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삼성물산 주주 ‘메이슨’에 수백억 물어줄 위기…법무부 “아직 초반 단계…취소 소송 검토 중”
옛 삼성물산 주주였던 메이슨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합병 비율이 부당하게 산정돼 재산 피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메이슨은 2018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국민연금공단 의결권 행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PCA는 앞서 지난해에도 비슷한 사건을 판결한 바 있다. 삼성물산의 다른 주주였던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에 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PCA는 당시에도 한국 정부가 엘리엇매니지먼트에게 5359만 달러(약 690억 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배상원금에 대한 이자와 법률 비용 등을 포함하면 배상금은 1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에 불복해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법무부는 메이슨 사건 관련해서도 취소 소송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법무부는 “국민의 세금이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대리 로펌 및 전문가들과 함께 판정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PCA가 두 차례 모두 삼성물산 주주의 손을 들어준 만큼 한국 정부가 승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법무부 역시 승소보다는 배상액 축소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액수의 차이일 뿐, 한국 정부의 배상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박근혜 정권 당시 이뤄진 일이기 때문이다.
합병을 통해 이재용 회장은 지배구조를 단순화했고, 승계도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이 회장은 당시 제일모직 지분 23.23%를 갖고 있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함으로써 이 회장은 합병 법인 지분 16.50%를 보유하게 됐고,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 4.06%도 사실상 이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물산은 당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합병한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는 합병을 통해 이재용 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된 셈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4월 12일 “정부는 중재 판정 불복 절차에 최선을 다함과 동시에 엘리엇매니지먼트와 메이슨에 물어줘야 할 국민 혈세에 대한 책임을 주 책임자인 삼성물산과 이재용 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묻는 구상권 청구 절차에 즉각 돌입해야 한다”며 “국민연금과 삼성물산 국내 주주들 또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중재판정문 원문과 번역본 등을 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구상권을 청구한다면 삼성그룹은 상당한 금전적 부담을 안게 된다. 또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것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부당하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관련해 1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이 항소함에 따라 재판은 2심으로 넘어간 상태다.
뿐만 아니다. PCA 판결대로라면 옛 삼성물산 소액주주와 국민연금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삼성물산 소액주주 32명은 2020년 이재용 회장과 삼성물산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수년간 진척이 없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올해 2월 해당 소송 변론기일을 여는 등 최근 들어 재판에 속도가 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4·10 총선에서 압승한 것도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부담되는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재판에서 승소할 당시 정부에 구상권 청구를 촉구한 바 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가 엘리엇매니지먼트에 물어줘야 될 돈을 국민의 세금으로 지불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며 “피해를 끼친 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메이슨 관련 판결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 그 결과는 수년 후에나 나온다. 실제 메이슨은 2018년 중재신청서를 제출했지만 판결은 2024년에야 이뤄졌다. 법무부는 엘리엇매니지먼트 판결 관련 취소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법무부가 배상액이 결정되기도 전에 구상권을 청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법무부 내부적으로 구상권 청구 방침에 대한 논의는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그룹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종 결과가 나올 때 어떤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구상권 청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는 “(메이슨 관련 판결에 대해) 취소 소송을 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되면 몇 년 뒤에야 결정이 될 텐데 아직 초반 단계라고 봐주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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