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록상 20년 만에 부활…‘득점왕’ 외국인 선수들 치열한 경쟁 ‘리바운드 1위’ 마레이 유력
이번 시즌에는 개인기록 순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년 만에 시즌 후 벌어지는 시상식에서 개인 타이틀 시상이 부활됐다. 2003-2004시즌 이후 처음으로 KBL은 득점, 3점슛,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록 등 6개 부문 시상을 재개한다.
#레전드들의 과욕
농구의 본고장 미국의 NBA에서도 한 시즌을 마무리하며 득점, 리바운드 부문 수상자가 누가 될지 주요 관심사다. 리그 득점왕 등의 수상은 선수에게 주요 커리어가 된다. 이는 은퇴 이후에도 선수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불리는 마이클 조던은 NBA에서 득점왕을 10회 차지해 역대 최다 수상자로 기록돼 있다.
기록상 시상이 사라진 배경에는 선수들의 엇나간 경쟁심이 있었다. 기록상 폐지가 결정된 2003-2004시즌 당시 시즌 최종전에서 3점슛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펼치던 문경은과 우지원은 일종의 승부조작을 벌였다. 팀 동료들의 패스 '몰아주기', 상대팀 선수들의 '배려' 속에 한 경기에서만 각각 22개와 21개의 3점슛을 기록했다. KBL보다 경기 시간이 더 긴(48분) NBA 무대에서도 한 경기에서 20개 이상의 3점슛을 기록한 선수는 없다. 또 문경은이 22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던 경기에서는 상대팀에 있던 김주성에게 '블록 밀어주기'가 발생, 한 경기 블록 11개라는 기록이 나오기도 했다.
KBL은 이 사건이 벌어진 이후 기록상 시상을 폐지했다. 선배들이 타이틀 욕심을 부리면서 후배들이 피해를 본 셈이다. 현역 최고 슈터로 평가받는 전성현은 최근 3시즌 연속 3점슛 성공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으나 받은 트로피는 없다.
#예측불허 타이틀 경쟁
22일 현재 리그 종료까지 각 팀별로 적게는 3경기, 많게는 5경기까지 남겨뒀다. 경쟁이 지속 중인 6개 개인타이틀 부문 수상 주인공은 시즌 최종전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가려질 전망이다. 대부분 경쟁 부문에서 상위권 선수들은 근소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득점왕은 패리스 배스(KT, 25.70점), 자밀 워니(SK, 23.88점), 코피 코번(삼성, 23.57점), 앤드류 니콜슨(한국가스공사, 23.30점) 등 외국인 선수들이 3점 차 이내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워니로선 지난 두 시즌간 다소 여유 있게 득점 1위에 올랐으나 시상이 부활하면서 강력한 경쟁자들을 만났다.
어시스트 부문에서는 6.63개의 이선 알바노(DB), 6.51개의 이정현(소노)의 2파전 양상이다. 알바노가 1위 자리를 끝까지 지킨다면 아시아쿼터 선수로선 주요 기록 1위에 오른 최초의 선수가 된다.
이정현은 스틸 부문에서도 현재 1위에 올라 다관왕 등극 가능성이 있다. 이정현이 1.90개를 기록 중인 가운데 배스(1.72개), 문성곤(KT, 1.71개) 등이 추격 중이다. 이정현은 3점슛 성공도 2.80개로 1위에 올라 있다.
외국인 빅맨들의 전유물이던 블록에서는 김종규(DB, 1.23개)가 듀반 맥스웰(한국가스공사(1.28개)의 뒤를 쫓고 있다. 더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받는 김종규이기에 역전 가능성은 있다.
각 부문 중 가장 유력한 수상자는 리바운드 1위 아셈 마레이(LG)다. 현재 평균 14.67개를 잡아내며 2위권과 격차를 3개 가까이 벌렸다. 3년 연속 리바운드 1위 등극에 가까워졌다.
#불붙은 MVP 경쟁
시상식의 꽃은 MVP다. 한 시즌간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안기는 트로피다. 정교하게 기록으로 수상자가 결정되는 개인 타이틀과 달리 MVP는 투표로 결정되기에 '지지 세력'이 나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를 더한다.
현재 MVP 경쟁 구도는 강상재(DB)와 이정현의 2파전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팀의 주장인 강상재는 DB의 정규리그 우승 주역이다. 개막부터 줄곧 1위 자리를 사수하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끌었다. 체중 감량을 통해 포지션 변화를 꾀했고 결과는 대성공으로 돌아왔다. 데뷔 이후 7시즌 만에 득점, 어시스트 등 각 부문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내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었다.
이정현은 팀의 성적은 8위로 저조하지만 개인적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어시스트, 스틸, 3점슛 등 다방면에서 리그 1위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정현이 특히 고평가를 받는 부분은 득점력이다. 경기당 평균 22.22점을 기록 중이다. 22일 저녁 현대모비스전 포함 3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20점 이상의 평균 득점은 확정적이다.
이정현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실로 오랜만에 국내 선수로서 20점 이상의 득점을 기록하게 된다. 국내 선수의 마지막 20점은 2010-2011시즌 문태영(당시 LG)이었다. 귀화혼혈선수를 제외한다면 15년도 더 된 2007-2008시즌의 방성윤(당시 SK)이 마지막이다. 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으며 공격 루트가 이정현 한 명에게 쏠린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징적 기록인 국내 선수 평균 20점이라는 타이틀이 지지를 얻고 있다.
강상재는 이정현 외에도 이선 알바노라는 팀 내 MVP 경쟁자가 있어 집안 싸움도 변수다. 강상재는 지난 21일 SK전 승리 이후 방송사 인터뷰에서 "좋은 기회가 왔기에 꼭 받고 싶다"며 MVP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감히 우승팀이 아니면 넘볼 수 없는 상"이라는 말로 경쟁자 이정현을 견제해 경쟁 분위기에 불을 붙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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