)TV 영상, SNS 활동도 면밀하게 확인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A 군의 휴대전화에 대해서는 1월 25일 체포 당일 임의제출 받은 뒤 압수 절차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 군의 상식 밖의 행적이 드러나 화제가 되고 있다. 연합뉴스TV에 따르면 2023년 5월 당시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마약투약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배우 유아인의 뒤에 서서 커피를 뿌린 남성이 A 군이라고 보도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유아인은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고 말한 뒤 경찰서를 나섰다. 이때 A 군이 커피를 뿌렸고 놀란 유아인이 뒤를 돌아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A 군은 연합뉴스TV 제보 당시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평소 좋아하지 않았던 탤런트 유아인의 마약 복용 의혹 보도를 지켜보면서 화가 나 골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병을 던진 이유를 설명했다. A 군은 현장에서 찍은 자신과 유아인, 취재진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함께 제보했다. 이튿날에는 “내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있으면 제공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A 군은 2023년 12월 22일 “경복궁 낙서 모방범을 참교육하겠다”며 법원을 방문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A 군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늘 나 경복궁 2차 가해자 참교육 하고옴’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글에는 당시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했던 모방범 설 아무개 씨(29)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서울중앙지법 서관으로 빠져나올 때 A 군이 “경복궁 훼손, 훼손범. 경복궁 훼손, 훼손. 경복궁 훼손한 XX야”라고 소리치는 영상 파일이 담겼다. 당일 A 군이 설 아무개 씨를 향해 지갑을 던지는 모습이 한 방송사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경찰은 A 군이 이재명 대표의 법원 출석 현장에서 지지자 등을 배경으로 찍은 셀카 영상도 같은 날 찍은 것으로 확인했다. 이 대표도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같은 서울중앙지법 서관을 오갔다. 당시 서관 입구 쪽에 이 대표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어 몰려 있었기 때문에 A 군 역시 경복궁 낙서 모방범을 보러 법원을 방문했다가 지지자들을 발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은 A 군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을 배경으로 영상을 올린 것과 관련해 설 씨를 보러 갔다가 우연히 촬영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A 군이 이재명 대표 등 정치인 관련 집회에 참석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경찰은 “행적 확인 중”이라며 “아직 본인 상대로 공식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 군보다 1년 선배인 예비 고등학생 B 군(16)은 노컷뉴스 인터뷰에서 “정치 성향은 그렇게 크게 한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냥 (양쪽 정당을) 다 욕하고 다녀서 (A 군 정치 성향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실명을 언급하기는 좀 그렇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라든가,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둘 다 비판하고 다녔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A 군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하기 전까진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경찰은 “최근 A 군이 이 대표 피습 사건에 큰 관심을 가졌다”는 주변인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A 군의 부모가 법조인이라는 일각의 소문에 대해서는 “판·검사 등 법조인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화 난다며 벽돌 들고 친구 쫓기도"
배현진 의원 피습 이튿날 새벽 경찰에 의해 응급입원(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자·타해 위험이 있어 사정이 급박한 경우 정신의료 기관에 3일 이내로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 조처됐던 A 군은 보호입원(보호자와 의사가 결정)으로 전환돼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A 군은 최근 우울증 증상이 심해져 폐쇄 병동 입원을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A 군은 경찰 조사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우울증과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았다고 진술했다. 또한 2023년 1학기부터 학교 안에서의 갈등으로 교육기관에서 운영하는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았으며 병원에서 조울증으로 알려진 ‘양극성 장애’ 소견을 받아 치료를 받은 것으로도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건강 상태는 우리가 판단하는 부분은 아니고 병원에서 전문가들이 판단하겠지만 일단 당분간은 입원한 상태가 계속되지 않을까 하고 부모도 보호입원에 동의한 것으로 안다”며 “수사 상황을 봐서 한두 차례 이상 더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A 군을 아는 한 학생은 뉴시스 인터뷰에서 “(A 군은) 같은 학년 다른 반 여학생을 반년 정도 스토킹했는데 인근 중학교 학생들이 알 정도로 이야기가 많이 돌았다”면서 “그 여학생 사진을 SNS에서 구해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A 군에게 스토킹 피해를 당했다는 E 양(15)은 “A 군이 쉬는 시간에 수시로 찾아와 훔쳐봤다”며 “다른 친구들을 통해 내 전화번호를 수소문한 뒤 자주 연락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A 군은 3~4년 전부터 학교에서 여러 이상행동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친구의 안경을 부러뜨리고 도망가거나 손 소독제 뿌리기, 친구 집 바깥쪽 창문을 열고 우유 붓기, 잘 모르는 친구들에게 시비 걸기, 큰 이유 없이 화가 난다며 친구 집 앞에 벽돌 들고 쫓아가기, 수업 시간에 자꾸 일어나서 밖에 나가려고 하거나 교실을 걸어 다니기 등의 기행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과 했다던데” vs “받은 적이 없어”
경찰은 A 군을 특수상해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2009년생인 피의자 A 군은 생일과 상관없이 만 14세 이상으로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소년법에 따라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배현진 의원 역시 “A 군이 처벌 받기를 원한다. 선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A 군의 범행동기에도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사건 당일 배현진 의원을 수행하던 비서는 1월 30일 연합뉴스에 “사건 직후 현장에서 A 군을 붙잡아 ‘왜 그랬느냐’고 물었더니 A 군이 ‘정치를 이상하게 하잖아요’라고 답했다”고 전해진다. 경찰은 현재까지 파악된 현장 CCTV 영상과 피의자 1차 진술, 피해자 진술 등으로는 범행동기를 판단하기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약 2시간 전부터 사건 현장 주변을 배회했던 A 군의 모습이 인근 CCTV 포착돼 계획 범행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피의자 측은 우발 범행을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학교생활 기록과 병원 진료 내역 등을 살피면서 A 군의 범행동기와 계획 범행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공범 존재 여부와 관련해서도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공범이 있다 없다 판단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경찰과 배 의원 측 사이에서는 ‘사과 논란’이 등장했다. 경찰은 A 군의 부모가 경찰 조사 당시 만난 배 의원 보좌관에게 미안하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배 의원실은 즉각 “25일 발생한 배 의원 테러 사건 이후 29일 현재까지 배 의원 본인을 비롯한 의원실 보좌진 누구에게도 피의자 측의 사과 의사는 전달된 바 없다”고 밝혔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피의자 측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배 의원 측은 “경찰은 우리에게 피의자 또는 피의자 부모의 신원조차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사과를 받았다는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배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경찰에 (피의자 측의) 사과가 있었냐고 문의했지만 어떠한 입장도 없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배현진 의원은 1월 27일 퇴원하며 “이런 사건은 국민 누구에게도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페이스북을 통해 “사건 당시 ‘이러다가 죽겠구나’ 하는 공포까지 느꼈지만, 지금은 많은 분의 도움과 배려 덕분에 잘 치료받고 회복하고 있다”면서 “사건에 관한 내용은 수사기관을 신뢰하며 지켜보겠다. 면밀한 수사 뒤에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한 법적 처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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