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강행규정이지만 처벌조항 없어…특허청 “가이드라인 성격 법안, 보완 계획은 아직”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혁신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023년 5월 ‘발명의날 기념식’에서 “엄청난 속도의 기술발전 시대에 기술을 낳는 ‘체인 리액션’이 일어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들 것”이라며 “발명과 기술개발 장려는 대통령의 책무”라고 발명인들을 격려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특허청도 ‘특허박스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오는 2027년까지 특허출원 세계 3위 국가로 도약하겠다고 ‘역동적 경제실현을 위한 지식재산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인공지능(AI), 가상·증강현실, 로봇공학 등 첨단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기업의 ‘특허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이에 따라 첨단기술의 지식재산권(특허)을 위한 ‘직무발명’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직무발명은 고용계약에 의해 회사의 종업원으로 일하는 사람이 직무범위 내에서 발명을 한 행위를 의미한다. 실제 국내 특허 80% 이상은 ‘직무발명’에 의해 창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와 국회도 기업의 특허 경쟁력이 국가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의 근간이라고 인식하고, 1994년 발명진흥법을 제정했다. 발명진흥법 제15조 1항에 따르면 종업원 등은 직무발명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처럼 발명진흥법상 직무발명 보상은 강행규정이지만, 앞서 KT처럼 기업이 종업원에 제대로 된 직무발명 보상을 해주지 않는 사례가 다수 있다. 이들 기업이 제대로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직무발명 보상 관련법이 실제적 처벌조항 등 구속력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발명진흥법 제18조에 따르면 직원은 직무발명과 관련해 이견이 있거나 보상을 받지 못하면 회사에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이어 제60조에서는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지 아니한 자에 대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적고 있다. 이것이 직무발명 관련한 유일한 벌칙 조항이다. 다만 이마저도 시행을 위한 절차 규정이 없어, 과태료를 부과하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발명진흥법 의무조항인 회사의 직무발명 보상규정 작성 및 종업원 등에 서면 공지(제15조), 종업원의 심의위원회 구성 요청 시 위원회 개최(제18조),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회 출석(제41조) 등에 대해 처벌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직무발명제도 도입과 직무발명 승계에 대한 부분은 이미 많은 분쟁과 논의를 통해 상당 부분 법적으로 정비가 된 상태”라며 “다만 직무발명 보상에 관한 부분은 아직 타 분야 대비 연구 분석 및 법적·제도적 정비가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발명진흥법을 개정하려면 국회가 움직여야 하는데, 아직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는 아니다. KT와 직무발명 보상을 두고 분쟁 중인 이 아무개 씨는 “몇몇 의원실에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고, 직무발명 관련 논란을 줄이기 위해선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직무발명 관련 법은 각 기업들이 직무발명 제도를 잘 운영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성격이다.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발명진흥법에 처벌을 강화한다거나, 처벌조항을 더 보완할 계획이 아직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발명진흥회 관계자는 “직무발명 보상 규정이 강행규정이어서 무조건 시행돼야 하는 상황인데 그렇지 못하다”며 “회사 측에서 법을 무시할 때 종업원이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소송밖에 없다”고 전했다.
KT와 분쟁 중인 이 씨는 “발명진흥법의 좋은 취지를 기업들이 악용하고 있다. 이에 처벌조항이 필요한 것”이라며 “특허 관련 소송은 비용도 높은 데다 1심 판결 나오는데도 1~2년이 걸린다. 또한 소송 상대인 대기업 법무실이 사내 특허기술 증거를 ‘영업비밀’이라는 핑계로 내놓지 않는 등 일반인들이 소송을 감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라고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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