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 이도운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민심에 순응하는 과정이자 협치의 첫 발걸음”이라며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2시간 15분 동안 민생 문제와 국정현안을 논의했다는데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갈등이 첨예한 정국을 정상화해 정치를 복원하고 여야 간 협치를 위해 선의와 성의를 갖고 회담에 임했다”며 “향후 정치적 상황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소통과 협치가 계속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총평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 전환에 대해 의지가 없어 보였다”며 “다만 소통의 필요성에 서로 공감했고, 앞으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 역시 영수회담 소회에 대해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에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박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표는 “국가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등 모든 영역에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며 “모범적 민주국가로 평가받던 대한민국에 대해 스웨덴 연구기관이 ‘독재화가 진행 중이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소위 말폭탄이 진짜 폭탄 되는 것 아닌가 걱정도 많이 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민생위기 극복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민생회복조치를 적극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지원 효과에 더해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해주시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고 정중하게 요청드린다”며 “채 해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 수용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 관련해서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온 얘기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며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 대표 발언 때 윤 대통령 표정은 다소 굳어 있었다. 여권 일각에선 이 대표를 향해 “예의가 없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공개석상에서의 이런 장면을 두고 수많은 얘기가 쏟아졌다. 총선을 승리로 이끈 이재명 대표와 ‘패장’일 수밖에 없는 윤 대통령 처지를 반영한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어찌됐건 이 대표로선 1야당 대표의 입지를 굳건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번 영수회담에서 총리 인선과 관련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도운 홍보수석은 4월 29일 채널A ‘뉴스A’에 출연해 “우리도 혹시 야당에서 국무총리 관련해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했는데 얘기를 안 했다”며 “혹시 야당에서 김부겸 전 총리나 박영선 전 장관 같은 분이 거론돼 그게 좀 부담스러웠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당이 문제 제기했으면 얘기할 텐데 굳이 우리가 먼저 제기할 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에서는 총리 인사는 대통령 책임인데, 묻지도 않은 총리 인선 문제를 야당이 어떻게 먼저 꺼내느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같은 방송에 출연해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이 총리를 인선한 다음에 야당에 협조를 구하면 모르겠는데, 야당이 총리 인선을 먼저 얘기하는 건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 총리 임명에 협조를 구할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의 말이다.
“정치는 주고받는 것이다. 영수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총리 인선 협조를 부탁하면, 반대급부로 민주당 요구도 들어줘야 한다. 그럼 이 대표는 채 상병 특검·김건희 특검 수용이나 민생회복지원금을 위한 추경 등을 카드로 꺼낼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데, 어떻게 후임 총리 임명을 회담 의제로 올릴 수 있었겠느냐.”
이에 따라 총리 인선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5월 말에서 6월 초 총리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5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 일정을 고려한 날짜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에 후임 총리 하마평도 나오지 않고 있다. 여기엔 ‘구인난’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야권 한 관계자는 “총선 참패로 윤 대통령이 집권 3년차에 벌써 ‘레임덕’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범야권이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면서 후임 총리는 행정부를 뜻대로 운영하기도 힘들다. 일각에서는 차기 총리는 윤석열 정부와 함께 ‘순장조’가 될 거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윤 대통령이야 임기를 마치면 끝이지만, 차기 총리는 이후 정치행보를 가져가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 누가 윤석열 정부 총리직을 수락하겠느냐”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차기 총리 인준을 두고 실력행사를 벼르고 있다는 전망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22대 국회 첫 여야 기싸움은 후임 총리 임명동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압도적 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세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에 처음 지명된 총리는 무조건 낙마시킨다는 각오가 들려온다. 이런 희생양으로 서고 싶은 후보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윤 대통령이 먼저 야당에 손을 내밀고 협치를 요청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도운 홍보수석은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어 어떤 형식이든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