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적어 시세 조종 어렵지 않아…주가 심하게 요동칠 수 있어 투자 신중해야
최근 몇 년 동안 고금리 기조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소·벤처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드는 현상이 이어졌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캐피털(VC)의 신규 투자 금액(5조 3977억 원)은 전년(6조 7640억 원) 대비 약 20% 감소했다.
투자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쉽지 않아지면서 기업들은 IPO(기업공개)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리츠와 스펙을 제외한 코스닥 상장 기업은 2022년 66곳에서 지난해 77곳으로 늘었다. 주식시장이 불장이었던 2021년 코스닥 상장 기업(74곳)보다 많아졌다.
IPO로 조달하는 자금은 대부분 주식 시장에서 바로 사고팔 수 있어 해당 기업의 주식 유통금액과 유사하다. 이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2022년 공모가 기준 주식 유통금액이 200억 원 미만인 기업은 3곳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그 수가 10곳으로 늘었다. 올해는 유통금액이 100억 원 미만인 기업이 나오기도 했다.
유통금액이 적은 기업들의 상장 후 주가 변동성을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시중에 유통되는 총 금액이 낮기 때문에 적은 수요에도 가격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모든 기업들의 주가 흐름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앞서 언급한 지난해 유통금액 200억 원 미만 10개 기업은 상장일 모두 주가가 공모가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종목별로는 올해 유통금액이 87억 원에 불과했던 우진엔텍이 14영업일 동안 상장일 주가가 공모가의 4배까지 오르는 ‘따따블’을 포함해 상한가 4번에 하한가 1번을 경험했다. 지난해 유통금액이 100억 원으로 가장 낮았던 꿈비는 상장 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4일간 20%가량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더니 다시 한 번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싹은 상장 후 5일 동안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8일 동안 하락하며 주가를 반납했다. 매도세가 빠지면서 주가는 다음 영업일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유통금액이 적은 기업들은 단타족들의 시세차익 먹잇감이 되기 쉽다. 단타족들은 높은 거래량과 적은 유통금액을 선호한다. 거래량은 전날 대비 높을수록 짧은 시간에 매수·매도를 통한 차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여기에 유통금액까지 적으면 투자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차트의 흐름이 유도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최근 복수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매일 1% 우진엔텍 단타’, ‘우진엔텍 스켈핑’ 등 우진엔텍으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다. 스켈핑은 단타처럼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작은 가격 움직임을 활용해 이익을 추구하는 거래 방법이다. 이들은 수급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인 개장 후 30분 동안 1분 단위로 차트를 보면서 매수와 매도를 결정한다. 유통금액이 적은 종목들 대부분 단타족들이 한 번쯤은 휩쓸고 간 흔적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시세 조종을 노리는 일부 세력들이 이 같은 구조를 갖춘 기업의 주가를 주무르기 용이하다는 점이다. 우진엔텍의 유통금액은 IPO 기관투자자 보호예수 물량까지 빼면 상장일 유통금액이 공모가 기준 60억 원까지 내려갔다. 단순 계산으로 투자자 60명이 1억 원씩만 사들여도 유통물량을 모두 보유할 수 있을 정도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일반 기업은 ‘시가총액 300억 원에 매출 100억 원 이상’ 등 상장 조건이 있지만, 유통금액을 특별히 제한하지는 않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업마다 원하는 자금 액수 등 기업 상황이 다르기에 유통량과 금액까지 제한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유통금액이 적을수록 더 보수적인 관점으로 투자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몸집이 작을수록 조그마한 변화에도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하기에 단타족이나 시세 조종 세력들의 거래 수요들이 이런 기업에 일시적으로 집중 유입될 수 있다. 이럴 경우 기업이 실적 개선 등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도 실질적으로 주가에 반영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기에 투자자들은 신중하게 판단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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