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고소장 안쓰고 언론만 응대, 결국 시효 지나”…신장식 “착수금 미납에도 최선 다해, 먹튀 비하 유감”
지난 3월 12일 의혹 제기에 대해 신장식 변호사는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의뢰인이 착수금을 미납했지만, 최선을 다해 감찰요청서 등 서면을 작성하고 언론 등을 통해 A 씨 억울함을 널리 알리기 위한 나와 법무법인의 노력을 ‘먹튀’라고 비하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반박했다.
관련 사건 고소장과 녹취 내용, 관련자 인터뷰 등을 종합해 보면 사건은 다음과 같이 추정된다. 2017년 A 씨는 강압 수사를 받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출소한 뒤인 2021년 언론 기관에 제보했다. 이 내용은 2021년 7월 한 방송국에서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다.
해당 사건이 보도되기 전 2021년 6월 A 씨는 방송국 기자 B 씨와 만나 제보 내용을 논의하게 됐다. A 씨는 B 기자에게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만들었다며 직권을 남용한 검사와 사건 관계인들을 고소하겠다고 했다. 이에 B 기자는 ‘내가 아는 공익 변호사가 있다.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당시 법무법인 민본 대표변호사인 신장식 변호사를 소개해 줬다고 한다. A 씨는 “매번 방송이나 유튜브 등에 출연해 약자 편 혹은 검찰 개혁을 주장하며 정의로운 것처럼 행동했기 때문에 만나게 됐지만, 그때 만남을 너무나 후회한다”고 덧붙였다.
2021년 6월 8일 신 변호사는 자신의 명함을 전송하면서 ‘B 기자와 미팅이 있다. 여의도 사무실에서 오후 2시에 같이 뵙겠다’고 말했다. A 씨는 “당시 만남은 사건 수임과는 무관하게 사건 관련 상담 정도로 생각했다”고 한다. A 씨에 따르면 당일 기자, 변호사, 제보자가 만나 사건 관련한 논의가 실제로 있었다. 다만 기자가 잠시 자리를 뜨자 신 변호사는 선임료 얘기를 꺼내며 ‘부유하시니 9000만 원으로 계약하자’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초기 계약서에 따르면 신 변호사는 A 씨 사건 수임을 하면서 사건 관계인 등을 고소하는 2개 사건을 수임하는데 계약서 작성 시 2200만 원, 2021년 9월 30일까지 1100만 원, 추후 상호협의하에 6600만 원을 주기로 작성돼 있었다. A 씨는 “9000만 원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해 망설이자, 신 변호사가 깎아 주겠다고 했다. 결국 2명을 고소하는 사건을 수임하기로 하고 수임료 2200만 원에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 변호사는 그날의 일을 다르게 기억했다. 그는 “1단계로 검사에 대한 법무부 감찰 요청, 2단계 검사에 대한 공수처 고발, 3단계 감찰·고발 사건 결과에 따라 일반인 형사 고발, 4단계 형사 고발 결과에 따른 민간인에 대한 민사소송 제기 등의 순서로 진행하기로 합의하고 착수금 9000만 원에 사건을 수임했다”면서 “A 씨는 착수금 1차분 3000만 원을 우선 납부하고 추후 시기를 정하여 분할 납부하겠다고 했다. 나는 A 씨 억울함을 함께 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와 같은 제안에 동의하고 수임 약정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9000만 원 사건 수임료 가운데 A 씨는 어머니 명의로 2000만 원만 보냈다’면서 “이 사건의 실체는 ‘착수금 미납’ 사건이다. ‘수임료 먹튀’라는 말은 사건의 본질을 가리는 프레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A 씨는 “사건 위임 계약서를 보면 사건명에 오로지 고소, 고발만으로 이뤄져 있다. 신 변호사가 말한 단계별 고소 내용은 아예 포함돼 있지 않은데 무슨 얘길 하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원한 변호사 C 씨는 신 변호사 말이 맞다 해도 수임료부터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B 변호사는 “서초동 어디를 가더라도 수임료 9000만 원은 황당하다고 말할 것이다. 특히 신 변호사는 2013년 변호사 자격 취득으로 경력이 길지도 않은데 이 같은 수임료는 터무니없는 수준”이라면서 “전관예우를 말하는 변호사도 3000만 원 정도 할 텐데 9000만 원이 맞다고 생각하는지 황당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A 씨는 ‘2000만 원만 보내 착수금 미납’이라는 신 변호사 말과 다른 정황을 보여주는 문자를 제시했다. 계약서 작성 며칠 뒤 A 씨는 ‘내 인생을 되돌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과 함께 수임료를 보내자 신 변호사는 “네 2000만 원 입금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문자를 전송했다. A 씨는 “만약 신 변호사가 착수금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면 이때 ‘얼마 더 보내주셔야 한다’고 말했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겠냐”고 주장했다.
