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트레이드 소문? 구단이 알아서 할 일”…고우석 “보직보다 적응이 우선”
메이저리그 30개 팀은 스프링캠프를 애리조나와 플로리다로 절반씩 나눠서 진행한다. 코리안 메이저리거들 중 피츠버그 파이리츠(플로리다 스프링캠프)의 배지환을 제외하고는 모두 애리조나에 몰려 있다(류현진, 최지만 미계약 제외). 김하성과 고우석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열었다. 일요신문에선 코리안 메이저리거 3인방의 스프링캠프 모습을 취재했다.
#4년차 빅리거 김하성과 트레이드 소문
샌디에이고와 4+1년에 계약한 김하성에게 올해가 보장 계약의 마지막 해다. 올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로 시장에 나오거나 샌디에이고와 추가 1년 계약 옵션을 발동할 수 있다. 그러나 김하성이 추가 옵션 대신 FA를 선언할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다. 김하성의 가치를 언급하는 미국 현지 매체들은 김하성이 FA로 나오면 최소 1억 달러(약 1336억 원) 이상의 몸값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동안 샌디에이고는 팀에서 필요로 하는 주요 선수들한테는 FA가 되기 전 연장 계약으로 거액을 안겼다. 매니 마차도, 제이크 크로넨워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다스빗슈 유 등 고액 장기 계약자들이 많은 샌디에이고로선 김하성과 연장 계약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샌디에이고는 재정난으로 비시즌 동안 몸집 줄이기 작업에 앞장섰고, 몸값 비싼 주요 선수들과 FA 계약을 맺지 않거나 트레이드를 단행하는 등 스토브리그 동안 분주히 움직였다.
그런 가운데 지난 시즌부터 김하성의 트레이드 소문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 골드글러브 수상으로 수비력을 입증했고, 평균 이상의 타격 능력까지 선보였다. 샌디에이고 구단에선 저렴한 몸값(연봉 700만 달러)의 고효율 ‘상품’인 김하성을 트레이드 매물로 내놓고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다.
14일 샌디에이고 A.J. 프렐러 단장이 스프링캠프지에서 미디어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하성 트레이드 관련된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프렐러 단장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김하성 관련해선 가능성을 끊지 않고 어떤 오퍼가 오든 모든 내용을 듣고 있다. 그러나 우리 팀에서 큰 역할을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서두르진 않을 것이다. 우리가 김하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김하성과의 연장 계약 가능성에 대해 프렐러 단장은 “연장 계약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지만 우리는 김하성의 가치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몇 개월 동안 팀과 김하성 사이에 어떻게 일이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김하성은 자신의 트레이드 소문 관련해서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13일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하성은 “트레이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비즈니스적인 부분은 구단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나는 최선을 다해 경기에 나가고 준비하면 된다”고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김하성이 트레이드를 당연하다고 여기는 건 아니다. 그는 정든 샌디에이고를 떠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팀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면 비즈니스적인 관점으로 받아들이겠지만 실제로 팀을 떠나긴 싫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샌디에이고는 오는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에서 LA 다저스와 개막전을 갖는다. MLB 사무국에선 김하성을 메인 홍보 모델로 내세우고 있는 터라 서울시리즈 전에 김하성을 트레이드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전체적인 흐름을 봤을 때 서울시리즈 이후 김하성의 트레이드 소문이 불을 지필 것만 같다.
#MLB 적응 중인 고우석의 보직은?
샌디에이고 클럽하우스에 한국 선수가 두 명이나 된다는 건 김하성과 고우석한테 좋은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고우석은 빅리거 4년 차인 김하성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스프링캠프 관련해서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김하성한테 자주 질문을 하고 김하성은 자신의 경험을 담아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한 번은 고우석이 클럽하우스를 가득 채운 라커룸과 선수들 이야기를 꺼냈다. 모든 선수들이 스프링캠프 끝날 때까지 함께 가는지가 궁금했던 것. 김하성은 어느 시점부터 조금씩 빈 라커룸이 눈에 띄고, 캠프 막바지에는 개막전 로스터에 들어가는 선수들과 일부만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메이저리그가 냉정한 곳이라는 이야기에 고우석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훈련장인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시작된 첫 공식 훈련일에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첫 불펜피칭을 선보였다. 미국 땅을 밟은 지 이틀 만의 피칭이었다. 30개 이상의 공을 던졌고, 150km/h의 구속을 선보였다. 고우석 옆에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 샌디에이고 특별고문도 함께했다. 박찬호는 고우석의 불펜피칭을 끝까지 지켜본 후 고우석, 포수 등과 함께 대화를 나눴다.
