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텐트 붕괴로 남양주갑·화성을서 인물론으로 승부해야…민주 강세지역 불구 국힘 반사이익 가능성
선거판에 ‘당칠인삼(堂七人三)’이라는 격언이 있다. 선거는 당이 7할, 인물이 3할을 차지한다는 말이다. 운이 7할이고 실력이 3할이라는 ‘운칠기삼’에서 차용한 말이다. 그만큼 전국단위 선거에선 어떤 당 간판을 달고 출마하느냐가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제3지대에서 깃발을 올린 개혁신당 간판은 현역 의원들에게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다 이준석-이낙연 연대가 ‘11일 천하’를 끝으로 결별을 선언하면서 개혁신당 응집력에 힘이 빠진 상황이다.
민주당 내 비명계 현역의원 모임 원칙과상식에서 함께 뭉쳐 개혁신당에 합류했던 조응천 이원욱 의원의 지역구 승리 방정식은 점점 더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이른바 ‘지역구 삼분지계’ 플랜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3지대 후보들은 정당 프리미엄을 가진 거대 양당 후보가 싸우는 틈을 노려야 승산이 있다. 중도·무당층으로 대표되는 민심을 결집시켜, 이를 표로 끌어와야 유의미한 득표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3지대 세력이 빅텐트에 사활을 걸었던 것도 이 때문이지만, 균열이 발생하면서 여기에 차질이 생겼다.
삼분지계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용어다. 삼고초려 과정에서 제갈량이 유비에게 제안한 천하통일 로드맵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천하 삼분지계는 제3지대가 어떻게 해야 승리할 수 있는지 참고할 만한 부분”이라면서도 “제갈공명 본인도 이뤄내지 못했던 로드맵인 만큼, 현실 정치에서 반영되기 어려운 한계점도 분명하다”고 했다.
한 선거 전문가는 “민주당을 나간 조응천 이원욱 의원 등 기존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현역 의원들은 ‘인물론’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수도권 선거의 경우 인물론이 힘을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당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역구에 출마하는 제3지대 주자들은 거대 양당 후보를 모두 꺾어야 하는데, 이준석 대표와 이낙연 대표가 결별을 선언하면서 당 후광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응천 의원이 3선에 도전하는 지역구, 경기 남양주갑에선 거대 양당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남양주갑은 17~19대 총선에서 친문 핵심 최재성 전 의원이 3선을 했던 지역구다. 야당 강세 지역이다. 남양주을, 남양주병과 비교했을 때 서울에서 거리가 가장 먼 곳이기도 하다. 조응천 의원은 20, 21대 총선에서 승리했다. 제21대 총선에선 57.95%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3선 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당에선 친명계 인사 두 명이 남양주갑을 놓고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최민희 전 의원과 임윤태 전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이 경선에서 맞붙는다. 최 전 의원은 그동안 꾸준히 외곽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엄호했던 인물이다. 임 전 부의장은 제20대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 법률특보를 지낸 이력이 있다.
국민의힘에선 검사 출신 심장수 전 남양주갑 당협위원장, 해병대 사령관 출신 유낙준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건국대 건축대학장 출신 안형준 한국건설품질연구원장, 이인희 국민의힘 중앙위 교통분과 부위원장 등 4명이 예비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새로운 인물의 재배치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2월 15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남양주을에 곽관용 전 당협위원장, 남양주병에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을 단수추천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포함된 지역구 중 남양주갑만 빈자리로 남아있다. 한 경기 지역 여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남양주갑은 3자 구도가 확정된 지역구인 만큼, 공관위가 신중하게 전략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원욱 의원은 경기 화성을에서 4선에 도전한다. 화성을은 화성시 내 동탄신도시를 아우르는 지역구다. 제18대 총선에서 박보환 전 의원에게 패했던 이 의원은 19~21대 총선에서 모두 과반득표로 승리했다. 21대 총선에선 이 의원이 64.53% 득표율로 압승했다. 화성을 지역구는 인구 변화와 함께 꾸준히 지역구가 개편된 지역이다. 동탄신도시가 확장할 때마다 이 의원 득표율은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동탄 패권자’였던 이 의원은 민주당을 떠나 개혁신당에 합류했다. 이 의원이 떠나자 민주당에선 예비후보 8명이 쏟아져 나왔다. 전용기 비례대표 의원, 서철모 전 화성시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원혁 더민주전국혁신회의 대변인, 진석범 민주당 대표 특별보좌역, 김하중 전 이재명 대선캠프 법률특보단 단장, 오상호 전 이재명 대통령후보 비서실 부실장 등 친명계들도 도전장을 냈다.
그러나 중앙당에선 이미 화성을에 출마할 선수를 점찍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2월 21일 안규백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경기 화성을의 경우 공영운 후보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1월 22일 민주당은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전략기획담당 사장을 기업인 출신 경제 전문가로 영입했다. 안 위원장은 “화성을은 지역구 분구 결정이 안 돼 있어 발표를 미루고 있다”면서 “분구가 안된 상태에서 발표하면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현재 화성을 지역구는 화성을-화성정으로 분구할 가능성이 크다. 화성을은 동탄2신도시, 화성정은 동탄1신도시를 아우를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구 분구는 지역구 선거 판도에도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화성을에 등록한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총 6명이다. 영입인재인 한정민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연구원을 비롯해 최영근 전 화성시장, 최석호 변호사, 김형남 화성미래전략연구원장, 김수인 세움씨아이앤디 대표, 노예슬 국민의힘 청년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화성을 출마를 노린다.
최영근 전 화성시장의 경우 국민의힘 요청으로 향후 분구 예정인 화성정 출마를 공식화했다. 국민의힘에서 화성을을 전략지역구로 꼽은 상황에서 영입인재인 한정민 연구원이 전격 배치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현대차 사장과 삼성 연구원 출신이 화성을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가운데, 제3지대 정당 간판을 단 이원욱 의원이 얼마나 ‘인물론’을 부각시킬지 여부가 최대 변수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 의원이 워낙에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해왔던 화성을 지역구였기에, 거대 양당에서도 회심의 카드를 준비하면서 3자구도를 대비하고 있다”면서 “양당 모두가 참신한 영입인재를 내세울 경우 이 의원에게 마이너스 요소가 있지만, 지역 조직 기반 등을 고려한다면 이 의원도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여권에선 야권 강세 지역인 남양주갑과 화성을에서 현역 의원이 제3지대로 향한 것을 두고 ‘어부지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권 성향 표심을 두고 민주당과 제3지대 후보가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지에 따라 험지에서 유의미한 성적표를 거둘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중도 보수’ 성향 표심 향방이 변수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남양주갑과 화성을 모두 민주당 강세 지역인데, 제3지대 현역 의원들이 빼앗아올 표가 어느 쪽이냐에 따라 지역구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면서 “각종 자료에 따르면 현역 의원들이 제3지대 개혁신당에 있기 때문에 통상 국민의힘보다 민주당 표를 많이 가져갈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채 교수는 “3자 구도가 되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면서 “개혁신당 간판을 달고 지역구에서 승리를 노리는 과정 자체가 상당히 힘겨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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