이어 신 변호사는 ‘A 씨는 약정 체결 후 2000만 원을 어머니 명의로 송금했다. 법률상 약정은 체결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C 변호사는 “A 씨 측이 입금했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다. 대신 줄 수도 있는데 그게 뭐가 문제냐”면서 “사소한 문제로 꼬투리 잡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의 다음 문자 메시지에도 수임료 관련 대화 내용은 없었다. 2021년 7월 A 씨가 ‘변호사님 초안 보내주신다고 했는데 이메일이 안 들어와서 연락드린다’고 하자 신 변호사는 ‘네 아직 작성 중이다. 작성 마치는 대로 보내겠다’고 했다. 이후에도 A 씨가 고소장 작성 여부를 묻자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신경 정도가 아니라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말과 달리 A 씨에 따르면 선임 이후 신 변호사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A 씨는 “신 변호사는 기사 보도 직전까지 고소장을 쓰지 않았고, 뜬금없이 감찰요청서를 접수하는 모습이 뉴스 보도 화면에 담겼다”면서 “뉴스 화면에 감찰요청서를 접수하는 모습을 담기 위해 계약에도 없던 이 같은 일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신장식 변호사는 “법무부에 검사에 대한 감찰요청서를 접수하고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에 배포했고, 법무부 감찰요청서 접수부터 언론에 보도가 되기 시작했으며 탐사 보도도 진행됐다. 기자와 PD를 만나 복잡한 사건을 설명하고 자료를 제공하는 일도 진행했다”면서 “곧바로 이어서 공수처에 해당 검사들을 고발하기 위한 고발장을 작성했다”고 했다. 반면 A 씨는 “언론 보도는 확정적이었는데 고소장 접수가 안 돼서 오히려 신 변호사를 재촉했다”면서 “감찰요청서 작성은 자신을 위한 ‘그림 만들기’였다”고 반박했다.
결국 2021년 11월까지 신 변호사는 고소장을 보내주지 않았고 이때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당시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A 씨에게 접촉해 왔고, 12월 7일 방송으로 준비 중이었다. 이에 11월 18일 탐사보도 프로그램 PD는 신 변호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당시 A 씨는 홀로 고소장을 작성해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에 접수했는데 신 변호사는 선임계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신 변호사가 방송만 응대하려 하고 일은 안 하는 것 같아 화가 난 뒤였다고 한다.
11월 18일 신 변호사가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다고 알리자, A 씨는 직접 쓴 고소장 접수증을 신 변호사에게 보내며 ‘이미 해당 탐사보도 프로그램과 함께 접수하고 왔다’고 답변했다. 이에 신 변호사가 “그럼 저 인터뷰하지 말까요? 언론 작업은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물었다. A 씨는 “사건을 수임한 이후에 너무 신경을 안 쓰고 무책임한 것 같다. 내가 언론 담당이 아닌 고소를 위해 선임했는데 지금껏 기다려도 아무런 연락이 없고, 언론에서 연락해야만 연락을 줬다. 혼자서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신 변호사는 문자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느꼈다면 죄송합니다만 나로서는 A 씨와 상의한 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A 씨 불만 토로 이후 신 변호사는 고소장을 작성하지 않았고 추가적인 A 씨 일도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다. 신 변호사는 ‘공수처 고발장을 작성해 초안을 A 씨에게 보냈다’고 했지만, A 씨 메일함에는 신 변호사가 보낸 고소장 초안이 아닌 2021년 7월 처음으로 보낸 미완성본밖에는 없었다. 이에 A 씨는 ‘상의한 대로 진행하겠다’는 말을 믿고 신 변호사 연락을 기다렸지만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다.