올 시즌 고우석의 보직은 정해지지 않았다. LG에서처럼 마무리 투수를 맡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마쓰이 유키가 5년 총액 2800만 달러(약 364억 원)에 샌디에이고와 계약 후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기존의 로버트 수아레즈와 이번에 유니폼을 바꿔 입은 완디 페랄타까지 가세하면서 샌디에이고의 마무리 투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고우석은 자신의 보직에 대한 궁금증보다 MLB에 먼저 적응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적응을 잘하고 내가 가져온 감각이 잘 발휘돼야 점차 전진해나갈 것이고 내 자리도 정해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고우석의 통역이 비자 발급 지연으로 샌디에이고 캠프 합류가 지체되고 있는 가운데 고우석의 에이전트와 구단 관계자가 고우석을 돕고 있는데 이런 상황조차 고우석은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지금은 오로지 야구에만 집중하고 싶기 때문이다.
#엄청난 환대와 관심, MLB ‘루키’ 이정후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90억 원)의 계약을 맺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정후는 입단 전과 후, 그리고 스프링캠프에서도 미디어의 엄청난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스프링캠프 공식 훈련 첫날 밥 멜빈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질문이 이정후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밥 멜빈 감독은 샌디에이고 감독 시절 김하성의 실력을 높이 평가하며 중용했던 터라 이정후한테도 깊은 친밀감을 나타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일찌감치 캠프에 합류하는 바람에 그의 훈련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면서 “이정후한테 30홈런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는 확실히 훌륭한 타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정후가 개막전에 출전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충격적인 일일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를 보면 이치로가 떠오른다는 말도 덧붙였다. 멜빈 감독은 2003년 시애틀 감독 시절 스즈키 이치로를 만났고, 이치로가 2004년 빅리그 단일 시즌 최다인 262안타 기록을 수립할 때 이치로의 성장과 성공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이치로가 조금 더 앞발을 내미는 것 같지만 이치로나 이정후 둘 다 일관되게 공을 맞히는 방식이 비슷하다. 요즘처럼 삼진이 많은 시대에는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특히 발이 빠른 좌타자라면 강한 타구가 아니더라도 그라운드에 공이 떨어지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인 이날 이정후는 실내가 아닌 그라운드에서 처음으로 야수들과 수비와 타격 훈련을 소화했다. 야수조 공식 훈련이 아니기 때문에 유니폼을 입지 않았지만 모처럼 야외에서 훈련한 경험이 그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 모양이다. “역시 야구는 야외에 나와서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날씨도 좋고 첫 훈련을 재미있게 했다”며 기분 좋은 소감을 전했다.
이날 이정후는 타격 훈련을 하며 4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홈런을 치려고 의도했던 스윙이 아니었고 최대한 라인드라이브로 치려 했던 게 넘어갔다며 쑥스러워했다. 이어 밥 멜빈 감독과의 대화를 잠깐 소개한 그는 “감독님이 (김)하성이 형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 하성이 형을 통해서도 감독님에 대해 많이 전해 들었고, 감독님도 형을 좋아하고 형이 한국 선수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도 거기에 걸맞은 좋은 플레이를 선보이겠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자신이 잘해야 향후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선수에 대해 더 좋은 인식을 갖게 될 것이라는 말로 속 깊은 면모를 내비쳤다.
KBO리그에서 신인이던 시절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해 묻는 질문에는 “키움에서의 신인 시절이 더 긴장됐고 떨렸다”면서 “그땐 숨도 못 쉬었지만 지금은 마음껏 쉰다”는 재치 있는 답변으로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지금이 떨리고 긴장되기보다 오히려 하루하루가 더 기대되고 설렌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정후는 25일 시카고 컵스와의 시범경기를 통해 메이저리그 무대에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모두 처음 상대하는 투수들이라 걱정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이정후는 문제없다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키움에서 신인 시절 생각했던 게 ‘상대 선배님들의 등을 보지 말자’였다. 리그를 대표하는 선배가 올라왔다고 치기 전부터 위축되고 주눅 들지 않으려고 했다. 그때처럼 여기서도 ‘오른손 투수가 올라오면 오른손 투수가 던지는구나’, ‘왼손 투수가 올라오면 왼손 투수가 던지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상대할 것이다.”
이정후는 매제 사이인 고우석과 메이저리그에서 맞붙는 것과 관련해선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우석이를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상대했으니 10년 넘게 투타로 만났다. 야구하면서 가장 많이 상대한 투수일 것이다. 구장만 다를 뿐 둘이 맞붙는다면 한국과 비슷한 기분이 들 것 같다.”
이정후한테 유일한 고민이라면 헬멧이다. 그는 자신의 라커룸 앞에서 헬멧을 직접 써 본 뒤 “(김)하성이 형 헬멧이 왜 자꾸 벗겨지는지 알았다”면서 “여기 선수들은 두상이 앞뒤로 긴 편인데 나는 동그란 형태라 헬멧이 맞지 않아 이마와 뒤쪽에 테이프를 붙였다”라고 설명했다. 테이프를 붙여도 치고 달릴 때 벗겨질 가능성이 커 향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이정후는 16일 캠프 합류 후 처음으로 휴식을 취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야수조 공식 훈련은 20일부터 전체 선수들 소집으로 시작된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출발은 상당히 순조롭게 진행되는 중이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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