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다른 시점 ‘또 판사 출신’ 낙점에 의견 분분…채 상병 사건 처리 여부, 검사 출신 차장 인선 주목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4월 26일 오동운 차기 공수처장 후보자를 낙점했다. 지난 1월 김진욱 전 공수처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한 뒤 약 98일 만이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2023년 11월부터 네 달 동안 8번의 회의를 거친 끝에 오 후보자와 이명순 변호사(사법연수원 22기)를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공수처장=판사 출신’ 공식되나
오동운 후보자(사법연수원 27기)는 1998년 사법연수원 수료 후 2017년까지 20년간 판사로 근무했다. 부산 낙동고와 서울대 독문학과를 졸업했고 부산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울산지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등을 거쳤다. 법원을 떠난 후 현재는 법무법인 금성의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오동운 후보자 앞에 놓인 과제는 산적하다. 공수처 원년 검사 13명 중 11명이 떠났을 정도로 흔들린 조직 분위기를 다잡아야 한다. 공수처에 실력 있는 이들을 충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공수처 검사는 19명으로 정원(25명)에 못 미친다. 김선규 처장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검사 1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정도다.
오 변호사는 지명 직후 소감문을 통해 “고위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국민적 열망과 기대를 안고 설립된 공수처지만 지난 3년 동안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공수처가 명실상부 독립적 수사기관으로서 권력기관을 견제하고 부패범죄를 일소하는 책임과 역할을 다해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고민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공수처장=판사 출신’이 공식화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초대 처장이었던 김진욱에 이어 판사 출신을 다시 임명한 점이나, 또 다른 후보군이었던 이명순 변호사가 검사 출신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공수처 힘빼기’를 위한 임명이었다는 비판적인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캠프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인사는 “당시 캠프 때 분위기만 해도 공수처는 앞선 정부에서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기구이기 때문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없다는 게 주된 분위기였다”며 “폐지를 할 수는 없지만 힘을 줄 필요는 없으니 판사 출신을 다시 앉힌 것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윤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명순)을 또 낙점할 경우 청문회 통과 여부 등을 우려해 판사 출신을 지명한 것도 있을 것”이라며 “인사를 할 때에는 하나만 보고 선택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결국 채 상병 사건 처리가 핵심?
오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위원회는 5월 중순 열릴 것으로 보인다. 통상 후보자 지명 후 인사청문 요청안 국회 제출에 2~3일이 소요되고 국회는 20일 안에 청문 절차를 마쳐야 한다. 국회가 이 기간에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안에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국회가 응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21대 국회가 끝나는 5월 말이면 수장 공백 사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한창 진행 중인 해병대 채 상병 사건 관련한 보고 및 결정에 관여토록 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서둘렀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공수처는 국방부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두 차례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건 기록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를 했던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조사에서 “통화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시원 비서관에게 물어봐라”라고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도 피의자 신분의 출석 조사 일정을 조율하는 등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가이드라인처럼 제시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을 민주당이 강행하는 상황에 대해 “수사권이 경찰에 있는데 해병 수사단이 월권을 한 것”이라며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채 상병 사망 사건은 군 검찰에서 초동 조사해 경찰 수사로 넘겨야 하는데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월권을 했다”는 취지로 얘기를 했다고 알려졌다.
또 “초동 조사를 넘어선 수준의 사실상 ‘수사결과 보고서’였는데도 (이종섭) 국방장관이 잘못 결재한 것”이라며 “설사 대통령실에서 관여했더라도, 장관 결재와 이첩 등 절차상 문제를 조정한 것인데 뭐가 문제냐”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공수처가 기소를 염두에 두고 움직인다면 다소 방향이 다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인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거부권 행사와 함께 “현재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사건”이라고 얘기하기 위한 오동운 후보자 임명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현재 야당은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실의 외압이 있었는지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며 ‘여권 추천 인사인 오동운 후보자’에 대해 “정치적 외압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황이다.
청문회에서 난관이 예상되는 이유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에서는 송곳검증을 벼르고 있기 때문에 청문회에서 채 상병 사건 등에 대해 태도나 입장을 확인하는 질문들이 쏟아질 것”이라며 “공수처를 만들어낸 곳이 민주당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공수처를 만든 취지를 지켜나갈 역량이 있는지를 확인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족한 수사력 돌파는 ‘검사’로 보완?
법조계에서는 채 상병 사건 처리 여부와 함께, 누가 ‘차장’에 오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공수처에 검사 출신들이 오기를 꺼려하는 상황에서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오 후보자 역시 1기 공수처가 ‘김진욱 처장-여운국 차장’의 판사 출신 지휘부로 구성됐던 것과 달리 수사에 정통한 검찰 출신 차장을 세워 수사력 문제를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오 후보자는 “유능한 수사능력을 가진 차장을 선임할 예정”이라며 “저와 호흡이 잘 맞아야겠고 조직융화적이면서도 수사능력이 탁월한 분을 굉장히 여러 군데를 수색하면서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내부적으로 검찰 출신 법조인 가운데 다수의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에서 공수처에 찬성했던 이들이 지금은 별로 없고, 지난 3년 동안 존재감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차장으로 가려는 이들 가운데 ‘실력 있다’고 평가받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결국 대통령실과의 조율을 통해 누가 차장으로 오느냐에 따라 3년간 성과가 없었던 공수처가 ‘정상화’로 방향을 잡을지, 아니면 계속 ‘무용론’에 휩싸일지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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