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아들 명의로 구입했던 서초구 내곡동 터.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이광범 특검팀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16일 수사 개시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 아들 시형 씨를 비롯해 주요 참고인 10여 명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하며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던 특검팀이 17일엔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 씨와 다스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다스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상은 씨는 특검 조사 직전인 15일 중국으로 출국해 도피성 외유 논란을 낳은 바 있다. 현재 특검은 확보한 자료들에 대한 정밀 분석과 함께 시형 씨 등에 대한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아 사저부지 매입 시점을 전후로 한 자금 흐름을 분석하고 있다.
“모든 논란을 종식시킬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특검의 이러한 초강수 행보에 청와대 내부는 당혹해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겉으로는 “수사를 지켜볼 뿐”이라며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이 대통령의 아들과 친형에 대한 출국금지와 압수수색이 이어지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정무라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특검과 관련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참모들 역시 먼저 얘기를 꺼내기 어려운 사안 아니냐”면서 “지금 청와대는 무거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성과내기에 급급한 특검이 무리한 수사를 펴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과정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나와 특검 수사가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시형 씨는 검찰 서면조사에서 ‘아버지 지시에 따라 부지를 구입했으며 땅값 11억 원을 마련한 것 역시 자신의 뜻이 아니다’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형 씨 본인은 사저 부지와 관련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는 취지였다. 이는 이 대통령이 부지 매입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음을 추론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또한 내곡동 땅값을 송금하는 실무를 시형 씨가 아니라 최근 저축은행 비리로 구속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세욱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담당했다는 것도 이러한 관측에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특검이 청와대를 정조준할 것이란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는 형국이다. 사상 최초의 청와대 압수수색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창훈 특검보는 “청와대 압수수색과 관련해서 관심이 많은데 언론에서 앞서가는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지만 내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청와대를 수사해야한다는 견해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부지 매입이 이뤄진 시점(지난해 5월)이 1년을 훌쩍 넘겨 압수수색의 실효성이 없고, 대선을 앞둔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특검 무용론’이 살아있긴 하다. 이에 대해 특검 관계자는 “지금 어떠한 정치적 변수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 아들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한 마당에 뭐를 가리겠느냐. 앞으로 수사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청와대도 성역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