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 높지만 경쟁 치열하고 수익성 확보 어려워…컬리 “배송 시점이나 상품군 차별화 검토 중”
#컬리, 부릉과 손잡고 퀵커머스 도전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가 배달 대행업체 부릉(VROONG)과 손잡고 서울 강남에 1호 MFC(도심물류센터) 확보에 나섰다. 주력 상품군인 신선식품과 뷰티 제품군을 중심으로 퀵커머스(근거리 빠른 배달) 진출 청사진을 그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컬리의 퀵커머스 진출을 놓고 다소 의아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물류 인프라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다. MFC 면적도 최소 1000~1700㎡(300~500평)가 필요하다. 수도권에서 퀵커머스 사업을 영위하려면 상당한 비용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퀵커머스를 하려면 인구밀집도가 높은 대도시 위주로 MFC를 짓거나 임차해서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데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있기 때문에 퀵커머스로 수익을 내고 있는 회사가 거의 없을 정도”라며 “이제 막 EBITDA 흑자를 낸 회사가 또 다시 투자 비용을 들인다는 게 의아한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퀵커머스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선두주자인 배달의민족은 시장 진입 초기부터 MFC를 구축해 약 70개의 지점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CJ올리브영은 전국 1340여 개의 점포와 수도권 주요 권역에 구축한 물류센터를 적극 활용해 퀵커머스를 운용하고 있다. GS리테일도 전국의 GS25 점포 등을 물류기지로 활용해 요기요와 협업한 ‘요편의점’과 ‘요마트’ 등으로 퀵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시장 자체의 성장성은 높다는 평가다. 퀵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30분~1시간 이내에 배달이 되는 퀵커머스에 대한 니즈는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꾸준히 관심을 받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MFC도 땅값이 비싸기는 하지만 대부분 퀵커머스 업체들은 임차를 통해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물류센터는 고객의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꼭 목 좋은 곳 1층 자리일 필요도 없어 골목이나 지하 등 보다 가격이 저렴한 곳에 입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컬리가 어차피 전국구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일부 소득수준이 높은 상권에서 운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팬덤을 갖고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컬리의 가장 큰 장점인 프리미엄 신선식품이 퀵커머스와 결합할 때의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컬리, 올해 연간 흑자가 절실한 상황
2024년 컬리의 가장 큰 과제는 수익성 강화와 연기했던 기업공개 절차 재개다. 비용을 통제하고 매출을 확대하는 게 급선무다. 최근 추세는 긍정적이다. 컬리는 지난해 12월에 영업을 시작한 지 9년 만에 최초로 EBITDA 흑자를 낸 후 올해 1월까지 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EBITDA란 이자비용, 법인세, 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전 영업이익이다. 즉 EBITDA 흑자란 기업이 순수한 영업활동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쿠팡도 2022년 상반기부터 EBITDA가 흑자로 돌아선 후 하반기부터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컬리는 비용 효율화를 위해 지난해 프로모션이나 TV광고 중단 등 마케팅 비용도 줄이고 자회사 흡수합병까지 마무리했다. 일부 간편결제 서비스를 축소해 수수료 비용도 줄였고, 외부 별도 사무실 운영도 중단해 임차료도 절약했다. 특히 송파물류센터 철수와 창원, 평택물류센터의 물류 효율화 등 직접물류비 개선이 가장 큰 비용감소 효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컬리는 지난해 5월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아스펙스캐피털로부터 총 2500억 원의 투자금을 조달했다. 올해 흑자전환을 하지 못할 경우, 사모펀드들이 보유한 전환우선주의 전환비율을 1 대 1에서 1 대 1.8462343로 조정한다는 단서가 달려있다. 전환비율이 2배 가까이 높아지기 때문에 올해 연간 흑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기업공개를 위해서라도 컬리는 올해 매출을 늘리고 기업 가치를 올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컬리가 선택한 노선이 협업을 통한 외연 확장으로 보인다. 부릉과의 협업 이전에 컬리는 지난해 12월 21일부터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손을 잡고 ‘CU컬리 특화편의점’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삼성타워팰리스에 론칭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해당 특화편의점의 식재료 매출 비중은 일반 CU점포의 5배로 BGF리테일과 CU는 1호점의 성과를 바탕으로 2호점 개설 지역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철휘 한국유통포럼 회장은 “협업하면서 계속 사업을 확장하고 상품 노출을 늘리는 게 컬리의 최대 목표다. 상장을 위해 모멘텀을 만들어나가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퀵커머스를 위해 새로 구축하는 MFC에도 특화편의점에서 한 것처럼 이익률이 높은 컬리의 PB(자체상표)상품들이나 인기가 검증된 주력 상품들을 채워넣을 것”이라며 “강남 대치동 쪽은 소득수준이 높으니 컬리가 여기다 안테나숍을 세워 고객 반응과 고가 상품 반응을 보려고 하는 것이고 주문량이 많아 회전율이 높아지면 마찬가지로 2호점, 3호점까지 탄력이 붙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지금이 증시 활황기였다면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컬리 입장에서 신규산업 진출로 외연 확대를 노리는 게 상당히 긍정적으로 읽혔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바꿔 말하면 컬리처럼 이제 막 흑자를 내기 시작한 회사들에는 그렇게 관심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컬리 관계자는 “신사업은 아직 구상하고 있는 단계라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이 없다. 다만 지금처럼 샛별배송으로 보내드리는 것 외에도 고객 분들이 좀 더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는 시점이나 상품군 차별화 등에 대해 검토하는 중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IPO와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날짜나 일정이 나오지는 않았고 저희도 내부 정비를 통해서 컬리의 사업성과 지속 가능성을 보여드리는 데 우선 중점을 두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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