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조사 불허한 대통령실에 ‘반발성 사표’ 소문…일단 유임 무마? 총선 후 대규모 좌천성 인사 추론도
김건희 여사 사건을 둘러싼 서울중앙지검과 대통령실 간 입장 차이 때문으로 알려졌는데, 검찰 내부에서는 이 반발 과정에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는 ‘사임설’까지 공공연하게 나온다. 2023년 말 도이치모터스 사건 관련 김건희 여사의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윗선과 부딪히면서 좌천설이 돌았고, 이에 반발하면서 사의를 표명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사표를 제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검찰 내에서는 ‘검찰이 난파선이 되어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송경호 사임설에 흔들리는 검찰
2월 20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 후보자(사법연수원 17기)의 인사청문회에서도 ‘검찰 인사설’이 거론됐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건희 여사 수사와 관련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29기) 교체설이 있다고 직접 언급한 것. 김 의원은 “최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처분과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 여러 이견이 있어 (송경호) 검사장 교체 계획이 있다는 얘기가 저한테도 들어왔다”며 “김 여사를 소환해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종결될 수 있다는 (수사팀) 의견이 있는데 그런데 이를 묵살하고, 의견을 개진한 수사책임자가 미운털이 박혔다는 얘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 내에 떠도는 송경호 지검장의 ‘사임설’은 대략 이런 내용이다. 송경호 지검장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2023년 하반기부터 김건희 여사 소환조사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이를 추진했고, 대통령실이 소환조사를 허락하지 않으며 부산 고검장으로 좌천성 인사 조치를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반발성으로 “사표를 내겠다”고 윗선에 통보를 했다는 것. 송경호 지검장이 반발한 시기는 설 연휴 전후로 알려졌는데 실제로 이 시기 송 지검장의 거취를 두고 부산 고검장 외에 여러 하마평이 나왔고, 후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비특수라인으로 분류되는 A 검사장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여러 ‘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중심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나 아내 김혜경 씨는 10만 원 단위의 금액도 사적으로 쓴 게 있으면 찾으면서 왜 김건희 여사 사건은 확인하지 않느냐’는 반발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송경호 지검장이 수사 지휘권자로서 김건희 여사 소환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소환조사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최종 결정권자인 이원석 검찰총장 역시 깊게 관여하기보다는 ‘원칙적인 역할’에 충실했다고 한다.
반대로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대통령 취임 직후가 아닌, 총선을 앞둔 시기에 김건희 여사 소환 조사를 다시금 추진한 것이 되레 더 큰 불만으로 와닿았다고 한다. 총선 승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믿었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김건희 여사 사건을 다시금 꺼내든 것이 크게 실망스러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성재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이원석 총장이 후보로 거론되지 않은 것도 ‘대통령 눈 밖에 난 것’이라는 애기가 함께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2월 20일 박성재 장관이 취임 후 “검사장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이원석 검찰총장과 전국 고검장·지검장들에게 공지하면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유임이 확정됐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송경호 지검장이 김건희 여사 사건을 놓고 ‘소환조사를 하겠다’고 해서 대통령실이 뒤집어졌던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라면서도 “인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송경호 지검장과의 갈등을 잘 무마했다는 시그널”이라고 설명했다.
한 현직 검사 역시 “좌천성 인사 얘기가 올해 초부터 나오면서 일선 지청들마다 인사 규모를 놓고 여러 하마평이 나왔다”며 “검찰에서 인사를 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는데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인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검찰 내부에서 또 한 번 여러 말이 돌았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에서 총선을 앞두고 검찰 내 반발이 공식적으로 드러나는 게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장을 교체하는 선에서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의 검찰 출신 변호사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뿐 아니라 수사팀도 ‘검건희 여사 소환이 필요하다’는 스탠스였기에 차장검사, 부장검사 등까지 물갈이를 해야 했는데 이럴 경우 지나치게 갈등이 두드러질 수 있었다. 총선을 앞두고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총선 전까지 김건희 여사 관련된 이슈를 최대한 키우지 않겠다는 선택을 한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윤가근 한가원 전성시대 본격화?
실제로 검찰 안팎에서는 총선 후인 4~5월 중 인사가 거론되는데, 이때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을 포함한 대규모 좌천성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벌써부터 나온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임기는 오는 9월 끝나는데, 앞으로 검찰 인사의 원칙은 ‘윤가근 한가원(尹可近 韓可遠·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우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먼 사람)’이 중용될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대통령실 눈 밖에 난 상황에서, 총선이 끝나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더 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박성재 전 고검장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는 인사가 한동훈 비대위원장과의 갈등설이 불거진 직후였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법무부와 검찰’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동훈 위원장은 이미 윤석열 대통령의 눈 밖에 난 상황이라 ‘미국을 갈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출신들을 믿고 중용했지만 김건희 여사 관련된 이슈에서 조치가 탐탁지 않다 보니 ‘검찰에는 믿을 수 있는 사람만 앉히겠다’는 분위기가 벌써부터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의 김건희 여사 불구속 기소 등 ‘깜짝 카드’가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총선 후 소환조사를 하거나, 총선 후 서면조사 및 불구속 기소 등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입장이 반영된 조치들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관 출신의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대통령실은 반대할 수 있겠지만 총선 전에 김건희 여사를 불구속 기소하면 ‘문제를 털고 가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 되레 총선에 호재가 될 수도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이 총선 전에 처리하려 할 것인지는 지켜볼 대목”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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