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WB) 등의 자료에서도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워낙 장막 속에 갇혀있는 국가다 보니 국제기구들도 경제성장률을 추정해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나 세계 각국은 북한의 경제 상황을 어떻게 파악해낼 수 있을까. 매년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를 통해서만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을 수 있을 뿐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고난의 행군 당시이던 1990년대 마이너스(-)성장을 했고, 2002년과 2006년, 2009년에 경기성장률이 바닥을 찍었다. 최대한 자료를 모아서 계산해냈다고는 하지만 한은이 발표하는 자료 제목처럼 사실상 ‘추정’이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여서 경제에 대한 자료를 구하기 어렵고 자료에 대한 신뢰도도 낮다.
특히 북한이 세계 기준인 유엔의 국민계정체계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로동신문> 등을 통해 가끔씩 내비치는 자료를 그대로 활용하기도 어렵다. 북한은 유엔 기준 대신 과거 공산주의 국가들의 사회주의체계를 사용해 국내총생산(GDP)을 계산해낸다.
북한 사회과학원이 발간한 <경제사전>에 따르면 국내총생산은 각 생산단계에서 만들어내는 생산물 가치의 총합이다. 이를 북한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사회총생산(GSP)이라고 부른다. 얼핏 보기에는 GDP와 비슷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등 세계 각국이 사용하는 GDP는 최종생산물의 가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각 생산단계에서 만들어내는 생산물 가치의 총합이 아니라, 부가가치만을 합한 개념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생산액을 100원으로 할 경우 첫째 최종 자동차 생산가치(100원)로만 계산하거나, 둘째 철(10원)이 철판(30원)으로 만들어졌을 때의 부가가치(30원-10원=20원)와 철판(30원)이 자동차용 강판(60원)이 됐을 때의 부가가치(60원-30원=30원), 자동차용 강판(60원)이 자동차(100원)가 됐을 때의 부가가치(100원-60원=40원)를 더한 것으로 계산한다. 따라서 두 계산방법 모두 자동차 생산액은 100원(최종가치인 100원 또는 부가가치의 합인 10원+20원+30원+40원)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북한의 계산방법은 철의 가치(10원)에 철판 가치(30원), 자동차용 강판 가치(60원), 자동차 가치(100원)를 합한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 생산액은 200원이 된다. 공산주의 국가 사용하는 GSP는 이처럼 생산물의 가치를 중복 계산함으로써 실제 생산액보다 몇 배나 높은 생산액을 만들어낸다. 그나마 이러한 GSP도 북한은 외부에 제대로 발표하지 않는다.
▲ 한국은행 |
이 때문에 한은의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치가 북한의 경제 실상을 왜곡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남한 가격에 남한 환율을 쓰기 때문에 북한의 경제가 두 차례 과대평가된다는 것이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연구에서 북한의 실제 경제력과 한은의 통계 사이에는 4배가량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또 남한 가격과 환율을 적용하다보니 북한의 경제를 남한이 아닌 다른 나라와는 비교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 국민총소득이 남한의 38분의 1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중국이나 미국, 일본 국민총소득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폐쇄적인 북한의 경제상황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다.
북한도 한은의 발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은은 지난 2009년 ‘2008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서 북한이 2008년 3.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남한의 경제성장률 2.2%보다 높은 것이었다.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남한을 앞지른 것은 외환위기 와중이었던 1998년 이래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시 북한은 대외 매체인 평양방송 등에서 ‘우리 조국은 세기를 이끌어나가는 태양조국입니다’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남조선 한국은행은 공화국 경제가 1998년 이후 연속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통계숫자를 들어가며 발표했다”면서 북한 경제가 발전 중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년 뒤인 2011년, 한은이 ‘2010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를 통해 북한의 2010년 경제성장률이 -0.5%로 2009년(-0.9%)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을 했고, 남한과의 성장률 격차도 1.2%포인트(p)에서 6.7%p로 벌어졌다고 밝히자 발끈하고 나섰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에 ‘무엇을 노린 경제쇠퇴설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과 남조선에서 우리 경제와 관련한 잡소리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북조선 경제가 2년째 쇠퇴하고 있다느니, 조선에 투자할 때 신중하도록 주의를 환기하는 문건을 배포한 나라가 있다느니 하는 등 구구한 험담들이 있다”고 반발했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