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부분에 대한 구체적 윤곽 나오지 않아…신분당선·GTX 철도 노선 신설 추진이 변수
#몇 차례 의견은 교환했지만…
현산은 2018년 12월 용산구와 ‘용산역 전면공원 지하공간 개발사업’ MOU를 체결했다. 현산은 당시 용산역 앞 1만 2730㎡(약 3850평) 규모 전면공원 부지에 지하공간을 개발 및 운영하는 BTO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BTO(Build-Transfer-Operate)란 민간 사업자가 시설을 직접 건설해 정부 등에 소유권을 양도하고, 일정기간 시설을 직접 운영하면서 수익을 거두는 사업모델을 뜻한다. 현산은 전면공원 지상에 공원을 조성하고, 지하 1층과 지하 2층에는 지하광장, 지하연결보도, 상업시설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지하 1층과 지하 2층의 연면적은 2만 2505㎡(약 6800평)에 달한다.
현산과 용산구 모두 개발에 대한 기대는 컸다. 현산 관계자는 MOU 체결 당시 “이번 사업은 지상으로는 용산역과 향후 조성될 용산공원으로 연결될 녹지축인 파크웨이의 관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지하에는 지하철, KTX와 지하광장이 어우러진 문화·교통의 구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성장현 전 용산구청장도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철도가 연결되면 용산역은 대한민국 중앙역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그에 걸맞은 관광명소가 될 수 있도록 용산역 일대를 제대로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수년 전부터 전면공원 위치에 ‘미디어광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시는 2016년 4월 ‘용산4구역 정비사업’을 발표하면서 미디어광장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2023년 2월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도 미디어광장을 언급했다. 심지어 용산구도 지난해 12월 ‘버들개 문화공원’ 부분 개장 당시 “(버들개 문화공원은) 용산 파크웨이 종합계획에서 용산역광장-미디어광장-용산파크웨이-용산프롬나드로 이어지는 보행 녹지축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도, 용산구도 전면공원을 사실상 미래의 미디어광장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와 현산은 몇 차례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는 미디어광장에 구체적으로 어떤 시설이 들어올지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광장으로 이름이 지어진 이상 공원 형태의 개방형 공간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산도 전면공원 지상에는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지상 부분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현산의 지향점이 비슷한 셈이다.
문제는 지하 부분이다. 현산은 지하에 상업시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시는 지하 부분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형태로 계획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은 공감했지만 사업성을 어떻게 보전하고 구역을 어떻게 분할할지 등에 대해서는 실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산은 이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서울시 "현산과의 이견은 없다"
서울시와 현산이 협의에 이르더라도 당장 공사를 진행하기는 어렵다. 서울시는 미디어광장을 신분당선과 연계해 짓겠다고 밝혔다. 다르게 말하면 신분당선 용산역 완공 시점에야 미디어광장 조성도 완료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신분당선의 용산-신사 구간 노선 신설을 추진 중이다. 국토부는 당초 2017년 용산-신사 구간 노선을 착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별 다른 진전은 없다. 오히려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는 지난해 8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사업(용산-삼송 구간)의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신분당선 용산역이 굳이 필요하냐는 여론도 나오고 있다.
현산이 여태껏 전면공원 공사를 시작하지 못한 것도 신분당선 때문이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현산이 현실적으로 정부와 서울시를 무시한 채 독자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기는 어렵다. 현산은 당초 2019년 전면공원 개발 공사를 시작해 2021년 말부터 시설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24년이 되도록 전면공원 운영은커녕 착공조차 들어가지 못했다.
정부나 서울시 입장에서도 전면공원 지하를 개발하면 추후 신분당선 노선 공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신분당선 착공과 개통 관련해 명확한 일정을 내놓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신분당선 용산역은 미군기지 지하를 통과하므로 신분당선 착공을 위해서는 미군기지가 이전해야 하는 등 과제가 산적하다”며 “신분당선 착공도 어려운 판에 용산역 지하 개발은 현실적으로 애로사항이 많다”고 지적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도 변수가 될 수 있다. GTX-B는 계획대로라면 여의도-용산-서울역 구간을 지나간다. 용산역 인근 지하 공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국토부는 연내 GTX-B 착공해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GTX-B의 경우 구리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정차를 요구하는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일정을 맞추기 쉽지 않은 셈이다.
서울시는 지난 2월 5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를 개발하면 전면공원 지하 상업시설에 대한 가치도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신분당선과 GTX-B 일정이 지연되면서 전면공원 개발 시기는커녕 착공 여부조차 장담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앞서의 서울시 관계자는 “문제는 사업성이지 다른 것에 대한 (현산과의) 이견은 없다”면서도 “어떤 형태로 정리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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