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즈’ 승한 활동중지, ‘제베원’ 김지웅 팬 향해 욕설 논란…투어스 데뷔곡 역대급 성적에 의아한 시선도
#데뷔 전 사생활이 잡은 발목 ‘라이즈(RIIZE)’
7인조 다국적 보이그룹 라이즈는 SM엔터테인먼트가 NCT 이후 7년 만에, 그리고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퇴사 이후 처음으로 선보인 그룹으로 데뷔 전부터 강력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23년 9월 4일 데뷔한 이 그룹은 데뷔 앨범 ‘겟 어 기타(Get a guitar)’ 초동 판매량이 100만 장을 넘기며 ‘역대 데뷔 음반 초동 밀리언셀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데뷔 활동이 마냥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멤버 승한의 데뷔 전 사생활 논란이 발목을 잡은 탓이다. 데뷔 전인 2023년 8월 말경 온라인 커뮤니티와 X(옛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승한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여성과 스킨십을 하는 사진이 유포된 것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당시 승한이 자신의 미숙함에 대해 반성하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리고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도 사생활의 추가 유포 시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사그라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3개월 뒤인 11월, 승한의 과거 길거리 흡연 영상과 타 보이그룹 멤버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하던 중 경솔한 발언을 한 영상 등이 유출되면서 더 큰 논란이 불거졌다.
승한의 경우 사생활의 무단·불법 유출이라는 점으로 유출자에게 비판의 화살이 모이기도 했지만, 한 멤버의 잇따른 논란은 갓 데뷔한 그룹 전체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울 것이란 우려가 앞섰다. SM엔터테인먼트가 1차 논란과는 달리 승한의 자필 사과문을 게시하고 그의 무기한 활동 중단을 결정한 것도 이런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소속사의 비교적 빠른 대처 덕에 남은 6명의 멤버들은 별다른 구설수 없이 활동을 이어오며 연예 관계자들로부터 ‘2024년 가장 주목해야 할 신인 아이돌’로 꼽히는 등 무탈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욕설, 들은 사람은 있고 한 사람은 없는 ‘제베원’
앞선 SM엔터테인먼트의 발 빠른 대처와 달리 팬덤과 대중 모두에게 질타를 받은 그룹과 소속사도 있다. 음악 전문 채널 엠넷(Mnet)의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 ‘보이즈플래닛’을 통해 2023년 7월 결성된 9인조 다국적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과 소속사 웨이크원의 경우다.
제로베이스원의 논란은 2월 2일 멤버 김지웅이 영상 통화 사인회 이벤트를 진행하던 도중 카메라가 꺼지자 욕설로 추정되는 말소리가 녹음된 영상이 X를 통해 유포되면서 발생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김지웅이 카메라가 꺼진 것을 보고 방송이 중단된 것으로 오인해 욕을 한 게 아니냐고 추측했다.
팬을 향한 욕설 의혹이 불거진 아이돌이라는 K팝 사상 초유의 논란에 소속사 웨이크원이 내놓은 입장은 네티즌뿐 아니라 팬덤마저 당황하게 했다. 웨이크원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를 통해 당사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허위 제작물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다”며 해당 논란을 지적하는 듯하더니 갑자기 “당사는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아티스트 숙소를 찾아온 인물에 대해 주거침입 등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 아티스트의 개인 정보를 불법 취득해 전화 연락을 시도하는 이들을 고소해 일부는 피의자 조사를 마친 상태”라며 논란과 동떨어진 사례를 꺼내 들었다.
이처럼 이어지지 않는 여러 사례를 묶어 말하면서 욕설을 들었다고 주장한 팬이 ‘주거침입’ ‘개인정보 불법 취득’한 사례의 팬과 동일한 인물로 파악할 수 있게끔 입장문을 묘하게 작성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실제로 일부 김지웅의 팬들은 이 입장문을 바탕으로 해당 팬이 악질 사생팬이어서 욕설을 들은 것이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2차 가해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제로베이스원의 팬덤은 김지웅과 소속사 웨이크원을 향해 항의 트럭 시위에 나섰다. 2월 7일 일부 팬들은 ‘투표해서 데뷔시켰더니 돌아오는 건 면전XX 김지웅은 탈퇴하라’는 문구가 담긴 트럭을 CJ ENM 및 웨이크원 사옥 앞에 보내 김지웅의 탈퇴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구체적인 반박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활동을 강행할 경우 전면 보이콧하겠다는 입장도 밝힌 상태다.
#열풍은 분다는데 체감은? ‘투어스’
앞선 두 그룹과는 결이 조금 다른 논란에 맞서고 있는 건 1월 22일 데뷔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6인조 다국적 보이그룹 투어스다. 이제까지 5세대 아이돌이 멤버들의 개별 이슈로 홍역을 앓았다면 투어스의 경우는 그룹 활동에 대중들의 ‘물음표’가 따르고 있다는 게 특이점이다. 데뷔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태로 대중적인 인기나 인지도가 아직 체감되지 않은 그룹이 경신하고 있는 신기록이 영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의 데뷔 앨범인 ‘스파클링 블루’(Sparkling Blue)의 타이틀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발매 후 약 일주일~열흘 사이 멜론 일간 차트 100위에 진입해 무섭게 급상승세를 탔고, 이후 벅스, 지니, 유튜브 뮤직,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 국내외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도 일제히 상위권에 올랐다. 투어스와 비슷한 추이로 급격히 상승하는 그래프를 그린 아티스트의 곡으로는 빅뱅의 ‘봄여름가을겨울’과 BTS 정국의 ‘세븐(SEVEN)’ 정도였다는 게 네티즌들의 지적이었다. 대형 팬덤을 갖춘 인기 그룹 또는 솔로 아티스트의 기록을 신생 그룹이, 그것도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이뤄냈다는 것은 놀랄 만한 성적임과 동시에 다소 의아함을 자아낸다는 주장이다.
데뷔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투어스의 음원 성적이 팬덤의 이른바 ‘집단 총공(총공격·팬덤 전체가 공격적으로 음원을 스트리밍 하는 것)’으로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철저히 대중들의 선택으로만 만들어진 지표라는 것인데, 그렇다고 하기엔 이들의 노래가 대중들에게 체감적으로 인기 있게 느껴지는지 묻는다면 그것도 다소 애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남자 뉴진스’지만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가 걸그룹 뉴진스(NewJeans)의 데뷔곡 ‘어텐션(Attention)’과 ‘하입 보이(Hype Boy)’만큼의 압도적인 대중성이나 파급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일부 네티즌들은 음원 순위가 급격히 상승하게 된 뚜렷한 지표나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상승 뒤에 역으로 대중성을 주장한다는 비판을 펼치기도 했다. 이 같은 비판은 일본과 중국 등 해외 K팝 팬덤 안에서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변화한 음악 시장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는 반박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음원 스트리밍 하나로 순위 승부를 보던 몇 년 전과는 달리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숏폼 콘텐츠(짧은 길이의 영상 콘텐츠)의 배경음악으로 활용되면서 쌓아 올린 인지도가 역으로 순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빌보드 차트를 점령했던 걸그룹 피프티피프티의 곡 ‘큐피드(Cupid)’가 그랬듯 투어스 역시 숏폼 콘텐츠로 대중성을 다져 지금의 성적을 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투어스의 릴스 등 숏폼 콘텐츠는 200만~4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꾸준한 호응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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