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누구나 당할 수 있어, 피해 모르는 경우도 다수…돈보다 쾌락 목적 ‘N번방보다 약하다?’ 부적절
#범행 수법, 대상, 목적 다 달라
‘서울대생’이라는 가해자 신분 때문에 파장이 컸을 뿐,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딥페이크 성범죄로 이미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벌어지던 디지털 성범죄 가운데 하나다. N번방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인 2016년부터 ‘지인능욕’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존재했고 AI(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딥페이크 성범죄로 진화했을 뿐이다. 따라서 디지털 성범죄 영역에 있다고 하더라도 N번방에서 벌어진 성범죄와 딥페이크 성범죄는 명백히 다르다.
우선 범행 수법에서 차이가 있다. N번방 운영자는 닉네임 ‘갓갓’의 문형욱이다. 문형욱은 2017년 1월 트위터 등의 SNS(소셜미디어)에 신체 노출 사진을 올린 미성년자에게 경찰로 사칭해 접근한 뒤, 신상정보와 노출 사진 등을 요구했다. 이후 ‘가족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더욱 수위가 높은 사진을 요구했고 이렇게 제작한 성착취물을 ‘1번 방’, ‘2번 방’ 등 N번방 번호를 매겨 텔레그램에 유포했다.
공범들은 문화상품권을 내고 해당 방에 입장했다. 문형욱은 피해자를 ‘노예’로 지칭하며 방 회원들에게 넘겼고 대화방 회원들은 청소년 피해자들에게 강간 및 유사성행위를 하게 한 뒤 이를 성착취물을 제작했다. 문형욱은 2021년 11월 11일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 배포 등 12개 혐의로 징역 34년을 선고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N번방 운영자로 기억하는 조주빈은 ‘박사방’ 운영자다. 조주빈은 ‘일반방’ ‘시민방’ ‘고액방’ 등으로 방을 나눠 성착취물을 다르게 배포하는 한편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범죄단체를 조직했다. 고액방의 경우 70만~150만 원 상당의 입장료를 받는 등 본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조주빈은 2021년 10월 14일 징역 4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반면 딥페이크 성범죄는 AI 기술을 이용해 성착취물을 만들고 이를 유포하는 범죄다. 범행에 쓰이는 사진은 대개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등 피해자의 SNS에서 무단으로 가져온다. 가해자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거나 누군가 알려주지 않는 한 피해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대비가 불가한 범죄이기도 하다.
범행 대상도 다르다. N번방과 박사방의 주 피해자가 협박에 취약한 미성년자였다면, 딥페이크 성범죄는 사진 한 장으로 벌어지는 범죄이기에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문화상품권이나 고액의 입장료를 받았던 N번방·박사방과 달리 쾌락 혹은 성적 욕망 해소만을 목적으로 했다는 점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취재 결과, 딥페이크 대화방 운영자들의 주목적은 입장료가 아닌 성착취물을 자주 올리고 지속적으로 성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회원을 최대한 많이 유치하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일부 대화방에서는 ‘사진 또는 영상 10개(이름, 나이 포함)’ 등의 가입 조건을 제시하고 활동이 저조한 회원들을 퇴출시키는 등 매일 회원들을 관리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부 딥페이크 업체들이 특정 금액을 받고 성착취물을 제작해주거나 미성년 가해자들을 자신들의 홍보책으로 이용하기도 했다(관련기사 [단독] “친구 소개하면 무료로…” ‘지인 합성’ 다단계식 딥페이크 업체 활개).
#모든 디지털 성범죄 앞에 붙는 ‘N번방’, 적절하지 않아
‘~판 N번방’이라는 무분별한 수식어는 대중들로 하여금 성범죄의 무게를 따져보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실제로 서울대 집단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일부 커뮤니티와 뉴스 댓글 등에서는 ‘물리적 위해가 없었으니 N번방 사건만큼 심한 건 아니지 않냐’는 반응도 일부 찾아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추적단 불꽃의 일원으로 범인 검거에 큰 역할을 한 원은지 미디어 플랫폼 ‘얼룩소’ 에디터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22일 자신의 SNS에 “언론에서 이번 서울대 집단 성범죄가 언론에서 ‘서울대판 N번방’으로 호명하는데 큰 문제의식을 느낀다”며 “경찰에서는 기자들과 백브리핑에서 ‘N번방 수준의 범죄는 아니’라고 말하며 선을 긋고 있다. ‘N번방’을 디지털 성범죄 피해 정도를 가늠하는 기준 따위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치가 떨린다”고 지적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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