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생중계 영상에 해외 K팝 팬들도 경악…음악프로 앵콜 무대도 다시 도마 위
지난 4월 13일(현지 시각)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중 하나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의 무대에 오른 한 걸그룹의 라이브 공연을 보고 국내는 물론, 해외 K팝 팬들마저 충격을 금치 못했다. 하이브 산하 쏘스뮤직 소속 르세라핌(LE SSERAFIM)의 무대는 말 그대로 '재난'으로 취급됐다. 현장 무대에선 거대한 음향과 화려한 무대효과에 가려졌던 실력이 유튜브를 통해 송출된 라이브 영상으로 드러나면서 K팝 팬들 사이에서는 "이 실력을 가지고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코첼라에 올랐냐"는 경악이 이어졌다.
르세라핌은 이번 코첼라 데뷔 무대를 위해 미공개곡인 '1-800-hot-n-fun'을 준비하는 한편, 타이틀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언포기븐'(UNFORGIVEN)을 포함해 '안티 프래자일'(ANTIFRAGILE), '피어리스'(FEARLESS), '퍼펙트 나이트'(Perfect Night), '이지'(EASY)등을 선보였다. 이들이 오른 무대는 지난 2019년 블랙핑크가 코첼라 신고식을 치렀던 데뷔 무대와 같은 '사하라 스테이지'로 서브 스테이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한 르세라핌이었던 만큼 앞선 블랙핑크를 이어 또 한 번 K팝의 저력을 해외에 떨칠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로 현장에서 르세라핌의 무대를 본 관중들은 한국어로 된 노래를 따라부르는가 하면 열정 넘치는 응원으로 콘서트장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현장의 뜨거운 열기가 배제된 생중계로 르세라핌의 무대를 접한 네티즌들은 찬물이 끼얹어진 분위기였다. 음향에 가려지지 않은 멤버들의 '생 목소리'가 그대로 전달되면서 부족한 가창력이 드러났던 것이다. 아무리 퍼포먼스에 주력하는 아이돌 그룹이라고는 하나 비연예인 수준으로 가다듬어지지 않은 노래 실력이 국내외 K팝 팬들의 거센 비판을 맞닥뜨렸다.
이 이전에도 르세라핌은 음악프로그램 1위 후 팬서비스로 진행되는 라이브 앵콜 무대에 설 때도 아쉬운 가창력으로 지적을 받아온 바 있다. 해당 무대는 심지어 코첼라처럼 막대한 체력이 요구되지도 않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오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음원과 비교되는 실력이 연달아 드러나면서 이들의 '가수로서의 실력'이 지속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첼라 무대가 르세라핌의 가창 논란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기존의 앵콜 라이브 무대가 국내 K팝 팬들 사이에서만 이야기돼왔던 문제였다면, 코첼라 무대가 공개되면서 해외 K팝 팬덤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해외 K팝 팬들은 특히 '하이브의 막내딸'로 압도적인 주목을 받으며 최근 데뷔한 신생 걸그룹 아일릿(ILLIT) 역시 라이브 무대에서 가창 논란이 일어난 것을 꼬집으며 "하이브의 미흡한 보컬 트레이닝이 문제"라고 소속사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이처럼 무대 밖에서 K팝 팬덤 전체가 불타고 있는 가운데 르세라핌의 소속사이자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쏘스뮤직이 "르세라핌이 '코첼라'를 홀렸다. 미국 최대 규모 음악 축제의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라고 자평해 반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실제로 현장 분위기는 좋았고, 소속사로선 긍정적인 입장을 내야만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K팝 팬들이 받아들인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었던 탓이다.
무대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서는 아이돌과 K팝 팬덤의 '동상이몽'이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르세라핌의 이번 코첼라 입성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K팝 역사에 새겨진 또 하나의 신기록이다. 고작 데뷔 1년 반 만에 초청받아 역대 한국 가수 가운데 데뷔 후 최단 기간으로 코첼라에서 단독 공연을 펼친 아티스트이자, 블랙핑크에 이은 K팝 걸그룹 중 두 번째 코첼라 정식 라인업에 선 아티스트, 그리고 4세대 걸그룹으로서는 최초다. 특히 해외 신예 그룹이 코첼라 라인업에서 헤드라이너 바로 아랫 줄에 호명된 것이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티스트로서의 완성도는 별개로 하더라도 이들의 '위상'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더 높이 비상할 수 있을 이들의 능력치가 비주얼과 퍼포먼스에만 국한되려 한다는 점이다. '걸그룹 퍼포먼스 최강자'라는 타이틀은 일견 대단해 보일지 몰라도 '노래'가 기본이 돼야 하는 가수로서 이 같은 기본기 부족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는다면 단순히 '화려한 퍼포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미 해외 팬덤마저 이들의 부족함을 지적하고 나선 만큼 이같은 비판 여론을 딛고 르세라핌이 아티스트로서 온전히 성장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한편 르세라핌은 오는 4월 20일 코첼라에서 두 번째 공연을 펼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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