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도봉갑에서 역전, 보수진영 16년 만에 탈환…공주부여청양 박수현 3수 끝에 정진석에 설욕 성공
#역전 김재섭, 초선 이준석
4월 10일 오후 6시. KBS·MBC·SBS 방송 3사 출구 조사에서 서울 도봉구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안귀령 후보는 52.4%, 국민의힘 김재섭 후보는 45.5%를 득표할 것으로 전망됐다. 두 후보 격차는 6.9%포인트(p)였다. 총선 기간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가 줄곧 김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게다가 도봉갑은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된다. 안 후보의 국회 입성은 따 놓은 당상인 것처럼 보였다.
예상은 빗나갔다. 김 후보는 득표율 49.05%를 기록하며 안 후보(47.89%)에게 신승을 거뒀다. 불과 1094표 차로 역전에 성공했다. 도봉갑에서 보수 진영 후보가 당선된 것은 18대 총선 신지호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이후 16년 만이다. 김 당선인은 재수 끝에 처음 국회의원이 됐다.
김 당선인은 당선 직후 채널A 인터뷰에서 “지옥에 갔다 살아온 느낌”이라면서도 “그러나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보다는 국민들께서 우리 정부 여당에 대해 내린 준엄한 심판에 대해서도 정부 여당 일원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지역구에서 내리 3선(19~21대)을 한 인재근 의원 대신 정치 신인 안귀령 전 YTN 앵커를 전략공천했다. 결과적으로 높은 정권심판 여론에도 텃밭인 도봉갑을 국민의힘에 빼앗기면서 전략공천은 악수가 됐다.
다른 텃밭인 경기도 화성시을 선거구에서도 민주당은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민주당 공영훈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 당선인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공 후보에게 뒤지며 고전했다. 한때 두 자릿수 격차까지 벌어졌지만 공 후보가 증여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 후보가 맹추격에 나섰다. 선거 막판 이 후보가 오차범위 내로 공 후보를 따라잡았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출구 조사에서는 공 후보(43.7%)에게 3.2%p 차로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당선인은 42.41%의 득표율로 공 후보(39.73%)와 국민의힘 한정민 후보(17.85%)를 꺾고 당선됐다. 이 후보는 4수 끝에 배지를 달았다. 이 당선인은 4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개혁신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국민들께서 바라시는 선명한 야당으로서의 역할, 훌륭한 조율자가 될 수 있는 정책적 능력을 계속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리턴 매치, 누가 웃었나
충청남도 공주시부여군청양군에서는 민주당 박수현 후보와 국민의힘 정진석 후보의 세 번째 리턴매치가 펼쳐졌다. 앞서 두 후보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선두다툼을 했다. YTN이 엠브레인리퍼블릭에 의뢰해 4월 1~2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42% 대 42%로 우열을 가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출구 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52%로 정 후보(47.2%)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격차는 좁혀졌지만, 박 후보가 당선을 확정했다. 박 당선인은 득표율 50.66%를 기록하며 정 후보(48.42%)를 눌렀다. 박 후보는 3수 끝에 설욕에 성공했고, 정 후보는 6선 고지에 오르지 못했다.
인천광역시 동구미추홀구을과 서울시 영등포구을에서는 리턴매치 끝에 현역들이 수성에 성공했다. 동구미추홀구을에서는 국민의힘 윤상현 후보가 민주당 남영희 후보와의 리턴매치에서 초접전 끝에 승자가 됐다. 윤 당선인은 득표율 50.44%를 얻으며 남 후보(49.55%)를 0.89%p 차로 이겼다. 영등포구을에서 벌어진 민주당 김민석 후보와 박용찬 후보의 리턴매치도 접전이었다. 김 후보는 득표율 50.18%를 기록하며 1.15%p 차로 신승을 거뒀다.
#497표 차 초접전
불과 수백 표 차이로 희비가 엇갈린 지역구도 있었다. 경상남도 창원진해에서 국민의힘 이종욱 당선인이 득표율 50.24%를 얻어 민주당 황기철 후보(49.75%)를 0.49%p 차로 이겼다. 497표 차였다. 초박빙 지역 중 가장 적은 차이다.
울산 동구에서는 민주당 김태선 당선인(45.88%)이 국민의힘 권명호 후보(45.2%)를 0.68%p 차로 따돌렸다. 경기도 용인병에서는 민주당 부승찬 당선인이 득표율 50.26%를 기록해 49.73%를 얻은 국민의힘 고석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각각 568표, 851표 차였다.
경기도 수원정에선 ‘이대생 성 상납’ 막말 논란을 빚었던 민주당 김준혁 당선인(50.86%)이 국민의힘 이수정 후보(49.13%)와 초접전을 벌인 끝에 국회 입장권을 따냈다. 득표율 차이는 1.73%p에 불과했다. 4696표의 무더기 무효표가 나온 점은 눈길을 끌었다. 득표 차(2377표)보다 약 두 배 높았다. 유권자들이 비례정당에만 표를 주고, 지역구에는 무효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경기 하남갑에서도 접전이 벌어졌다. 이 지역구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충돌했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친윤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이용 의원 맞대결이 성사되며 주목을 받았다. 개표 초반 이 후보에게 밀리던 추 당선인은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며 6선 고지에 올랐다. 추 당선인은 득표율 50.58%, 이 후보는 49.41%를 기록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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