신 변호사는 “A 씨가 다른 변호사와 상의하고 있다”는 이유로 고발장 제출이 미뤄졌다고 했다. 하지만 12월 16일 A 씨와 신 변호사 통화 녹취에 따르면 자신의 정확한 업무 범위를 묻는 장면도 있었다. 신 변호사는 “새로 선임된 변호사 업무 범위가 어떻게 되냐”고 묻자 A 씨는 “재심과 관련해서 선임했다”면서 “(공수처 고발은) 신 변호사를 선임했으니 다른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도 없지 않느냐”고 묻자 신 변호사는 “네네”라고 답했다. A 씨는 이 말이 신 변호사가 자신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A 씨는 2023년 연말 고소장을 작성해 주기로 했던 사건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때야 신 변호사를 찾았고, 법무법인 민본이 해산됐다는 것도 알게 됐다. A 씨는 “공소시효가 지난 데다 법무법인마저 해산했는데 한 번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때 이건 ‘제2의 권경애 사건이다’라고 생각해 너무 분노하게 돼 결국 서울변회에 신의성실 원칙을 다하지 않았다며 12월 1일 진정을 청구했고, 이후 2000만 원 수임료도 돌려 달라는 민사소송도 제기했다”고 말했다.
서울변회 측은 이 사건을 꼼꼼하게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변회는 A 씨에게 관련 사건을 청취하기도 하고 내부 회의 등도 진행했다고 전해진다. 다만 이 사건 자체가 3년 가까이 지난 만큼 서울변회 측에서는 신 변호사가 징계가 되지 않을 수 있어 다른 절차를 안내해 줬다.
A 씨와 서울변회 측이 통화한 내용에 따르면 “변호사법 제98조 6 징계 청구의 시효 때문에 징계 시효가 6월 11일까지다. 서울변회 절차대로 하면 시간이 시효를 넘길 수 있다. 이때 불문 종결로 서울변회에서는 사건을 종결하고 곧바로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에 청원하면 변협에서 바로 진정 사건을 다룰 수 있다”면서 “서울변회에서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변협에 보내는 등 절차가 시간이 지체되는데, 불문 종결 처리하면 바로 대한변협에서 진행하게 돼 빠르게 사건을 다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2024년 3월 11일 서울변회는 불문 종결 처분을 했다. 서울변회는 징계 심의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내용이 다른 셈이다. A 씨는 “신 변호사는 불문종결로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서울변회가 자신들이 처리할 시간이 빠듯해 징계가 내려지지 않을까 우려해 대한변협으로 바로 진정하라고 권유한 것이다. 사실 관계가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일요신문은 신 변호사에게 자세한 사실관계를 묻는 문자를 남겼지만, 신 변호사는 ‘페이스북 게시글로 답변을 갈음한다’고만 답변했다.
A 씨는 “신 변호사가 9000만 원이라는 엄청난 수임료를 부르고, 결국 2000만 원을 받고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하는 면도 물론 있다. 여기에 신 변호사가 방송에 나와 정의로운 듯이 행동하고 공익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뒤에서는 그 홍보로 몸값을 띄워 고액 수수료를 챙기려 한 점에 화가 난다”면서 “최소한 일이라도 제대로 처리해 줬다면 돈은 아깝지 않았겠지만 결국 계약서에 써진 고소장 접수를 끝까지 하지 않았다. 신 변호사가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그 행위는 지울 수 없는 사실이다”라고 주장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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