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행한 역사는 되풀이되는가 10월 25일 이명박 대통령 아들 이시형 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두했다. 이날 이 씨는 기존의 검찰 서면 진술을 일부 번복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
주목할 것은 최장 45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간 특검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다. 법으로 보장된 수사 기간 중 3분의 1도 쓰지 않은 상황에서 특검은 초장부터 거침없이 몰아붙이는 분위기다. 당초 예상보다 타이트하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특검 분위기로 볼 때 시형 씨의 소환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만간 이 대통령 일가와 청와대를 향한 특검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시작될 거라는 관측도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통령의 개입 사실 및 혐의가 드러날 경우 이 대통령의 책임 문제를 놓고도 다양한 시나리오가 대두되는 상황이다.
10월 25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한 시형 씨는 14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시형 씨의 소환목적은 배임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혐의를 가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저 부지 비용과 직결돼 있다. 특검팀은 시형 씨를 상대로 부지 매입비 12억 원을 조달한 경위와 출처, 부지 분담 비율 등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핵심은 시형 씨의 부친인 이 대통령의 역할 규명이다. 이에 특검은 부지 매입 과정에서 이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은 건 아닌지, 자신의 이름으로 부지를 매입하게 된 경위가 무엇인지, 이와 관련 누가 개입했으며 어떤 요구가 있었는지, 땅값을 나누는 과정에 어떤 관여를 했는지, 실제로 내곡동 부지를 소유할 의사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했다.
▲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하지만 시형 씨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부지 매입을 주도한 인물이 따로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특검은 남은 기간 동안 부지 매입 과정에 이 대통령의 역할을 캐내는 데 수사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시형 씨가 진술한 돈의 출처에 여전히 의구심이 있는 데다가 거래의 신빙성 문제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특검팀은 이상은 회장과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사건 관련인들에 대한 강도 높은 줄조사를 예고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특검의 칼날이 조금씩 청와대를 넘어 이 대통령 일가로 향하는 부분이다. 즉 단순 부지 매입 미스터리가 임기 말 정권의 도덕성을 뒤흔들 ‘내곡동 스캔들’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초동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결국 특검의 마지막 칼날은 이 대통령 일가를 향할 것이다. 전례 없이 현직 대통령 아들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들인 것을 보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측근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통령 개인으로도 불명예스러운 일이 될 것은 물론이고 정권 차원에서도 최대 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 이광범 특검. 임준선 기자 |
또한 그는 “임기 말 이빨 빠진 대통령을 겨냥해 강경 수사를 한다는 의견과 청와대 측과 미리 조율한 후 수사를 진행한다는 상반된 시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특검 후유증은 예상하고 있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는 게 중요하겠지만 그러기 위해 팩트를 조작할 순 없는 것 아닌가. 결과를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앞으로의 수사방향이다. 특검은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사실 규명에 필요한 인물들을 모조리 불러 조사를 진행하겠지만 수사대상 및 범위에 대해 특정 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시형 씨의 진술을 팩트에 입각해 살펴본 뒤 수사방향을 잡을 것”이라고만 짤막하게 답했다. 대신 “부동산실명제 위반 등의 혐의가 드러날 경우 명의신탁자인 이 대통령과 자금을 대출할 때 명의를 빌려준 김윤옥 여사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귀띔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