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는 섭취 제한 방법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다. 크게 플렉시테리언, 폴로-페스코, 락토-오보, 비건, 프루테리언 등으로 나뉜다. 먼저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은 ‘유동적인’이란 의미를 가진 ‘flexi’란 접두사가 붙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채식주의를 지향하지만 사정상 혹은 자기 나름대로의 느슨한 기준 안에서 육류를 먹는 것을 말한다.
‘폴로-페스코(Pollo-Pesco)’는 각기 다른 두 가지 부류의 육류 섭취를 허용하는 ‘폴로’와 ‘페스코’의 합성어다. 먼저 페스코 베지터리언은 어류 등 수산물을 허용하는 세미-베지터리언의 한 분류다. 폴로 베지터리언은 가금류(조류)의 고기는 허용한다.
‘락토-오보(Lacto-Ovo)’는 각각 ‘젖의-’라는 뜻의 ‘Lacto’와 ‘알의-’란 의미의 ‘Ovo’라는 접두사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우유, 유제품 알은 허용하는 식습관을 말한다. 특히 동양의 종교적 채식주의자 대다수가 이를 택하고 있다.
‘비건(Vegan)’은 육류, 가금류, 난류, 어류, 유제품을 모두 금한다. 생산 과정에서 살생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동물성 식품이라면 모두 거부하므로 우유나 벌꿀 등 동물의 분비물도 섭취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인간이 실천할 수 있는 채식주의의 극한이라고 봐야 하는 개념이다.
‘프루테리언(Fruitarian)’은 채식주의자의 극단으로 채식 중에서도 과일과 견과류만을 허용한다. 식물도 생명이므로 강제로 그것을 죽여서 먹으면 안 되고, 오로지 식물이 우리에게 ‘허용한 것’들만 먹어야 한다는 관념에 기반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비덩주의’라는 개념도 있다. 비덩주의는 ‘비(非) 덩어리 주의(主義)’의 줄임말로, 덩어리로 된 고기는 거부하고 육수 등의 국물은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채식주의 대표주자가 된 ‘비건’
꽤나 다양한 채식주의 생활양식 가운데 비건은 대표주자가 됐다. 채식주의라는 기본 개념이 동물성 식품을 금하자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나, 최근 들어 확장된 동물권 보장 관념과도 무관하지 않다.
현대 사회에서는 '비건'이라고 하면 보통 동물권을 이유로 육식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뜻하며, 동물권을 이유로 육식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대개 비건을 자칭한다. 따라서 현재 ‘비건’이라고 하면 순수하게 ‘채식주의자의 일종’을 뜻하기보다는 ‘동물권자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사실 채식을 하기 위해 동물권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동물권을 지지하기 때문에 채식을 하는 것이므로, 두 부류 가운데 채식주의자보다는 오히려 동물권자의 의미가 더욱 강하다.
비건(Vegan) 트렌드는 이제 식품을 넘어 뷰티 제품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존에는 식품 분야에서 비건 제품이 주로 소비됐지만, 이제는 식품이 아닌 화장품도 비건으로 소비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국비건인증원에 따르면 국내 비건 코스메틱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1천600억원에서 2022년 5천700억원으로 9년 만에 4배 이상 성장했고, 2025년에는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 17조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5년이면 2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비건을 핵심가치로 내세운 뷰티 브랜드들도 점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명품 비건 메이크업 브랜드’를 추구하는 아워글래스(Hourglass)가 2월 1일 신세계 센텀시티 1층에 매장을 신규 오픈했다. 2004년 미국에서 설립된 아워글래스는 전 성분을 비건화하고 동물 실험을 금지하는 등 ‘지속가능한 뷰티’를 지향하는 브랜드다. 국내에는 2018년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공식 수입·판매하고 있다.
아워글래스는 지난해 3분기 베이스·색조 메이크업 제품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6% 증가하며 급성장세를 보였고,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2024년 1월 조사에서 비건 화장품 브랜드평판 3위에 등극하며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팬텀 볼류마이징 글로시밤’과 ‘배니쉬 파운데이션 스틱’ 등 대표 제품이 뷰티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흥행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뷰티 편집숍 시코르 센텀시티점도 비건 뷰티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현재 취급 중인 친환경·비건 브랜드만 해도 디어달리아, 아워글래스, 어반디케이, 디어 클레어스 등 10여 개에 달한다. 시코르는 비건 뷰티만을 취급하는 ‘그린 뷰티 존’을 전국 지점으로 늘리고 있는데, 센텀시티점에도 향후 그린 뷰티 존을 도입할 예정이다.
몰 3층에 입점한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러쉬는 친환경 제품을 비건 제품으로 강화하기도 했다.달걀을 사용하지 않는 에그-프리(Egg free) 기조에 따라 헤어 트리트먼트 제품 ‘수아 웬 후아’에 달걀 성분을 빼 비건 인증을 받았다. 러쉬는 브랜드 핵심가치에 동물실험 반대와 에티컬 바잉(Ethical Buying·윤리적 구매), 100% 베지테리언 및 95% 비건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신세계 센텀시티 1층의 허브 코스메틱 브랜드 빌리프도 올해 ‘New 프라블럼 솔루션 라인’을 비건으로 내놓으면서 비건 라인업을 강화했다.
권태우 신세계 센텀시티 해외잡화팀장은 “가치소비와 윤리소비에 관한 소비자 인식이 강화되면서 화장품도 비건으로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아워글래스 오픈을 계기로 비건 뷰티가 다시 한 번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