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카드·응모권 챙기려 수십 수백 장 구매 후 폐기…친환경 소재 활용·분리배출 등 자성 목소리도
이런 불편한 현상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그 주체가 빵이 아니라 K팝 그룹의 앨범이다. 내로라하는 그룹들이 컴백에 맞춰 형형색색으로 꾸민 앨범을 발매하고, 팬들은 앞 다투어 구매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자. 요즘 누가 음악을 CD로 들을까. 대부분 스마트폰을 활용해 음원사이트를 통해 듣는다. CD가 담긴 앨범은 ‘음악을 듣는 용도’라는 본질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하지만 팬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게다가 1인 1장을 구매하는 것도 아니다. 수십 장은 기본, 수백 장도 산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적잖은 앨범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예쁜 쓰레기’라는 오명과 함께 이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017년 그룹 방탄소년단이 세계적 그룹으로 거듭나면서 K팝 시장의 파이가 커졌다. 음원의 시대가 오면서 급감했던 앨범 판매량이 다시 급증했다. 2023년에는 ‘1억 장 시대’가 열렸다. 2023년 써클차트 집계에 따르면, 1∼50주 차 앨범 판매량은 1억 1151만 2375장이다. 매일 30만 장이 넘는 앨범이 판매됐다는 뜻이다. 이는 K팝 그룹들의 인기와 비례한다. 팬덤의 크기가 증가하며 앨범을 구입하는 인구가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그 증가 추이를 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지난 5년 동안 K팝 앨범 판매량을 보자. 2019년 2459만 장에서 2020년 4170만 장으로 70%가량 껑충 뛰어올랐다. 2021년 5708만 장이 팔렸고, 2022년 7711만 장에 이어 2023년 드디어 1억 장을 돌파했다. 5년 사이 시장이 무려 400% 가까이 덩치를 키웠다. 이와 비례해 실제 팬덤도 순증했을까.
‘톱A급’으로 분류되는 그룹들의 초동(발매 후 일주일) 판매량이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앨범은 2023년 기준 29장이었다. 하지만 팬 100만 명이 앨범 100만 장을 샀다고 단순 계산할 순 없다. 팬덤의 코어 그룹이 전 세계에서 인당 수십∼수백 장을 구입하는 사례가 많다. 중국의 한류팬이 한 번에 1억 원이 넘게 앨범을 구매한 뒤 영수증을 인증해 화제를 모은 적도 있다.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는 노래 1곡을 기준으로 한 ‘핫100’과 앨범을 기준으로 한 ‘빌보드200’이 있는데, K팝 그룹이 빌보드200에서 더 두각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팬덤의 앨범 초동 구매 때문이다.
팬들은 왜 같은 앨범을 많이 구매할까. 팬들은 이 질문에 대해 ‘같은 앨범’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요즘 K팝 그룹의 앨범은 더 이상 노래를 듣는 목적의 상품이 아니다. 각 그룹의 세계관을 반영한 앨범은 멤버들의 사진이 잔뜩 잠긴 사진첩이자 멤버들의 글이 담긴 연애편지다. 게다가 포토카드는 무작위로 들어있다. 즉, 내가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그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앨범을 대량 구매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앨범에는 팬사인회 응모권 등이 포함된다. 좋아하는 그룹 멤버들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팬사인회 티켓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결국 이 별을 따기 위해 팬들은 더 많은 응모권을 확보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앨범을 또 구매한다. 그리고 포토카드나 응모권을 제외한 앨범은 소장용 몇 장을 제외하고 곧바로 폐기된다. 국찐이빵처럼….
이런 행태는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마냥 나무랄 순 없다. 그러나 이렇게 버려지는 앨범은 환경을 오염시킨다. 앨범은 통상 종이, 비닐, 플라스틱 등으로 구성된다. 비닐과 플라스틱 처리가 어렵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데 K팝 그룹의 앨범에 사용되는 종이는 일반 종이와는 다르다. 고화질 인쇄를 위해 염색과 코팅 처리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다. 화합물이 섞여 있어 태우는 과정에서 염화수소가스 등이 배출돼 대기를 오염시킬 수 있다.
이런 지적이 잇따르자, 각 가요기획사들이 나름의 자구책을 찾고 있다. 앨범 구성품을 친환경 재질로 만들고, CD플레이어조차 없어 들을 수 없는 플라스틱 CD 대신 음원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를 제공하는 식이다.
스타들도 나섰다. 환경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걸그룹 블랙핑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또한 일부 K팝 팬들로 구성된 기후행동 플랫폼 ‘K-POP For Planet’은 친환경 소재 활용, 앨범 폐기 시 분리배출 등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랜덤 포토카드와 응모권을 구할 목적으로 팬덤이 앨범을 대규모로 구매한 뒤 구성품을 버리는 행태 자체를 근절하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게다가 앨범 판매가 주된 매출원인 가요기획사가 앨범 판매량을 스스로 줄이길 바라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K팝 시장이 범지구적 차원에서 고민하고 책임져야 할 숙제인 셈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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