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넝쿨째…’ 흥행 동지 이번엔 경쟁자로…‘밤에 피는 꽃’ 종영 후 주말전쟁 한층 치열해질 듯
금토 드라마 시장의 패권을 SBS에 내주고 존재감이 흐릿해졌던 MBC는 2023년 8월부터 11월까지 파트1과 파트2로 나뉘어 방송된 ‘연인’을 통해 완벽하게 부활했다. 당연히 2023년 MBC 연기대상은 남궁민의 몫이 됐고 안은진에게도 최우수연기상이 돌아갔다. 후속 ‘열녀박씨 계약결혼뎐’도 자체 최고 시청률 9.6%를 기록하며 기세를 이어갔고 비로소 ‘밤에 피는 꽃’이 제대로 터졌다. 무려 최종회 18.4%의 시청률로 ‘연인’의 12.9%를 크게 앞선 것. 연초에 방영되지만 않았더라도 이하늬의 연기대상이 확정적인 상황이었을 정도다. 물론 이하늬가 2024년 1년 내내 가장 유력한 MBC 연기대상 후보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기세가 더 이어질 수 있을까. 그만큼 주말 미니시리즈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MBC와 SBS의 금토 드라마, JTBC와 tvN의 토일 드라마가 고정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KBS 대하드라마와 TV조선 토일 드라마 등도 비고정적으로 경쟁 구도에 참전하곤 한다.
MBC 금토 드라마와 맞대결을 펼치는 SBS 금토 드라마는 현재 ‘재벌x형사’다. 6회까지 방송된 ‘재벌x형사’의 자체 최고 시청률은 6.9%를 기록 중이다. 드라마 자체가 좋은 평을 받고 있는 데다 OTT 시장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다만 ‘밤에 피는 꽃’이 워낙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터라 본방송 시청률이 다소 낮게 나왔다. 따라서 MBC 금토 드라마의 공백기인 2월 23일과 24일에 시청률을 얼마나 끌어 올리느냐가 관건이다.
3월이 되면 더 강력한 MBC 금토 드라마가 온다. 이번에는 검증된 안방극장 시청률 메이커 김남주가 선봉에 서고 ‘얼굴천재’ 차은우가 가세한다. 남궁민-안은진, 이세영-배인혁, 이하늬-이종원 카드에 전혀 밀리지 않는 강력한 주연 라인, 바로 3월 1일부터 본격 방송되는 ‘원더풀 월드’다.
2018년 방영된 JTBC 드라마 ‘미스티’ 이후 김남주의 6년여 만의 컴백 작품으로 이번에도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열연을 선보일 전망이다. 김남주는 무려 45.3%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KBS 주말 연속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이후 6년여 만에 ‘미스티’로 돌아와 연기력과 흥행력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으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리고 다시 6년여 만의 컴백이다.
김남주의 상대 배역은 차은우다. 보이그룹 아스트로(ASTRO)의 멤버이자 배우인 차은우는 ‘얼굴천재’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MBC ‘신입사관 구해령’, tvN ‘여신강림’, 티빙 ‘아일랜드’, MBC ‘오늘도 사랑스럽개’ 등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는데 높은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은 다소 아쉬운 편이다. 게다가 최근 시청률 하락세가 더 심해진 상황이기도 하다. 배우로서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 이제는 대표작 드라마가 절실한 시점에 차은우는 ‘원더풀 월드’를 만나게 됐다.
이외에도 김강우가 수현의 남편 강수호 역할을 맡았으며 임세미가 수현의 친자매 같은 동생 한유리 역할로 가세했다. 여기에 원미경이 수현의 엄마 오고은 역할을 맡아 무게감을 더한다.
‘원더풀 월드’는 억울하게 어린 아들을 잃은 뒤 살인범을 직접 처단한 은수현(김남주 분)이 그날에 얽힌 비밀을 파헤쳐 가는 휴먼 미스터리 드라마다. 자신은 용서하지 않은 가해자를 법이 용서한 상황에서 수현은 피맺힌 절규 속에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율법을 이행하며 악을 파멸하고 선을 구원했다고 믿었다. 그렇지만 자신을 닮은 상처를 가진 권선율(차은우 분)을 마주하면서 수현과 선율이 고난과 시련을 통해 구원의 서사로 얽히게 되는 이야기가 드라마 ‘원더풀 월드’의 주된 흐름이다.
재기발랄한 코믹 액션 사극으로 시작해 아동 인신매매, 여성 억압, 궁중 암투 등 무거운 주제를 잘 그려내며 큰 인기를 얻은 ‘밤에 피는 꽃’과 달리 ‘원더풀 월드’는 본격적으로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극복하기 힘든 고난과 시련으로 시작해 결국은 주인공들이 제목처럼 원더풀 월드를 맞이하는 방향으로 드라마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드라마 초반부가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강력한 흡입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드라마 흥행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원더풀 월드’의 첫 방송일인 3월 1일에 경쟁작 ‘재벌x형사’가 9회를 방송한다. ‘재벌’이라는 키워드와 ‘형사물’이라는 장르를 적절히 엮어 낸 ‘재벌x형사’는 아무래도 시청자들의 유입이 쉬운 편이다. MBC 금토 드라마가 쉬는 2월 23일과 24일 ‘재벌x형사’가 치고 나가는 데 성공할 경우 ‘원더풀 월드’는 다소 힘겨운 출발을 하게 된다. 또 다른 경쟁작인 JTBC 토일 드라마 ‘닥터 슬럼프’와 tvN 토일 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도 꾸준히 5~6%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밤에 피는 꽃’의 빈자리를 노리고 있다. 게다가 11.5%로 ‘밤에 피는 꽃’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KBS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은 하이라이트인 귀주대첩이 임박한 상황이다.
또한 tvN ‘세작, 매혹된 자들’은 3월 3일 종영해 ‘원더풀 월드’ 4회가 방송되는 9일부터는 후속 ‘눈물의 여왕’이 방영을 시작한다. 막강한 김수현과 김지원 카드로 채운 주연 라인업도 눈길을 끌지만 ‘별에서 온 그대’ ‘사랑의 불시착’ 등의 박지은 작가가 대본을 맡아 기대감이 큰 작품이다. 이런 까닭에 방송가에선 ‘원더풀 월드’의 진정한 경쟁작은 tvN 토일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무려 45.3%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주인공이 ‘원더풀 월드’의 김남주였고, 대본을 집필한 것은 ‘눈물의 여왕’의 박지은 작가라는 점이다. 이들은 12년 만에 동지에서 경쟁자로 다시 만났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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